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 염형국 변호사와 함께한 장애인 인권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공감이 2012.09.24 20:01

본문

T-4 작전은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있었던 나치 독일의 인종정책의 일환인 장애인 학살 계획입니다. 히틀러는 이 작전을 통해 20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을 ‘가치 없는 목숨’이라고 정의하고 안락사·가스실 등으로 체계적으로 살해하였습니다. 이는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와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히틀러는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개인으로서도 전혀 무가치한 삶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인권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말 천인공노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을 괜찮은 직장동료이자 친구로 친근한 이웃으로 인식하고 있나요? 그들을 정말 우리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 장애인시설물의 설치를 반대하는 공고문이 게시되었습니다. 집값 하락, 사고위험증가, 보통사람으로 볼 수 없음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공고문의 내용은 갑자기 한 주민이 생각해낸 독특한 생각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위험요소로 파악하고 장애인시설물이 설치되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사회의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는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구호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그 명제가 자기 일이 되는 순간에는 등을 돌립니다.

 

9월 19일 공감에서 장애인 인권에 관한 작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시설 내 인권침해가 문제 된 ‘도가니 사건’을 비롯하여 장애인 차별, 장애인 관련 입법 상황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듣고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주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전국에 현재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등록된 시설만 681개가 존재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약받고 단체생활 탓에 사생활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신고 장애인수용시설은 더욱 열악하여 시설인들이 감금과 학대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강제입원 비율이 10~20%인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는 90.3%에 달하고, 평균입원일수도 서구가 10~50일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33일에 달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상태가 서구의 정신장애인보다 훨씬 심각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은 우리 사회가 정신 장애인을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 시키는 것보다 사회로부터 ‘격리’ 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장애인은 현행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의사의 진단과 보호자 2명의 승인만 있으면 강제입원조치가 취해지고 기간연장이나 퇴원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병원 등 장애인시설에 반강제적으로 수용된 장애인은 기약 없이 외부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들과 사회 사이에는 경제적인 능력, 사람들의 인식 등으로 인해서 높은 울타리가 쳐지게 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시설에 오랜 기간 지낸 사람들은 집단생활, 사회로부터 격리, 시설 안에서의 폭언과 폭행 등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자유에 대한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내면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염형국 변호사는 우리의 인식이 먼저 변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시설운영자의 입장에서 시설인의 입장으로, 장애인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입장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학교, 직장, 마을 등 여러 삶의 터전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가진 감옥이라도 그곳에 갇히길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은 장애인수용시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감옥이 많이 늘어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장애인복지시설이 훌륭할지라도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살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은 없을 것입니다. 자유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욕구이며 인간은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시설의 확충과 복지서비스의 향상이 아니라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줄 사회이며 그 구성원들인 우리의 따뜻한 시선입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사귀고, 목욕탕을 가거나 놀이동산에 가는 등 우리에게는 이렇듯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당연하게 부정되어 버리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들도 장애인들에게는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그 무언가일 수 있습니다. 우리와 장애인의 이러한 차이는 어쩌면 이들의 장애가 아닌 우리의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장애인들을 ‘도움이 필요한 특이한 사람’ 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시 내 관점대로 그들의 목소리를 왜곡해서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잘 들어봅시다.

 

글_김태현 (16기 자원활동가)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신경숙 작가 추천사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공 블로그 구독하시고, 아래의 '추천','좋아요'도 눌러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