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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와 한국 법: 체류와 국적' - 결혼이주여성 법률교육에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09.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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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다문화의 상징이자 ‘외국인 며느리’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때때로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제가 접할 수 있었던 논의에서는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는 드러나지 않은 채 추상화된 약자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9월 13일, 평택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소라미 변호사의 “결혼 이주와 한국 법: 체류와 국적 중심” 강연에 참관했던 경험은 그동안 이미지에만 머물던 그녀들과 직접 만나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연사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는 여타 강연과 달리, 이 날 모인 30여 명의 여성들은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한국어에 서툰 이주여성들을 위해 통역사가 강연 내용을 통역하기도 하고, 안고 온 아이가 칭얼대면 달래기도 하고, 다양한 상황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하던 그녀들. 그 모습에서 그녀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과 한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절실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맡은 소라미 변호사도 한국어 실력이 천차만별이며 상당히 앳되어 보이는, 그러나 결혼과 생활에 임하는 태도만큼은 진지한 그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노력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연은 두 가지 경우에 대한 법률 정보 전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결혼이 원만하게 유지되는 경우의 체류와 귀화, 가족초청 등에 대한 법률상의 조건들을 살펴보았는데, 특히 이주여성과 한국인 남편 사이에 아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많은 제한조건들이 완화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을 한국 국민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녀의 진정성이나 결혼의 안정성을 아이를 통해 확인하는 태도는, 우리 법과 사회가 이주여성을 출산과 양육을 담당해야 할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이 본국의 가족을 초청하는 것과 관련하여서 거의 아이를 돌보기 위한 목적의 여성 친족의 초청만이 허용된다는 점도 이런 시선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강연 두 번째 부분에서는 결혼생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특히 가정폭력이나 이혼이 필요한 상황 등에서 권리구제, 거주, 양육 관련 법률을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어도 잘 모르고 한국에 의지할 사람도 없는 결혼이주여성이 가정 내에서 유무형의 학대를 경험하는 경우 적절한 도움을 구하지 못하여 극단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한 법률 교육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날 함께한 이주여성들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런 정보를 얻을 통로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번역이 되지 않은 법령의 형태나, 한국인 가족의 전달을 통해서 얻게 되는 부족한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그녀들이 겪는 불안은 상당할 것입니다. 특히 이 날 강연한 내용에 해당하는 비자와 국적, 결혼과 이혼 관련 절차들만이라도 알기 쉽게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자료가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체계적으로 배포된다면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보 절실한데도, 정작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이주여성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많은 이주여성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농촌인 그녀들의 거주지에서 센터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욱이 한국인 남편이나 가족들이 한국어를 배우거나 이주여성의 권리에 대해 학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아들이 이주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분께서 참석하여 강연 내용에 대하여 “며느리들이 자기만 알게 만든다”며 불만을 토로하셨는데, 센터 담당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처럼 교육을 받게 되면 ‘나쁜 물이 든다’며 외부와 결혼이주여성의 소통의 막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을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기 전에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하는 태도는 언어의 어려움과 함께 그녀들을 얽매는 이중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을 한국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가진 하나의 주체로 존중하기보다는 그녀들의 재생산 능력에만 집중하는 태도, 그리고 사회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모습들은 그동안 왜 그토록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결혼이주여성의 권리침해 사건들이 법적으로 발굴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라미 변호사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그녀들의 목소리가 법과, 그리고 우리와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_홍인(16기 자원활동가)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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