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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행사] 2012 여름 청소년 인권교육 후기

기부회원 이야기

by 동-감 2012.08.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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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고 보편적이지 못한 후기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에서 주최한 청소년 인권 교육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공감 기부자와 기부자 자녀, 그리고 인권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는데, 저는 기부자는 아니지만 인권에 관심 있는 청소년으로서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행사는 장서연 변호사의 법과 변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으로 시작해,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황필규 변호사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테이블 별로 변호사 분들과 학생 분들이 둘러 앉아 인권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를 진행하기 전 미리 나누어 준 '나의 뇌 구조' 그림에 인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본 뒤, 그 내용을 재료 삼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왜 천부인권인가?

-스펙트럼, 다양성

-다른 사람을 이해/설득시키는 것,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의 어려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겉모습만 인권 운동이 아닌, 진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

-좁은 시야,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

등을 적었습니다.

저희 테이블에는 열 명 정도의 학생 분들과 장서연 변호사가 계셨습니다. 학생들은 앉아 있는 순서대로 돌아가며 자신이 적은 내용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마지막 학생에 이르렀을 때 (남자였고, 아마도 중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이 적은 단어 중 '성소수자'가 있었습니다. 장서연 변호사는 그 학생에게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학생이 뭐라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아직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음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담긴 대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서연변호사가 '그럼 학생은 성소수자는 인권 보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이 글에 쓰인 대화문은 제 기억에 의해 쓴 것이기에 정확히 이런 식으로 말하진 않으셨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묻자 그 학생은 네, 그건 자연스럽지 않아서. 라고 대답했습니다. 장서연 변호사께서 이어서 질문을 하셨는데, “소수이기 때문에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요?”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의 대답은, 하루 종일 저를 괴롭혔던 말이기에 똑똑히 기억나는데,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라고 생각한다"였습니다.

장서연변호사는 성소수자 인권은 사람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갈리는 사안 중 하나이다, 내가 얼마 전에 트렌스젠더 인권에 관한 글을 공감 홈페이지에 쓴 적이 있는데, 공감 후원자 중 한 명이 자신은 공감이 이런 일도 하는 줄은 몰랐다며 자신의 후원금이 이 사업에는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내용의 댓글을 쓴 적도 있더라. 하지만 이걸 생각해보라. 한국에선 옛날에 왼손잡이를 터부시하고, 교정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라고 말하셨습니다.

이어서, "사실 이 자리에도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 있다고 말한 학생이 몇 명 있어요”라고 말하셨습니다.

몇 초의 간격이 흐른 후, 장서연 변호사는 저를 보고 웃으며 "뭐 말할 거 있어요?"라고 물으셨습니다. 무언가 그 학생의 생각을 바꿔 놓을 만한 말을 하길 기대하시고 하신 말 같았습니다. 저는 남학생의 말을 들은 즉시 반론을 생각하느라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지만, 즉시 할 말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좀 더 생각해보고 질문 드릴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장서연변호사는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보고 싶으신 것 같았지만, 여학생 한 명이 다른 주제에 관한 질문을 하며 성소수자에 관한 짧은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저는 행사가 끝나면 그 남학생에게 메일 주소라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을 해야 그 학생이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메일로 공감이 갈 만한 글이라도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 그 학생을 찾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실 그렇게 아쉽진 않았는데,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으면서 화가 났습니다. 나는 왜 그때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말하지 못했나. 정상과 규범에 대한 고민은 내가 최근 얼마 간 질리도록 해온 것인데, 나는 왜 '다수가 따르는 게 과연 정상일까요?'라는 간단한 말도 하지 못했을까.

저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후회됐고, 한 명의 사람을 이해시킬 기회를 놓친 것이 사무치도록 안타까웠습니다. 어른들은 몰라도 청소년들이 편견과 경직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희망이 꺼져버리는 느낌입니다.

- 이 글은 작성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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