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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나의 이웃, 이주여성 - 소라미 변호사와 함께한 이주여성 인권실태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 10. 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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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이주여성의 인권실태와 관련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작은 세미나가 열렸다. 작은 시골 마을이 고향인 나에게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여성의 문제는 TV 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였다. 버스에서 종종 아이의 손을 잡고 타는 이주여성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동네에서 누가 베트남 또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을 했다더라, 순박한 노총각아저씨가 이제까지 모은 돈으로 베트남 여성과 혼인을 하였으나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여성이 가출하고, 한국중개업자와 공모하여 남편의 곁에 돌아가는 대가로 돈을 더 요구했다더라 하는 그런 소문들을 접하기도 했다.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국제결혼을 통해 피해를 본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가까운 실례로는 사기결혼을 당한 순박한 이웃 노총각아저씨의 이야기를 접해오면서 국제결혼과 이주여성의 문제에 대해 나 자신이 어느 정도 균형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중간지점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이주여성에 관한 문제는 결코 낯선 주제가 아니었음에도  이번 세미나에서 접한 사실들은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하거나, 혹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지위에 있으면서, 소위 말하는 ‘한민족’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피부색이 달라서 더욱 상처받기 쉬운 집단이었고, 그 상처와 멍든 가슴을 언어적, 경제적,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치유하기 어려운 이들이었다.

 

결혼이주여성, 그들은 물건인가

 

한국에서 총 결혼건수 중 국제결혼의 비율은 2000년 이후 줄곧 11% 이상을 웃돌고 있으며,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노총각 결혼대책으로서 국제결혼을 적극 장려하면서 동남아, 특히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한국과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고, 한류열풍이 빚어낸 코리안 드림 또한 베트남에서의 국제결혼 중개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데에 일조했다. 이렇게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여성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는 관련사건 사고들이 뉴스에 종종 보도되고는 한다. 이주여성이 피해자인 사례가 대부분이며, 지난 6월에도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신질환 또는 문제가 있는 가해자 개인의 성향 탓만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제도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중개라는 명목하에 실질적으로는 구매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국제결혼. 결혼이 어떻게 사랑과 신뢰가 아닌, 돈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걸까 하며 이에 대해 개탄을 하고는 했으나, 제도적 문제점과 법망을 피해 가면서 양산해낸 또 다른 불법적 메커니즘의 교묘함, 그리고 그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이주여성의 인권의 실상은 더 심각했다. 우선 국내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 베트남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등의 여성을 상품화하는 표현들로 성차별적인 광고 행위를 통해 경쟁한다. 한편, 현지에서는 중개업체들이 여성들에게 배우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혹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후에 결혼생활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소위 맞선을 볼 때에도 미인대회식으로 1시간에 100여 명의 여성을 보여주고 남성이 이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데, 배우자가 필요한 남성들은 쇼핑하듯이 단시간 내에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골라 돈을 주고 구매하고, 돈이 필요한 여성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 배우자에 대해 자세한 정보도 고지받지 못하며 선택할 권리도 없이 ‘채택’ 받는다. 이 과정에서 현지, 한국 중개업자들이 개입하면서, 현지 여성의 나이, 출신지역, 학력에 대해 밝히고, ‘어릴수록, 시골출신일수록,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좋다’는 훈수를 둔다. 이렇게 대량 속성으로 진행되는 국제결혼 과정에서 정보권을 중개업자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의 자유로운 배우자 결정권 역시 침해된다. 또한,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은 조직적인 연결망에 의해 여성을 모집, 기숙, 관리, 통제하고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국제기준에서 정의하는 인신매매적 속성을 띠고 있으며, 실제로 캄보디아에서는 이러한 결혼중개를 인신매매로 취급하여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정신 질환이 있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을 때 비로소 이주여성들의 인권과 생명권이 침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도 이주여성들의 인권은 침해당하고 있다. 심지어 그 먼 옛날 고구려 옥저 등에서 이루어졌던 매매혼 풍습인 서옥제나 민며느리제도 사위 또는 며느리가 미래의 배우자감의 집에 어릴 때부터 살면서 얼굴을 익히고 가족처럼 지내면서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건만, 중개업을 통해 여성을 쇼핑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결혼, 현대판 매매혼은 어찌 보면 인권적 시각에서 그보다 더 일보 후퇴한 듯도 하다.

