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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문 : 망루로 통하는 문이 아닌, 다른 문을 열고 다른 길을 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공감의 목소리/공감이권하는책,영화

by 비회원 2012.07.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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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문 : 망루로 통하는 문이 아닌,

다른 문을 열고 다른 길을 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 잊어선 안 될, 그러나 잊혀져 버린...

 

2009년 1월. 뉴스에서는 용산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일어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여섯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그들이 왜 시위를 한 것인지, 어떻게 화재가 일어난 것인지, 그 구체적인 상황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터진 강호순 사건.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해 연일 쏟아지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엄청나게 분노하고 살인마에 대한 비난을 사람들과 나눴던 그때. 용산참사는 그렇게 잊혀져 갔다.

 

자신의 생활터전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호소의 방법으로 선택한 망루에서의 농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절실함은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의 강제진압. 그리고 화재로 짓밟혔고 재개발과 과잉진압의 피해자였던 그들은 목숨을 잃거나 범죄자가 되어버렸다. 철거민과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용산참사.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왜 나는 분노하지 않고 강호순 사건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던 걸까.

 

사람을 꼭 칼로 찔러죽여야 살인인 것은 아닌데 말이다.

 

 

- 다른 길을 선택했었더라면...

 

경찰 수뇌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그리고 농성 하루 만에 시작된 경찰특공대의 강제진압작전. 경찰이 두 개의 문 중 망루로 통하는 문이 어느 쪽인지 모를 정도로 사전 계획과 준비 없이, 급하고 무리하게 이루어진 강제진압은 경찰특공대와 철거민 모두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올라간 망루에서, 시위 시작 하루 만에 수많은 경찰이 둘러싸고 살수차가 사방에서 물을 쏘아대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철거민들이 망루에서 하나씩 툭.. 툭.. 던지는 작은 화염병 불꽃은 공권력이 퍼부어대는 막강한 위협 앞에서 그저 미약하고 안쓰러웠다. 그 미약하게 던져진 화염병은 아무 준비 없이 겨우 나무판자 하나 머리 위에 얹고 남일당 건물로 투입되는 경찰들 위로 떨어질 때 비로소 위험이 되었다.

서울시 전체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용산에서, 그것도 남일당 건물 하나 점거해서 농성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안전과 질서확립이 철거민과 경찰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그렇게 급박하고 중요한 일이었을까?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는 철거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에 앞서 서울시가 억울한 세입자들의 호소를 생떼거리라고 무시하지 않고, 조합과 세입자들을 중재하여 타협안을 모색하도록 개입을 하였다면 어땠을까.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여서 말이다.

 

검찰은 유족의 동의 없이 부검을 하고 수사기록 3000페이지를 숨겼으며 사건 발생 3주 만에 철거민의 화염병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고 생존 철거민들을 기소하였다. 법원 역시 철거민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점은 인정되나 법치주의의 원칙상 유죄라고 선고했다.

 

농성 하루 만에, 협상 한번 없이,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하여 진행된 강제진압은 과잉진압이 아니라면서, 지옥 같았다는 아수라장에서 화재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누구 하나 알지 못하고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화재 발생의 책임은 단지 화염병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철거민들에게 떠넘겨졌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남용하지 않고 법원이 법치주의의 원칙을 힘없는 국민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공권력을 향해서도 적용하는 정의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기관답게. 그랬더라면 적어도 용산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수는 있었을텐데 말이다.

 

 

-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2년 용산 3구역, 권리금 1억을 주고 들어온 옷가게에서 20년간 장사를 했지만, 재개발을 한다며 들이닥친 감정평가사는 5분 정도 가게를 둘러본 후 보상금 1950만 원을 책정해버렸다. 다른 곳으로 가서 장사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 생계유지에 필요한 정당한 보상금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철거용역들의 온갖 폭언과 위협에 시달리고 강제철거가 강행될 때까지 자신의 상가를 지키는 일뿐.

개발이익을 앞세워 세입자들의 주거권, 생존권, 직업의 자유가 무참히 침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변하지 않은 현실이 있다.

 

용산참사에 대한 진실규명.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
세입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이 모두가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지만.
이에 힘을 실어줄 우리 모두의 관심과 목소리가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두개의 문을 보는 내내 느꼈던 미안함을
항소심 연기 탄원서와 구속 철거민 석방 탄원서에 대한 서명과
강제철거를 막고자 하는 뜻을 밝힌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지지로
조금씩 덜어낼 수 있을까.

 

글_서지화 (공감 펠로우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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