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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권하는 책] 새로운 가능성의 전위로 변방을 재발견하다 - 『변방을 찾아서』

공감의 목소리/공감이권하는책,영화

by 비회원 2012.09.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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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낳았다. 휴직을 하고 집에서 정신없이 애를 보는데 신영복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싸가지가 없어서인지, 직접 보고 겪지 않고서는 잘 인정을 못 해서인지 나는 존경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까칠한 성격이다 보니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을 존경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 중 한 분이 신영복 선생님이다. 신간 소식에 반가워 책 볼 여력도 없는 주제에 냉큼 책을 사 애를 재우며 짬짬이 읽었다. 선생님 글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좋다. 그렇지만 쉬이 읽을 수 있다 해서 담고 있는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눈으로는 쉬 읽히나 마음으로 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번 변방을 찾아서는 신영복 선생님께서 써준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 글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찾아가보니 글씨가 있는 곳 모두가 변방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도 변방을 찾아서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통혁당 사건으로 20여 년간 징역형을 사신 선생님의 삶 자체가 변방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변방끼리 통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변방은 일반적으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부로 인식되고 그렇기에 변방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온정주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변방을 낙후되고 소멸해가는 주변부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전위로 읽어 내고자 했다고 한다. 즉 공간적 의미의 변방이 아니라 담론 지형에서의 변방, 즉 주류 담론이 아닌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의 의미로 재구성하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변방성’, ‘변방 의식이라고 제시한다. 우주의 광활함과 구원함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위상 자체가 변방일 수밖에 없으며 이로부터 세계와 주체에 대한 통찰과 성찰이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변방성 없이는 통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더라도 변방의식을 내면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변방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창조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인류사는 언제나 변방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어 왔으며, 문명이 변방으로 이동하는 까닭은 중심부는 변화하지 못하는 반면 변방은 변화의 공간, 창조의 공간,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감사무실에도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있다. “희망을 그리는 길, 공감”, “쇠귀지난 2009년 공감 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선생님께 어렵게 부탁드려 받은 글씨다. 표구해 사무실 벽에 고이 걸어두었다. 2004년 공감이 첫발을 내딛으며 처음 벌인 사업이 소수자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인권현장으로 변호사를 파견하는 사업이었다. 어느 변호사도 일하고 있지 않은 곳에 뛰어 들었으니 그곳이야말로 변방이라 할 수 있겠다. 8년간 공감은 어찌했던 공간적 의미에서 늘 변방에 있어왔다. 그런데 변방에 있는 것에서 나아가 변방성 즉 비판담론, 대안담론을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함께 일한 동료는 참 지지리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며 탄식을 했었다. 슬럼프를 박차고 올라온 동료가 다시 한 말은 세상은 바뀌지 않았지만 나는 바뀌었다, 그로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게 아니겠냐는 낙관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내려는 조바심보다는 긴 호흡으로 낙관하는 자세가 아닐까. 문명이 그래왔지 않은가. 변방이 새로운 중심으로!

 

* ! 저는 6개월간의 출산육아 휴직을 마치고 지난 8월에 업무에 복귀하여 엄마 노릇과 일을 행복하게(?)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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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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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20 11:45
    페북으로 보았던 글이지만^^ 다시보니 또 좋은데요~
    눈으로는 쉬 읽히나 마음으로 담는데 시간이 걸린다.. 참 좋아요~
    변방도 ㅎㅎ 혁명과 새로움은 언제나 변방에서 시작하자나요!
    공부를 하다보니 그것이 월매나 어려운가 사회학은 온통 path-dependency와
    래칫현상과 기존의 힘을 강화하는 사회심리적 체제와 커리큘럼밖의 학습으로
    그런 일은 방지되는 기제가 이렇게나 견고하게 촘촘히 정비되어 있음을 보지마는..
    한낱 백일몽이나마 이렇게 안될거 같은 일에도 계속 두드리는 그리고 변방서부터 바꾸어 나가는^^
    공감을 축복합니다. 그저 늘 선망함으로 바라보는 일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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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20 12:03 신고
      응원글 감사합니다~~!!^^ 지은님도 즐겁고 풍성한 가을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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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08 15:5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변방은 사회적, 국가적, 인류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저는 사람의 개인사에도 변방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Steve Jobs같은 사람도 변방의 삶을 살았지만 결국엔 세상을 바꿀만한
    제품과 회사를 내 놓았고,

    저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주류와 반대되는 몇 가지 선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살아가는데 뼈와 살이 되는 경험을 꽤 했거등요.

    예를 들면,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법학같은 실용적이고 취직에 더 도움이 되는 전공보다
    밥벌이에는 큰 도움이 안되더라도 가슴을 울리는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전공을 선택 했더랬죠... 저는 그런 학문이 일이나 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