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름 인권법 캠프 후기] ‘우리’라는 이름의 환상 - 최혜수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2.08.16 19:42

본문

처음 시작은 다소 비장한 감도 없지 않았다. 인권법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그렇게 흔히 접하는 분야는 아니었기에 1박 2일간의 캠프 여정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겠다고 다짐하고 출발했다. 첫 만남의 어색한 시간을 ‘오글거림’으로 깨 준 것이 '봉황탈출' 놀이였다. 모두들 어떻게든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봉황으로 탈출하느라 바빴지만, 서로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점심시간과 조별 친목 도모가 이어진 후 우리는 윤지영 변호사님과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척 재미있었던 점은 단지 ‘소수자’의 편에 서서 일방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변에 대해 반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차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접하게 된다. 우리가 차별을 부수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접하는 많은 벽들이 상대에게는 합당한 이유이고, 그것을 논박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탈북자와 대성공사의 문제를 논하면서 인권과 국가보안 사이의 첨예한 대립과 그 사이의 타협점이 어디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인권’이라는 것은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지만 그것의 절대적인 보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최선의 존중은 어떤 것인지 머리가 복잡해서, 토론에 참여하여 한마디 하고 싶으면서도 확고한 입장이 서지 않아 입을 뗄 수 없었다.

 

 

‘우리’라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를 담고 있다. ‘우리’라고 칭하고 나와 타인을 묶을 수 있는 반면,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경계 짓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노출되어 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은 ‘우리’가 아닌 남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 때도 있다. 다만 그것을 공감하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캠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인권에 대한 질문들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공감능력이 전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진행된 강좌들과 지난밤의 과도한 친목 도모로 둘째 날 점심식사 이후에는 많은 이들이 피곤해하고 있었다. 마지막 강의라는 생각과 이제 곧 끝난다는 생각에 몸이 나른해져 혹시 졸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께서 강연 대에 자리하셨다. 나른함도 잠깐,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에 눌려 순식간에 장내가 숙연해 졌다. 309일간의 크레인 생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도 내내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빠듯한 짐을 꾸리면서도 한편에 밧줄을 넣고 크레인에 오르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동자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하던 동료의 빈자리를 보면서도 담담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을 들으며 새삼 노동과 생존이라는 것의 무게감을 느꼈다.

 

하느님의 꼭두각시는 최고도 최악도 모두 우리일 뿐, 마지막도 처음도 없다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말처럼 우리가 고민하는 수많은 종류의 ‘인권’의 문제들이 결국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문제이기에 결코 ‘우리’ 밖에 있는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짧은 소감을 마친다.

 

글_최혜수(여름 인권법 캠프 참가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