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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법은 다르지만 보장받을 권리는 동일하다- 차혜령 변호사와 함께한 빈곤과 복지 작은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2.11.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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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 사회권? “인간답게 살 권리”

 

양학선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만큼 화제가 된 건 그가 살던 비닐하우스 집이었다. 비닐하우스 이야기는 금메달 소식과 함께 모기업 회장에게서 32평형 아파트도 기증받은 국가대표 선수의 인생역전으로 해피엔딩을 맺는다. 다시 질문을 해본다. 비닐하우스는 집일까? 이 질문은 두 가지를 동시에 묻는다. 첫째로, 비닐하우스는 정말 누군가의 집이어도 되는 걸까? 사람이 살기에 적절한 주거지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그곳을 집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선택지를 들여다볼 필요는 없는지 묻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어떤 곳에서건 거주하고 있는 자가 지니는 ‘거주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을까? 주거 형태가 다르다고 보장할 권리까지 박탈해 버리진 않는가? ‘그곳에 사는 이’가 그곳에 주민등록 이전이 가능하고, 등록된 거주지의 거주자로서 자녀의 학교진학 근거지를 인정받고, 함부로 침입하거나 철거할 수 없는 권리를 보장하느냐는 말이다. 집에 붙는 수식어를 “사거나 팔거나 혹은 세 들거나” 이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답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공감 구성원이 진행하는 ‘작은 세미나’는 막연한 인권문제를 구체적 일상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차혜령 변호사가 진행한 <빈곤과 복지> 주제 작은 세미나도 일상의 바탕인 집을 삶의 필수조건으로서의 주거권과 연결해 사회권의 의의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변호사는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로서의 사회권은 비닐하우스 집에 대한 우리의 고민처럼 구체적인 질문들 속에서 답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권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만, 그 영역으로 들어가 보면 사회보장권, 건강(보건)권, 교육권, 노동권, 주거권, 문화권, 환경권 등으로 우리에게 가까운 권리들이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로 삶의 기본 조건들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권은 사회정의와 실질적 평등의 이념에서 도출되는 인권으로, 모든 사람들이 국가나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자신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자 국가, 사회 공동체가 그 권리 실현을 위한 생활여건과 자원들을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차별을 금지할 의무를 말한다. 이미 장애인, 노인, 아동 등과 같은 약자를 대상으로 한 권리 보장이 이뤄지고 있고, 노동권이나 교육권 등의 영역에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보장받는 권리로서 존재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변호사님의 지적이었다.

 

비닐하우스를 거주지로 인정받지 못하면, 거주자는 주거권뿐 아니라 다른 사회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없고,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주민등록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비닐하우스를 집이라고 볼 수 있느냐 아니냐의 질문이 아니라, 일단 형성된 삶의 터전이 현재 거주자에게 갖는 주거로서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권리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주거권의 요소: 강제퇴거 금지, 차별금지와 취약계층 우선 접근 보장 등 포함

 

주거권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 환경 보장을 위한 것임에도, 주거권에 관한 명시된 보장을 담은 국내법은 미약하다. 헌법에서는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 안에서 해석되거나 “주거의 자유” 혹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같이 구체적이지 않은 권리들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주택법의 경우 제5조 3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우선지원>에도 정부의 조치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기준 판단 근거와 지원결정 여부가 부처장관의 재량사항으로 열려있어 실효성이 없는 경우에 그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주거권의 요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유엔사회권위원회가 정한 주거권의 요소는 점유의 안정성, 기본적인 공공설비와 서비스 접근성, 비용의 적정성, 쾌적한 주거 환경, 적절한 주거에 평등한 기회 제공, 적절한 위치, 문화적 적절성 등을 포함한다. 점유의 법적 보장은 점유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강제퇴거, 괴롭힘 등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의미한다. 이에 더해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에 살 곳을 잃거나 길에 나앉는 일 없이 이주할 기간과 비용지원 보장 등도 포함된다. 한편 접근에의 평등성은 1인 가구라고 해서 전세자금대출 신청이 어렵거나 주택공급대상자 심사에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것, 또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순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등 광범위한 것까지 의미했다. 이렇게 주거권은 좀 더 다양하게 상상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사각지대: 홈리스 청춘, 홈리스 인생

 

그렇다면 거리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은 어떻게 주거권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한국철도공사가 서울역사 내 야간 노숙행위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가면서 홈리스들에 대한 강제퇴거가 이뤄졌다. 공공시설로서의 편의성이라는 명분을 우선시하면서 홈리스들을 사회구성원에서 배제시킴과 동시에 “눈앞에서 사라져라”는 식의 태도로 그들을 대했다. 여기서도 주거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집과 토지라는 직접적 공간 소유나 점유의 문제만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관련된다. 민자 기숙사가 늘수록 더 커지는 월세부담. 반지하와 옥탑을 오가는 열악한 주거 환경은 학교 공부와 서울 생활을 위협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는 한다. 주인집과의 실랑이는 특기가 되고 다음번 이사 때가 되면 오를 월세를 걱정하며 짐을 풀지도 못하는 홈리스 청춘이 또 다른 주거권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사회권과 자유권, 재산권과 주거권은 충돌? 오히려 상호 보완적

 

사회권을 보장할 때 자유권이 희생될 거라 전제하면서, 주거권을 보장할 때 재산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차변호사는 그런 질문에 앞서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맥락에서 왜 두 권리가 충돌하는가, 정말 두 권리가 충돌한 것이 맞는가를 물을 수 있게 구체적 사안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사회권의 적극적 보장은 당연히 개인의 자유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권과 자유권은 불가분의 것이며 오히려 상호보완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장애인차별반대 집회에 참여하길 원하는 장애인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살펴보았다. 집회라는 정치적 의사를 발현할 기회를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제반 조건들 즉 교통 등 편의시설에의 접근권, 활동보조인 지원, 주거 생활에 대한 보장과 같은 사회권이 보장될 때 자유권 행사도 가능해진다. 이 둘은 대립하는 것이기보다는 상호보완의 성격을 지닌다. 결국, 사회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로서 늘 조금씩 항상 다뤄져야 하는 권리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회권 보장을 위한 계속적 노력을 멈췄다는 것은 곧 국가, 사회, 공동체는 그 기본권 실현을 위해 맡아야 할 최소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음에 다름없다고 차변호사는 지적하며 사회권의 적극적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사는 곳과 방법 달라도, 보장받을 권리는 동일

 

며칠 전 신문에는 영동교 아래서 고물 수집을 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넝마공동체’가 소개되었다. 용산 참사 이후 주거권 보장을 강제퇴거금지법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강동구청은 이 마을에 강제퇴거 공고를 재차하고 있다. 마을 분들이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함께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멸시받지 않고 인간으로 대우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도공사의 홈리스 퇴거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열린 홈리스 당사자들의 사진전의 작품엔 “우리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작은 세미나를 통해 접한 주거권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 집 자체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공간과 공동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이를 보장 받을 권리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원룸, 고시텔, 반지하, 임대아파트, 기차역사, 지하철 지하도, 주차장,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사는 곳도 사는 방법도 다르지만 동일하게 보장받을 권리가 존재함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거권에 대한 관심에 이어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타 사회권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 봤다.

 

 

글_ 백소윤 (1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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