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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타’만 돌려보내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스티븐 카슬 교수 NGO 간담회에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09.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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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복에 젖어 있었다. 고향인 스리랑카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설렜다. 빠진 물건은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러나 비행기에 몸을 채 싣기도 전,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출국 심사를 하던 심사관이 여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그를 가로막았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얻은 'F-2-1 비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알고 보니 출국 심사관이 배우자 비자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는 이미 떠났고, 심사관이 건넨 말은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재수가 없었네.”

 

이는 지난해 지역의 한 이주민인권센터에서 만난 미란타 씨의 사연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한국에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지 않는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이들을 대하는 시선은 거의 변함이 없다.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미란타’는 우리 것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적’일 뿐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카슬 시드니 대 석좌교수는 이런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이주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우리는 이를 사회변환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한국사회의 변화와 국제이주’라는 주제로 한 NGO 간담회가 열렸다. ‘사회전환과 국제이주’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카슬 교수팀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NGO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주의 시대>의 저자로도 알려진 그는 국제이주 분야의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간담회는 카슬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먼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며, “국제이주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의 일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대변되는 급격한 경제구조 변화가 밀려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한 때 비주류로 여겨지던 헝가리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1886~1964)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칼 폴라니가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이미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듯이, 카슬 교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폴라니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윤과 합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 자유주의는 반드시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반드시 ‘이중운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동운동, 시민단체 운동과 마찬가지로 ‘국제이주’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택하는 또 다른 저항이라는 얘기다.

 

인식은 변화만큼 따라지 못해…

 

 

 

그중에서도 카슬 교수는 ‘아시아의 국제이주’에 대해 집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주자를 송출하는 국가들이 이제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식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카슬 교수의 지적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이주민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기만 하다. 카슬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를 장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은 ‘이중성’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고용허가제를 장려하면서도, 체류기간이 만류되면 되돌려 보내길 원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카슬 교수는 이런 우리나라의 이주민 정책은 1970년대의 독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경기가 침체하자 독일 내에서도 그동안 밀려왔던 이주민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독일 정부는 귀국 비용을 지원하면서까지 이들을 내보내려고 했지만,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카슬 교수는 “독일에서도 1998년, 이주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도록 법이 개정되기까지 25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NGO 활동가들도 “단기적인 이주민 정책” 지적

 

 

강연 후, 이어진 NGO들과 토론시간에서도 비슷한 지적은 이어졌다. 대다수 활동가는 공통으로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다문화 가족만 하더라도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야 혜택기회라도 얻을 수 있고, 미등록 가정 등 여기에 속하지 못한 가족들은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미등록 가정 아이들은 분명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이 땅의 살 ‘권리’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카슬 교수는 지금보다 우리가 더 나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외국인을 우리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이주노동자를 쫓아낸다고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주민이 사라지면, 우리가 더 잘살게 된다.”라는 주장이 우리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최근 대구건설노조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내야 내 밥그릇이 보장된다”고 앞장서서 외쳤던 이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는 그들의 적이 아니라 ‘연대해야 할 대상’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카슬 교수가 강연 마지막까지 “정부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인권의식이 성장하고, 사회가 점점 민주화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미란타가 바라는 것도 특별한 게 아니었다. 자신도 단지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싶을 뿐이라고.


글_서영지(1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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