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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써 희망을 전하다 - 공지영 작가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8.05.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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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글로써 희망을 전하는 공지영작가를 만나다 -


책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도 있고, 작가의 삶이나 작가가 던져주는 사회적인 담론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사회가 조금씩 변해가기도 한다. 몇해 전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과 ‘사형제 폐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민감한 의제일수록 논의되는 과정에서 충돌이 많이 있지만, 사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들임을 글로써 일깨워주는  작가가 있다. 바로 우리가 만나보게 될 공지영 작가이다.


4월,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가운데 상쾌한 초록색 옷을 걸치고 인터뷰 장소에 나와 준 공지영작가는 인터뷰 내내 따뜻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글을 통해 사회문제에 참여하겠다는 그녀의 작가세계와 인권에 대한 생각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1.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신작이 벌써부터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다. 책의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물론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는 인터넷 구매후기들이 꽤 많이 보여 한 편으로 매우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현대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얼마나 절실한 가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책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얼마 전 X세대, Ñ세대처럼 하나의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88만원세대라는 수식어를 붙인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의 의도가 어떻든지 소중한 아이들에게 ‘88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버린 건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세대들에게 안정적으로 살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성공’이 곧 안정을 의미하게 되었다. ‘안정적인 성공’을 먼저 말하기 보다는 실패하고 주저앉아 있을 때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나아가서 실패를 인식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ς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정립되지 않으면 단 한명도 성공 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은 위험한 삶이다.


2. 공지영 씨의 작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불러 일으켰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제 폐지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기도 했다. 공지영씨의 대표작들은 언제나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작품을 통한 사회적 참여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바라봐도 괜찮은 건가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경우 책이 사랑을 받게 되면서 ‘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미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작품으로 인해 더욱 알려지게 된 것 뿐이다. 물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사형제 존폐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고. 이러한 일련의 성공에 대해 혹자는 내가 대중의 마음을 영악하게 읽어낸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내가 영악하다면, 왜 나는 작품을 쓸 때마다 고통스러운지 모르겠다.(웃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베니스에서 죽다’의 작가인 토마스만의 ‘그것은 시대의 운명과 작가의 은밀한 운명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빌리곤 한다. 나는 작품을 쓸 때 내 문제를 고민하면서 쓰게 되는데 쓰고 보면 그것이 곧 사회문제와 맞닿아 있더라. ‘우행시’ 역시 사형제 폐지를 염두하고 쓴 것이 아니다. 당시 나의 삶은 매우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일까ς 하는 고민으로 인간과 인간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내가 학생운동을 하다가 노동운동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감옥에 가게 되면서 실패했는데, 이때부터 글을 쓰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글로써 사회참여를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쓰려고 시도했는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러한 시도가 자연스레 사회참여로 연결되었다. ‘우행시’ 이후로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월급을 받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의 독자들이 낸 돈으로 인세를 받아가며 글을 쓰는 작가이다. 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해지며 나의 말 한마디가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혼이 불법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암묵적인 편견이 만연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들은 뒤에 받는 타인의 눈빛 하나로도 엄청난 차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인 나의 입장에서는 법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영화, 음악, 글 등의 문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암묵적인 편견의 벽을 문화로 허물어야 한다. 작가의 입장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작가는 글과 떨어져서 활동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기에 나도 글로 만든 문화를 통해 편견을 없애는데 일조하고 싶다. 글로 현안에 대한 분위기와 당위성을 전달하는 역할이 곧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3. 최근 아동 성폭행 사건, 연쇄 살인 사건 등 사회적인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사형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고, 이로 인해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보여주셨던 사형제 폐지에 대한 입장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처음 사형수들을 취재할 때, 사형제 폐지를 염두에 두고 만난 것 은 아니었다. 사형수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였을 뿐이다. 오히려 죄가 있는 자들은 당연히 죽어야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사형수와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변해갔다. 오늘 신문에 ‘경기도지사가 아녀자 연쇄 토막살해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강력히 촉구한다.’ 는 기사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적어도 민중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끔찍했다. 이는 사람을 말로 죽이는 행위다. 살인은 야만적 행위이고, 사형도 살인의 방법 중 하나이다. 현대사회는 또다시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사적 퇴보의 길을 가고 있다.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지율스님, 침팬지를 구하기 위해 애쓴 제인구달의 예를 보면,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야할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품위와 연결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인범이 싸이코패스라 할지라도, 그들을 격리하고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할까 두렵기에 우리 안에 넣어 격리하되 보호하는 것처럼, 왜 인간은 그렇게 해 주지 못하나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 폐지가 그들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가 그들의 죄를 용서하고 풀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난 10년 수감자들은 대부분이 그 안에서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며 오히려 몇몇은 나보다 더 잘살고 있다. 착하면 살리고 나쁘면 죽인다, 이 판단을 누가 하는 것인가ς 선과악의 이분법으로 생명을 함부로 헤쳐서는 안 된다. 

