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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 - 이태곤 『함께걸음』 편집장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8.05.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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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하나]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

 


 
이태곤 (월간 및 인터넷 함께걸음 편집장)

 

얼마 전 서울 등촌동에 있는 12평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한 장애인 부부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남편은 근이양증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 부부였습니다.  이 부부는 슬하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두고 살고 있었는데, 요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 가족은 정부로부터 매달 생계비와 장애수당으로 합쳐서 1백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이 돈으로 먹고 살면서 아이 둘을 대학교까지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답답해 온다는 것이 이들 부부 얘기였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큰돈이 들지 않아 근근이 먹고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크면 어떻게 교육비를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공포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이들 부부 얘기였습니다. 이 장애인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현재 자신들처럼 중증장애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장애인들은 전적으로 정부가 주는 생계비에 기대 살 수밖에 없는데, 요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아이들 교육비도 예전보다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흔히 장애인 문제를 얘기할 때 차별과 빈곤의 문제를 얘기하게 됩니다. 이중에서 차별의 문제는 어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리라는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빈곤의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채 점점 더 악화되고만 있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발표된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비율이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의 4배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장애인의 경우 직업을 갖기 힘들다보니 빈곤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이 강하게 열망하는 신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아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지원받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하루 종일 꼬박 누워 지내야만 하는 최중증장애인 일지라도 장애수당도, 활동보조인 지원제도도 지원받을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많은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급자가 되기 위해 호적을 파고, 편법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등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게 바닥 장애인들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삶이 획기적으로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아 먹고는 살겠지만, 말 그대로 최소한의 삶뿐인 황량하고 처연한 삶이 장애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영구임대아파트에서의 삶입니다.

 

도시지역 저소득 장애인들이 대부분 몰려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의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역설적이지만 앞에서 예를 든 장애인 부부는 그나마 형편이 낳은 편에 속합니다.

“저는 혼자 살기 때문에 생계비와 장애 수당 합쳐서 많으면 월 45만원 정도를 지원 받고 있는데요. 아파트 관리비가 월 10만원 정도 지출되고, 전화, 핸드폰, 인터넷 등의 통신비가 월 10만원 정도 나가고 있어요. 여기에다 전기세, 수도세가 대략 4만원이 나오니까, 나머지 20만원이 식비인데,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으니까 식당에 월 15만원을 주고 밥을 시켜먹고 있어요. 그래서 많으면 하루 두 끼, 대부분은 하루 한 끼 밖에 못 먹고 살고 있어요.”

“저는 하반신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데 아파트가 좁아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고 있어요. 소변은 바가지를 놓고 엎드려서 보고 대변은 근처 마트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서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급할 때는 집에서 신문지를 깔아 놓고 해결하고 있어요.”

“낮에 할 일도 갈 곳도 없다는 게 제일 힘들어요. 지역에 있는 복지관 중 종합복지관은 노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나마 몇 개 안되는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아동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갈 곳이 없어요. 노인정도 갈 수 없기 때문에, 젊은 장애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에 매달리고 있고, 나이 든 장애인들은 단지 내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이 하루 일과예요.”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영구임대아파트가 또 하나의 거대한 수용시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구임대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은 로또당첨이라도 되지 않는 한 가난한 장애인들이 영구임대 아파트를 벗어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장애인들도 200만원 안팎의 영구임대아파트 보증금으로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 없고, 그래서 영구임대주택에서 돈을 벌어 이사를 나갔다는 장애인의 사례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결같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이 자신들이 사실상 수용시설에 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소득활동에 종사하고, 은행에 얼마라도 저축하면서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현재 제도아래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권자가 최저생계비 보다 많은 고정적인 수입과 은행에 저축한 돈이 있으면 가차 없이 수급권자에서 탈락시키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특성상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200만원 안팎의 보증금으로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수급권자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해서 돈을 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죽을 때 까지 하루 한 끼 밥을 먹고, 급한 용무는 집이 아닌 마트에 가서 해결하는 불편하고 최소한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의 현실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비단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 외에도 현재 많은 장애인들이 최저선 이하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사회 장애인들이 당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빈곤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장애인의 빈곤에 대해 어떤 해결책도 모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 연금 지급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새 정부에서 획기적인 장애인 빈곤 대책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구임대아파트를 방문할 때 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단지 내 마당 의자에 앉아서 무료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장애인의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애인 인권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대책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낮은 곳 구체적으로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 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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