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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공감에서 이런 말, 해도 되나요? - 김연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공감이 2012.08.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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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주는 부담감이 있다.

 

다른 집단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온 동기들이 많은 로스쿨에서조차 30대 후반의 두 아들을 둔 아줌마라는 나의 이력은 나의 말과 행동을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가수나 노래, 연예인을 동기들 대부분이 전혀 모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혹 내 말이나 행동에 타당하지 못한 점들이 있어도 내 나이 때문에 학우들이 그 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그냥 따라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고, 1년 반 동안의 로스쿨 생활 동안 종종 그러한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며, 나이로 밀고 나가는 것에 익숙해지기에는 아직 나이가 덜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2학년이 되면서 로스쿨 생활에서 소극적이 되기 시작해서 주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줌마 동기들과 어울려 다니고 어린 동기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동기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듣는 편에 서려고 노력했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앞서 했던 걱정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작은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을 벌이며 기쁨을 얻었던 내가 희미해져 가는 데서 오는 상실감을 나이가 들면 이래야 한다며 달래는 것이 조금은 힘들었다.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시작할 때의 나는 이런 상태였다.

 

공감에서의 경험이 뭔가 다를 거라는 동기의 말을 실무수습에 나가기 전에 익혀 두어야 할 각 기관마다의 특징 정도로 무덤덤하게 이해하고 이 무더위에 정장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집을 나섰다. 예정된 시간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있으니 실무수습을 함께하게 될 8명의 동기가 차례로 들어왔다. 역시 학교에서와 비슷하게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기들이어서 말도 행동도 조심하자는 생각에서 간단한 인사만 나눈 채 다음 일정이 이어졌다. 어색함이 가시지 않은 채로 이튿날이 시작되었다. 장 변호사님께 배정되어 난민 관련 사건의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수습생들을 전적으로 믿고 큰 방향만 지시해 주시는 작업 방식이 내게 잘 맞아 과제 진행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되어 갔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공감의 구성원 변호사님들의 연령대가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오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남들을 배려하는 공감에서의 분위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동기들과 변호사님들, 그리고 대학생 인턴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날의 주제는 아들과 딸의 다른 점에 대한 것으로 시작되어 사위와 며느리의 차이점 등으로 이어졌고, 그 요지는 예부터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은 사회학적 분석이 가능하고 나이가 들어 경험이 늘어나면 그것이 옳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었다. 대화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제목만 들으면 여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반발을 할만한 주제들이었으니 인권 감수성이 발달한 공감의 대학생 인턴들의 귀를 그냥 스쳐지나 갈 리 없었다. 역시 테이블 끝쪽에 앉아 대화의 내용을 상세히 들을 수 없었던 인턴이 “그런 말, 공감에서 해도 되나요?”라며 아마도 반발심이 섞여 있을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상했다.

 

다른 곳에서라면 아차 하며 쓴웃음을 짓고 입을 다물었을지도 모를 내가 “공감이니까 해도 되지 않나요?”라며 오랜만에 즐겁게 대답을 한 것이다. 비록 자리가 멀어 대화를 이어가진 못했지만, 그날 이후 남들과 다르므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로스쿨에서의 짧은 생활이 내게 얹어놓았던 부담감이 사라지고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며 그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나와 상대방을 보며 기뻐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비록 그로 인해 공감에서 주최하는 월례포럼에서 공격적인 질문들을 받기도 했고 공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실무수습생이어서 아무 도움도 못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걱정이 살짝 들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 실무수습생들이 방문하여 공감에서 하는 일들을 체험하는 것 자체가 공감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교육연계라는 윤 변호사님의 말씀을 듣고 뒤풀이에서 애정을 가득 담아 채워주시는 전 실장님의 술잔을 받으며 아이가 부모에게 걱정을 맡기고 편안히 생활하듯 나 역시 그렇게 편안해졌다.

 

그 편안함은 믿음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 데 2주라는 시간은 너무 짧지 않은가?’ 스스로 반문해보고 이내 다시 답을 얻었다. 그 믿음은 개개인을 믿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조직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매뉴얼의 최상위에 믿음이 있는 것이며 실제로 공감은 이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기에 억눌려있던 나의 말과 행동의 자유가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라고. “구성원 변호사님들끼리 친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공감이 잘 운영되네요.”라는 농담부터 “공감의 반인권적인 뒤풀이문화가 너무너무 좋아요.”라는 수습 동기들의 고백까지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소수자들의 인권보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이 믿음은 공감의 공간과 사람들 구석구석에 체화되어 있어서 공감의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나 느끼고 영향을 받는다.  

 

“공감에서 이런 말, 해도 되나요?”가 “공감이니까 이런 말, 해도 괜찮아요!”로 바뀌기까지 장 변호사님 밑에서 함께 지도받고 책까지 빌려 준 아름다운 청년 재영이와 매 뒤풀이에서 전 실장님의 엄청난 총애를 받으며 새벽을 사수하던 재원이, 수습 첫날 허리를 다친 덕분에 꽃미남 한의사님께 치료받는 영광을 누린 가영이, 전라도를 주름 잡고 있지만 타지에 대한 예의상 점잖았던 주교, 언뜻 비치는 코믹 내공이 예사롭지 않아 앞으로의 만남이 기대되는 경선이, 변호사님의 세미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다른 과제를 받아 낸 동성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한 아람이, 그리고 여전히 미소년의 매력을 간직하고 계신 차 변호사님, 날카로운 표정이지만 앳된 웃음으로 우리를 무장해제시키시는 장 변호사님, 반인권적이었지만 소위 인간적인 90년대 뒤풀이 문화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계신 염 변호사님, 아름다운 미모에 반전인 호탕한 성격을 지니신 윤 변호사님, 난민 관련 설명을 하시며 엄마처럼 푸근한 면모를 보여주신 박 변호사님, 그리고 선풍기 조립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워하시던 안 실장님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숨길 수 없기에 수습생 누구나 동물적 감각으로 ‘이 분이 갑이다!’를 알게 되는 전 실장님을 떠올리며 짧지만 진한 공감 후기를 마친다.    

글_김연옥(성균관대 로스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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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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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06 18:17
    인권법 캠프 참가자입니다. 인권법 캠프도 반인권적이었는데 실무수습도 그렇군요! 크하하.
    여기라면 편안하게 말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 건 많은 사람들이 같은가 봐요. 공감 실무수습 홍보글로 아주 좋은 후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