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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의 장> 토론회를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08.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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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그리고 무지

 

 

공감에서 인턴 활동을 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공감 사무실 또는 외부 토론회나 세미나 자리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내게 어떤 의미가 되어 갈까. 공감 인턴이 되어 염형국 변호사님과 '장애인 인권'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매우 얼떨떨하며 어색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는 “장애인 인권”이 인권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장애인 인권에 대해 거의 무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관심과 무지, 이것이 나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지식과 감정의 총체를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인턴 활동이 거의 막바지가 된 지금에 와서 내가 여태껏 쌓아온 인턴 활동을 되새겨보니,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사안들을 조사하고 또 나름대로 법안까지 만들어보는 작업들이 나의 활동 중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고민과 가치관이 공익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꽤 비중 있는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장애인 인권침해사례를 연속으로 맞닥뜨리며 나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 자그마한 관심의 씨앗을 하나둘씩 품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 관심은 긍정적인 분노가 되었으며,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고개를 들고 관련 사안에 대해 더욱더 경청하는 상태에 다다르게 되었다. 특히 이번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하「발달장애인지원법」) 토론회는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장애인인권의 제도적 보장의 시급함과 함께 제도의 한계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였다.

 

 

#공급자 중심의 제도가 아닌, 발달장애인 개인별 맞춤 정책으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는 지난 7월 18일 수요일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발달장애인지원법의 필요성과 함께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발제를 듣고, 그 이후에 5명의 토론자가 나와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발달장애인지원법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달장애인지원법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다. 법안은 최저소득보장기준을 제시하고, 개인별 맞춤형 지원시스템, 원스톱지원체계 등 별도의 전달체계와 권익옹호시스템,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 소득 보장 장치 등을 제공한다. 이는 법안의 장점인 동시에 앞으로 법안이 통과될 때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동안 장애인 관련 법안이 공급자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발달장애인법안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준비되고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직접적 의사표현에 귀 기울이지 못했으며 보호자, 가족, 전문가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장애인복지법」은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전체 장애인의 문제 또는 신체적 장애인의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했으며, 가장 심각한 것은 발달장애인 개별 특성과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일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렇게 발달장애인지원법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첫 발제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드디어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요구와 욕망에 민감하고 적합한 맞춤형 정책을 낸다는 생각에 힘껏 박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은, 아니 그 먹먹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인권에 대해 더 절실하게 고민하고 또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론회에서 장애아 부모의 발제를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먹먹함'의 벽을 넘어서

 

 

토론회의 첫 번째 주자이셨던 염형국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염 변호사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법 이전의 문제이며, 발달장애인과 같이 판단능력이 부족한 이들도 원칙적으로는 자기결정권의 주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발달장애인에게 모든 판단을 맡길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순수하게 반영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분한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한 발달장애인에게 어느 범위까지 자기결정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은 장애인 인권 보장의 여러 측면에서 지속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에 장애아 부모의 토론은 내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두 번째 토론자였던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교육자문위원 이경아님은 본인 자식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인정할 수가 없다고 강하게 발언하였다. 장애아를 키워본 부모로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란다. 또한, 장애인 개인별 현금지급은 국가 예산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비판하셨으며, 지역별 발달장애인 센터를 건립하여 그 센터 안에서 모든 서비스의 심사와 구매 대행, 재정 관리, 심지어 개인별 지원 계획까지 총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일갈하셨다. 이러한 관점에서 발달장애인법안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또 감정적 토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드디어 법이 발의되었다는, 벅차고 감동적인 눈망울들로 꽉 차있었던 토론회장에 이러한 발언은 급작스런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토론회장에 있는 모두가 법안의 한계에 대해 한 번쯤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준 것이기도 했다. 이에 세, 네 번째 토론자들도 장애아의 부모로서 법안 속 수정되어야 할 부분과 또 새로 추가되어야 할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나는 이때부터 알게 모르게 가슴이 굉장히 먹먹해졌는데, 가슴이 '먹먹하다.'라는 감정은 첫 번째, 두 번째 관문을 어렵게 통과하고 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세 번째 관문을 겨우 넘어선 순간, 알지 못했던 네 번째 관문이 또 하나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이다. 이는 '후련함'이라는 감정이 '새로운 과제의 부담감'과 항시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의 발견이며, 다시 이러한 발견은 순간 절망적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토론회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토론장에 있던 인권활동가/법률가들, 장애아의 부모님,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그리고 각 계층의 시민 모두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법안은 이제 막 발의되었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수북이 쌓여있다. 발달장애인의 삶을 진정으로 위하는 방안 모색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내 눈과 귀도 조금씩 뜨여갈 것이라 믿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 또한 이러한 실천의 현장에서 가슴 벅찬 후련함과 함께 또 다른 과제를 부여받고 있겠지.

 

 

15기 인턴_엄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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