 

 

법률의 사실적 부재

 

많은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에 대하여 법적 규제는 분명 존재한다.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2002년 발표된 68호 명령(Decree No.68) 제2조에서 인신매매, 노동착취, 성폭행, 기타 착취행위가 금지됨을 명시하고, 또한 이윤을 목적으로 한 결혼중개를 엄중히 금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1990.6.13 우편주문 신부 금지법(Anti-Mail Order Bride Law)을 제정하여 필리핀 여성으로 하여금 영리를 위해 우편주문방식이나 개인 소개를 통해 외국인과의 결혼 알선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협회의 회원이 되도록 소개, 유혹, 등록, 권유하는 행위 등을 ‘불법’으로 선언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두어 ‘부정한 방법의 모집 알선 금지, 광고 금지, 미성년자 소개 금지, 집단맞선 금지’ 등 문제 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왔지만, 현실은 항상 그대로였다. 문제되는 중개행위들이 대부분 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제11조에서 외국 현지법령 준수 의무 등을 두고 이를 위반 시 영업정지, 폐쇄조치를 취할 뿐 형사적 제재는 하고 있지 않아 국제결혼 중개업에 대해 사실상 관리감독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제결혼을 성적 파트너 교체로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International Marriage Broker Regulation Act에서 K-1(fiancee visa) 발급을 총 2회로 제한하며 2년 이내 신규 비자 발급 신청을 제한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이 부분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때문에 이들의 가정폭력 피해도 심화하고 있는데, 국적취득 이전 결혼이주자의 신분은 ‘외국인’이며, 체류연장과 귀화신청에 한국인 배우자의 조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면서 한국인 배우자가 이주여성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비자 문제로 발생한 위계 속에서 이주여성은 가정폭력 등의 학대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법적 신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2004년 인도주의적 요청에 따라 국적법 제6조 혼인에 기한 간이귀화의 국내거주요건을 좀 더 완화하여 개정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법적 제도의 정비를 통해 이주여성의 체류를 보장하고, 실질적 법률지원 구조 마련, 무형적 폭력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이주여성의 안정적 신분보장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성산업으로 유입된 이주여성, 그리고 인권

 

한편, 결혼뿐 아니라 성산업을 통해 유입되는 이주여성들의 인권침해 실태 또한 심각하다. 동남아시아 등지의 현지 기획사를 통해 ‘가수’로 일할 여성이 선발되면, 한국 기획사는 선발된 여성과 계약을 체결, E-6(예술흥행) 비자 발급절차를 진행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여성은 미군기지 인근의 외국인전용업소에 배치되어 성산업에 종사하게 된다. 예전에 ‘양공주’라 불리며 미군기지 주위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던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리를 그대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자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의 법 규정과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국제법상 규율되고 있는 범죄행위이나, 성매매 목적 입증의 어려움, 성산업으로 유입된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이러한 범죄행위에 형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한 실정이다. 또한,피해를 신고한 이주여성이 오히려 강제퇴거를 당할 우려가 있으며, 현행법상 성매매를 한 이주여성은 수사 및 재판절차 종료 시까지, 수사에 협조하는 한도 내에서 보호될 뿐이어서 피해가 음성화되는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해 안정적인 체류 보장과 생계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과 인신매매처벌법의 제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중간 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작은 세미나를 통해 ‘내가 무지한 부분이 너무 많았음에도 나의 관점이 균형적이라 여겼구나.’ 고 나 자신의 시각을 다시금 성찰하게 되었다. 항상 인권에 관해 말하게 될 때에는 무척 조심스럽다. 교과서에서 정의되는 인권, 내가 말하고 있는 인권이 현실과 유리되어 허공에 맴돌다 흩어지게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그리하여 현실 속에서 진정 보장되어야 할 인권을 외면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내가 타인의 인권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지. 보편적 인권이란 존재하는지. 보편적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개개인이 원하는 권리와 그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자유,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할 수 없게 되는데, 결국 인권이라는 것은 보편적 제도를 통해 개별적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 텐데 인권에 대한 담론이 피상적인 탁상공론에 그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의, 어느 특정 집단의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 나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왠지 기분이 꽤 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권에 관해 고민하고 공감하는 그 과정 속에서 인권의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중개업의 허실로 인해 무참히 살해된 이주여성의 이야기에 함께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리고 ‘도움을 준다’라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그들을 유아시하고 위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다 정의로운 법아래 평등하게 보호받고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글_백나라 (1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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