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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공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고민들, 그리고 함께 가는 길 - 김재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비회원 2012.08.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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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고민

 

법을 써먹어서 떼돈을 버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사법부가 소수자들을 위한 이 사회의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를, 바라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기대에 편승해보고 싶기도 했고, 감당하기 쉽지 않은 로스쿨 학비에 애써 눈감아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는 인지상정 아니야?’라며 항변해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혁도 혁명도 다 좋지만, 우리가 지금 살 부비며 살아가는 이 땅을 당장 지금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하는 것은 법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아우성은 달랐습니다. 법은 너무도 무력하다며, 법은 결국 군림하는 자에게 복종하는 지배자들의 도구일 뿐이라며, 눈을 흘겼습니다. 자본권력 앞에 갈수록 무력해지는 그들만의 ‘법치’ 앞에서, 그 눈흘김에 항변할 수 있는 말은 너무도 적었습니다.

 

결국은 그런 두 가지 고민이었던 것입니다. 동기가 필요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려오기만 한 삶, 지금이라도 조금 멈춰 서서 내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첨단 상법학과 국제법학 과목들이 즐비한 학교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무지막지한 학점경쟁을 한 학기 치러내면서, 그런 것들을 배우는 것도 좋고 학점을 챙겨 놓는 것도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것이니 다 좋은데, 다만 내가 도대체 어디로 가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는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절박함에 쫓기듯 찾아간 곳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었고, 저는 이곳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보았습니다.

 

 

공감에서의 나날들

 

앞서 인턴을 한 지인을 통해 익히 들어오긴 했지만, 처음 들어선 공감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담했습니다. 10명의 구성원과 인턴, 실무수습생, 시보, 펠로우 등을 위한 자리 10여 개가 책장을 칸막이 삼아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사무실 한 가운데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회의실이 있는 구조. 아담함에 우선 놀랐지만, 곧 그보다도 정겹다는 느낌이 더욱 크게 들었습니다. 그 좁은 와중에도 인턴들이나 실무수습생들을 위한 자리와 컴퓨터가 널찍하게(?) 10개나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바짝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오전에는 변호사님들께 각자의 담당 분야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염형국 변호사님의 장애인 차별과 탈시설 문제 등과 관련된 장애인권 강의, 윤지영 변호사님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불법연장근로 등에 관한 취약계층노동 강의,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등과 관련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장서연 변호사님의 성소수자인권 강의, 가수가 되고 싶어 한국에 왔다가 졸지에 성매매 여성이 되어 버린 ‘로잘린’의 사례를 다루며 다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차혜령 변호사님의 여성인권 강의 등이 첫 주에 이뤄졌습니다. 두 번째 주에는 계속 이어서 장서연 변호사님이 외국인 보호소나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 관련 쟁점에 대한 강의를, 박영아 변호사님이 난민법 제정과 난민인정절차 등을 중심으로 한 난민인권·국제인권 분야 강의를, 그리고 차혜령 변호사님이 주거권을 중심으로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빈곤·복지인권 분야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매일매일의 강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무엇보다도 변호사님들이 직접 발로 뛰며 겪은 생생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소수자들의 삶에 접근해가는 공감의 활동 영역들은 그러한 문제들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아주 정치한 법적 기술 역시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공감이 다루는 법적 쟁점들은 법 실무계든 법학계든 막론하지 않고 잘 다루지 않는 쟁점들이 많아, 소위 ‘공익법무’에 대해서 갖는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오히려 더 전문적이고 실천적인 법적 지식 역시 변호사님들의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 인턴, 시보, 펠로우, 실무수습생 모두가 한데 모여 갖는 즐거운 점심시간 이후 오후 시간에는 각자 담당 변호사님들이 부여해 주시는 서면 작성 과제, 리서치 과제 등을 수행했습니다. 저의 담당 변호사님이셨던 염형국 변호사님은 가칭 「공권력 피해자 구제에 관한 법률」의 성안을 위한 기존 개별 과거사 관련 법령들 리서치, 지하철역 장애인 성별 미분리 화장실에 대한 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 작성,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에 대한 공공기관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에 관한 리서치 등 총 세 건의 과제를 부여하셨습니다. 다른 실무수습생들 역시 각자의 담당 변호사님들께 난민인정신청거부처분취소소송 소장 작성, 군 의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 작성,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 등에 대한 헌법소송 관련 리서치, 가정폭력피해자를 위한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준비 등 다양한 업무들을 부여받아 수행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감이 다루고 있는 영역들은 정말 다양했고, 높은 인권감수성과 정치한 법적 능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또한 다른 로펌에서의 실무수습과 달리 입법 관련 자문들도 많은 공감의 업무 특성상, 송무나 사례해결뿐만 아니라 입법 관련 리서치들을 많이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공감 실무수습의 크나큰 메리트였습니다.

 

 

수습 기간 중 끝에서 두 번째 날에는 가리봉동의 NANCEN 난민인권센터에 방문했습니다. 난민운동과 시민운동을 도합 20여 년 넘게 하신 센터 김성인 사무국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난민운동, 시민운동의 길을 걸어오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왜 저 어려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일까’ 하는 평소의 의문에 대해서도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 현재 한국의 난민운동이 난민인정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 진정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들이 모두와 함께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한국 사회 전체에 좀 더 평등하고 희망 있는 공동체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에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또 5일째 되던 날에는 실무수습생들 모두가 공감의 월례포럼에 참가하여 원미혜 소장님의 소중한 강연도 들었습니다.

 

 

비공식적이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공감에서의 나날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회식, 뒷풀이입니다. 시작부터 지난 겨울 실무수습생들이 10일의 실무수습 기간 중 7번의 술자리를 가졌다며, 구성원과 실무수습생 할 것 없이 ‘작취미성(昨醉未醒)’의 상태로 출근한 적도 몇 번 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은근한 회식 자리 오픈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우리 실무수습생들 역시 가열찬 술자리를 수차례 가졌습니다. 구성원들과 실무수습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웃고 함께 고민을 나누던 그 기억들은 너무도 소중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그러나 함께 가는 이 길

 

절박함에 처음 가지고 왔던 두 개의 고민이 솔직히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함께 가야 할 고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감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돌아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공감은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정말 어려운 일들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음을, 2주간 곁눈질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생소하기만 했던,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까운 줄 몰랐던 장애인권 분야의 여러 쟁점들을 볼 수 있었고, 또 다른 많은 분야의 쟁점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변혁을 말하기에 앞서 당장 바로 지금 여기에서 흘려지는 눈물들을 닦아주는 역할을 바로 공감과 많은 시민단체들이 하고 있음을, 또 그 길에 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단한 일을 과연 제가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막연히 ‘공익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해왔던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감에서의 2주를 통해서, 소수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그 가운데서 정말 내 마음을 이끌어주는 분야가 무엇이 될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겠다는 방향성을 찾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좋은 교훈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고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고민을 함께 나누며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이제는 얻게 되었습니다, 공감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글_김재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4기)

 

 

 

 

[모집] 2014 공감 인권법 캠프 참가자 모집 (예비법전원생 및 예비사법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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