교도관들에게 요즘도 수감자를 폭행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그들은 예전에는 폭력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가 사회, 군대에서 맞다보니 교도소에서도 당연히 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대답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사회에 폭력문화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생명에 대한 경시는 곧 우리에게 위협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적으로 살인 문화가 만연해 진다면 이는 곧 내게도 그 위협이 커짐을 의미한다. 살인을 살인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4. 지난 1월 어린이 재단이 주최한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참가하셨던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들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았는지 궁금하다. 또, 봉사 활동에 대한 참여 의지를 글과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보여 주셨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사회참여 혹은 봉사활동에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아프리카에서의 봉사활동은 ÇÇF라는 재단과 함께 했는데 이 재단은 긴급구호를 벗어나 이제 막 생활을 다져가는 국가를 지원하는 단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 교육, 주거제공들을 주로 지원한다. 어떻게 보면 새마을 운동과도 비슷하다. 현지에서 수도개통식에 참여 했었는데 개통식이 열리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수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20Km 거리를 걸어서 물을 구했다고 한다. 나라에 수도관이 없는 것은 아니나, 돈을 내야 개통을 해주는데 이들에게는 돈이 없었던 것이다. 마을의 한 부자가 개인수도를 개통하고 비싼 돈을 받으며 물을 팔아 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도서관, 화장실, 어린이집 건립이 진행 중이다. 어떤 것이 파괴되는 것은 한 번에 순식간에 일어나는데 재건은 하나씩 하나씩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만큼 상처주기는 쉽지만 상처의 회복은 더욱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아프리카 봉사의 경우 예전부터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꼭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을 위해 계속 일할 생각이다. 나는 유난히도 어린이들을 보면 마음이 더 아프다. 이것이 내 방향성인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되는데 왜 이곳 아이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죄라면 자신이 태어날 곳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뿐인데, 끔찍한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을 보니 신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나에 대한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내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ς 라는 고민이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을 먼저 내밀고 싶다.


5. 사회적 참여 활동과 봉사는 공지영씨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ς 혹은, 봉사활동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것들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형수 취재 중에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음에도 사형수들은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나도 그들을 만나면서 봉사와 만남이 나를 얼마나 변화시키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나를 구원시키는 일인 것 같다. 한 카톨릭 단체에서 밤11시에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물을 전달하는 봉사가 있었다고 한다. 봉사를 하면서 일손이 모자라, 노숙자 2명에게 직접 그 봉사를 하도록 했었는데 얼마 후 봉사를 시작한 2명의 노숙자들은 노숙자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같은 노숙자 임에도 봉사를 시작한 노숙자가 끝내 길거리 생활을 벗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ς 이 이야기를 들은 뒤, 왜인지는 나도 정확히 설명 할 수 없으나 봉사에 대한 큰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느낀 봉사의 힘이 2명의 노숙자도 똑같이 느낀 것이 아닐까. 자신이 힘들 때면 남에게 도움을 먼저 주어라. 그렇다면 당신은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6. 인터뷰 처음에 말씀하신 바와 같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나 젊은이들의 경우 각박한 현실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과 공감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내가 가장 힘들 때면 “이해한다.”, “왜 그랬니?” 라는 말보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절대 잘 못 되지 않아. 용기를 가져.” 라는 말이 더 힘이 되고, 더 듣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잘했다 잘못했다보다, 절대적인 응원인 ‘괜찮다’라는 말이 가장 힘이 되는 것 같다. 만일 지금 삶에 지쳐 힘들고 괴로운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정말 괜찮다’이다. 다들 모든 일에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누군가는 당신을 응원할 테니까'


취재: 이혜원, 이민하, 이우람 공감7기 인턴

사진: 이우람 인턴

정리: 이혜원, 이우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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