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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인권법 캠프 후기] 캠프에서 다시 접한 주거권,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권리 - 이영매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2.08.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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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거권이라는 말을 접한 것은 앰네스티 소식지 덕분이었다. 물이 없어 씻지 못해 차별받는 슬로베니아 아이들, 집에 화장실이 없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 성폭행 위험에 노출되는 케냐 여성들에게 보장하자던 ‘주거권’.

 

하지만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많았다. 그 주거권 강의는 연이어 웃게 되는 빙고게임으로 시작되었다.

 

 

빙고게임은 조별로 한 팀이 되어 ‘내가 원하는 집의 요소’를 주제로 수강생 전체가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우리 조는 남들이 하지 않을 것 같은 단어로 ‘역세권’을 골랐다. 하지만 그 단어를 자신 있게 말한 순간, 무려 몇 군데의 조가 우리도 있다며 소리를 질렀다. 보기 좋게 전략이 실패한 것이다. 이 외에도 게임 전체에서 등장한 단어는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뉘었다. ‘잠, 일조권, 치안, 수압’ 등 사는 곳으로써의 집과 ‘역세권, 학군, 재건축, 종부세’ 등 재산으로써의 집에 관련된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재산권과 관련된 단어들은 우리 조뿐 아니라, 다들 비장의 무기로 여기는 듯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하는 집의 요소에 재산으로써의 성격을 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미디어에서는 대부분 집이라는 건물의 가격에 집착한다. 빙고게임처럼 웃으며 언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 법 규정도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민법 제211조의 소유권 규정 등 집을 소유한 자를 위한 규정은 있다. 하지만 법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 세입자(점유자)의 경우, 그들을 보호하거나 정당하게 보상할 방법이 없다.

 

강연을 맡은 차혜령 변호사는 주거취약계층 관련 활동 중 활동가에게 이와 같이 설명하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권리 아니냐’는 반문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하는 차혜령 변호사의 표정처럼 나 역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제37조의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제16조의 주거의 자유 등으로부터 주거권은 얼마든지 도출해 낼 수 있으며 또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 제도가 보장해 주어야 할 권리가 법의 미비와 편견, 다수의 무지, 혹은 망설임으로 무시당하는 시간에 어떤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 순간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싫은 불편함이 아니다. 바꾸어 나가고 개선해 나가면 되는, 나를 밀어주는 힘이 올라오는 것이다.

 

 

공감의 기획소송이었던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주민등록전입신고 수리거부처분 취소소송(일명 ‘주소지 찾기 소송’)이 모두 승소했음을 판결문으로 확인하면서 법원 역시 공감과 같은 태도임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공감에서는 개별 사건 변론뿐 아니라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조사하고, 법안까지 작성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사와 법안 작성 업무 비중이 높다고 하셨는데, 그 자체가 몹시 흥미로웠다.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일은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밑 빠진 독의 구멍만 막는 방식이 아니라, 독 자체를 바꾸고, 독이 왜 깨졌으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히 들은 것. 그것이 이번 캠프의 큰 성과 중 하나였다.

 

강의는 주거권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부탁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미 나는 그럴 다짐이 되어있었다. 일회성 지지를 넘어서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실감한 것이다. 우리 조원 중에는 비닐하우스촌에 찾아가 그곳 주민들의 고충을 직접 접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활동으로도 또 참가자들을 다시 마주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강의가 끝나자, 나는 누군가에게 반한 듯한 기분이었다. 몰랐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글_이영매(여름 인권법 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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