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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 관람불가 전(展)> 관람후기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요?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06.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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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

 

<정상가족 관람불가 전(展)> 이라는 다소 발칙하면서도 귀여운 타이틀로 가족구성권과 관련한 사진 전시가 있다고 한다. 타이틀만 재밌는 게 아니라 홍보 포스터 역시 예사롭지 않다. 분명 가족사진인데 뭔가 다르다.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네, 어? 그런데 누가 아빠고 엄마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고 하면 내 머리 속엔 뚱뚱한 아빠, 날씬한 엄마, 귀여운 애기가 떠오른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언제부터였지?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 한다 ♬

 

그렇다. ‘곰 세 마리’ 였다.

어렸을 적 누구라도 한 번쯤 따라 불러봤을 달달한 노래 속에 곰 가족은 듬직한 아빠 곰, 예쁜 엄마 곰, 귀여운 애기 곰으로 구성된다. 맙소사! 내 머리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곰 세 마리가 ‘정상가족’ 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소위 ‘정상가족’ 비이성애를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으로 한정된다. 듬직한 아빠 곰, 예쁜 엄마 곰, 귀여운 애기 곰이 이상적인 가족으로 가정되고 우리들은 어디에서나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딸, 아들이라는 가족적 좌표를 통해서만 인식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인 편견에 갇혀있었다는 자괴감이 들 때 쯤, 나를 조롱하는 듯한 마지막 노래 가사가 끊임없이 되새겨진다.

 

으쓱 으쓱 잘~ 한다 으쓱 으쓱 잘~ 한다

 

곰 세 마리 가족이 틀렸고 비이성애중심의 핵가족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비이성애중심의 관계 속에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으로 이어지는 소위 ‘모범적인 삶’을 제시하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정상가족’ 이라는 제한적인 틀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계십니까?

 

400년 전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가족제도에 비분강개했다. 당시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의하면 서얼은 정상가족이 아니었고 홍길동은 제도 밖에 존재하는 비정상으로서 차별의 대상이었다.

 

400년이 지났지만 우리시대에는 여전히 차별적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남아있고, ‘정상가족’ 의 틀에 벗어나 차별 받고 있는 수많은 홍길동이 존재하고 있다. <정상가족 관람불가 전(展)>은 우리사회의 홍길동을 포착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정상가족의 삶 - 비정상가족의 삶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정상가족 관람불가 전(展)>을 통해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고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만난 가족은 비혼여성과 반려동물이다.

우리사회는 저출산률과 평균 결혼연령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가족붕괴, 가족해체라는 단어와 함께 가족위기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사진 속 반려동물을 허리에 품은 비혼여성의 모습은 흡사 임신부의 형상과 같았다.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여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한다면 가족위기담론은 단지 ‘정상가족’의 위기담론이 아닐까?

 

두 번째로 만난 가족은 비혼모 가족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한글프로그램에서도 비혼이라는 단어 아래 빨간물결표시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비혼모 가족을 미완성된 가족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정상적인 가족 틀을 가지는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진 속 비혼모 가족의 미소를 보자면 그들 스스로 이미 행복의 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만난 가족은 성소수자 파트너십이다.

사진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너무나 일상적이다. 함께 TV를 보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춤을 추고 공동의 삶을 일구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러한 일상을 이상하다고 여긴다. 더구나 친족관계를 기초로 하는 우리 법 제도 하에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건강보험, 임대주택정책, 고용관련사항 등등 기초적이고 생활적인 부분에서마저 각종 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 성소수자 파트너십을 바라보며, 이성애중심주의와 정상가족이데올로기라는 틀 안에서 이중차별을 가하고 있는 사회의 부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번째로 만난 가족은 장애여성가족이다.

전시회에서 만난 장애여성가족은 돌봄을 받기만 하고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사회적 편견, 즉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편견을 제거하고 있다. 엄마의 손을 꽉 쥔 아이의 손을 담은 사진에서 여느 가족보다 깊은 신뢰와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가족은 비혈연공동체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가족이 아닌 각자가 자율적으로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비혈연공동체를 만날 수 있었다. 돌봄 그리고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 비혈연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가족의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끔 한다.

전시회를 감상함으로써 이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법 · 혈연적인 관계 중심의 정형화된 가족구성이 아닌 함께하는 삶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가족형태 구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려본다. 사람들의 삶을 정상가족의 삶-비정상가족의 삶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무수하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만큼 다양한 관계가 있고 다양한 가족이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감정을 단순히 법률적인 관계 또는 혈연적인 관계에서만 파악하여 정상 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은 가족이 지니는 진정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15기 인턴_이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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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5 15:54 신고
    다녀오셨군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담당자도 <정상가족 관람불가展> 다녀왔더랬습니다.
    같이 읽어보아요~ http://bfchange.tistory.com/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