[공감통신]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연기 -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예전엔 그렇게 많이 보더니…….” 친밀한 사람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괜찮은 영화가 있다고 같이 보러 가자고 손 내밀 때마다 내가 단칼에 거절하기 때문이다. 왕년에 영화팬 아니었던 사람 없고 지금도 영화감상이 취미가 아닌 사람 찾아보기가 어렵다. 나 또한 둘째간다면 서러워할 영화팬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내리 다섯 편을 보는 일도 흔했다. 그런데 중년 언저리에서부터인가 영화 보기가 버거웠다. ‘나이 탓인가?’ ‘나이와 영화가 무슨 상관이라고?’ 나름대로 이유를 탐색했는데 결론은 싱겁게 났다. 슬프고 아픈 것을 견뎌낼 능력이 말라가고 있다는 거였다. 지독하게 슬픈 것을 보고 흠뻑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험이 더는 가능하지 않았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됐다. 등장인물..
공감의 목소리/공감통신
2016. 6. 9.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