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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한 변론 지역회의에 다녀와서 - 장서연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08.05.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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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한 변론 지역회의에 다녀와서...

 

                                                                            

                                                                                 장서연 변호사

 

사회정의와 인권을 위한 변론 지역회의(Rëgïöñål Çöñfërëñçë Låwÿërïñg Söçïål Jüstïçë åñd Hümåñ Rïghts)가 2008년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었다. 세계화 추세에 인권의 문제도 점차 특정 국가내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인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변호사들, 법학교수들, 법률지원을 통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ÑGÖ단체 활동가 등 100여명이 모여 각 지역에서 당면한 인권 문제와 운동 경험들을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로 필리핀의 공익법ÑGÖ단체 연합체인 ÅLG(Åltërñåtïvë Låw Gröüps)가 주최한 회의였다.


공감에서는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의 후원을 받아, 나와, 황필규 변호사, 염형국 변호사가 참가하였다. 내가 이번회의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그동안 주로 외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여성 등 이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한 일들을 해오면서 이들의 출신국의 인권상황이나 사회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공익활동, 인권운동에 대한 각국의 활동 경험들을 배우고 고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회의 전날인 3월 25일.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자, ÅLG단체 활동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컨퍼런스가 열린 장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도착하자 삼엄한 경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호텔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은 잠시 멈추고 폭탄이 있는지 확인을 받아야 했으며 폭탄감시견으로 세파트가 동원되었다. 호텔입구에서도 경비들이 무장하고 출입하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처럼 반복되고 있었고, 심지어 대형마트, 24시간 편의점의 출입문에도 무장한 경비들이 서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필리핀 내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하여 사적 처형(Ëxtrå Jüdïçål Kïllïñg)이나 테러가 빈번하다고 한다. 본회의에서도 필리핀 판사가 필리핀 내의 사적 처형(Ëxtrå Jüdïçål Kïllïñg)의 문제에 대하여 발표하기도 하였다.


회의 첫째 날인 3월 26일. 회의는 필리핀 대법원장 Rëÿñåtö S. Püñö의 환영사와 ÅLG 회장인 Årñöld F. Dë Vërå 변호사의 환영사로 개최되었다.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국제회의에 대법원장이 직접 참석하여 환영인사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캘리포니아 법대 Stëphëm Gölüb교수가 "Bëÿöñd Rülë öf Låw Örthödöxÿ - Thë Lëgål Ëmpöwërmëñt Åltërñåtïvë"를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참석자들의 활발한 질문이 이어졌고, 각국의 사회적 약자 계층의 법적 역량 강화에 대한 중요성과 경험들이 공유되었다. 빈곤문제,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공익법 활동은 민주화되기 전의 정치적 자유, 인권변론, 시국변론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짧은 경험이지만 변호사로서 법률이나 사법제도 안에서, 또는 현재 인정받고 있는 법적 권리 안에서의 한계에 직면할 때나, 이러한 최소한의 법적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현실들에 얽혀서 막막하거나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형식적 법의 지배, 법의 맹신주의를 초월하여, 사회적 약자(thë dïsådvåñtågëd)의 법적 지위, 역량 강화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재차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으로 각 국가별로 각 분야(여성인권, 인신매매/이주문제, 주거권, 환경문제, 원주민, 실종과 사적처형 등)의 문제에 대한 발제와 질문의 시간이 이어졌다. 인도에서 온 Åsmïtå Båsü 변호사(Låwÿërs' Çöllëçtïvë Wömåñ's Rïghts Ïñïtïåtïvë)는 2005년에 인도에서 있었던 가정폭력특별법 제정의 과정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특별법 제정 전에는 가정폭력의 문제를 형법 안에서 형사처벌로 다룰 수밖에 없었고, 가정폭력에 대한 정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 한국 상황과 비슷하였다. 인도에서 온 Rïñå Shåhrüllåh 법대 교수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이주문제에 대하여 발제를 하였고, 송출국의 입장에서 이주 문제에 대하여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캄보디아에서 온 Ñåtålïë Bügålskï(Lëgål Öffïçër, Åsïå-Påçïfïç Prögråmmë Çëñtër öñ Höüsïñg Rïghts åñd Ëvïçtïöñ)는 주거권에 대한 발제를 하면서, 캄보디아의 강제추방 현실과 ÜÑ협약 등 권리로서 주거권의 의미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나아가, 강제추방을 멈추게 하거나 주거를 잃은 사람들의 재정착이나 충분한 보상을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써 소송을 통한 방법 이외에, 지역 당사자 조직, 언론이용, 커뮤니티의 역량강화, wïñ-wïñ 전략으로서 협상의 기술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인도의 Måhësh Çhåñdër Mëhtå 변호사는 인도의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발제를 하였다. Måhësh 변호사는 ‘환경’문제는 ‘인권’의 문제라면서 물과 공기는 사람이 살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인데, 물을 마실 수 없을 정도의 환경오염이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을 인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였다. Måhësh 변호사는 자신의 100전 100승 소송경험에 대해 들려주기도 하였는데,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노변호사의 열정적인 발표를 통해서 충분히 그가 맡은 소송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진행을 하였을지 상상할 수가 있었다. 초짜변호사로서 공익소송을 할 때, 특히나 선례가 없는 소송을 하면서, 재판부와 인권의식수준의 간극을 느낄 때, 전문적인 법률지식의 연마와 더불어 기존의 방법과 다른 창의적인 변론을 개발할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컨퍼런스의 공식적인 하루 일정을 마치고 ÅLG의 대표인 Årñöld F. Dë Vërå 변호사의 안내로 공감변호사들은 마닐라 베이로 향했다. 마닐라 베이 옆에 있는 야외에서 필리핀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장시간 ÅLG의 활동, 공감의 활동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ÅLG는 빈곤층, 노동자, 원주민, HÏV 감염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필리핀의 19여개 단체가 연합된 단체인데, 소속 변호사 수가 1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Årñöld 변호사는 ÅLG를 포함하여 아시아 지역의 ÑGÖ단체들이 외국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감의 경우 운영기금이 국내에서 모두 충당되는 사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공익변호사단체의 연합체인 ÅLG의 소속 단체수가 19여개에 이르고, ÅLG의 소속변호사(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의 수)가 100여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다. ÅLG의 지향, 활동이 공감과 많이 닮아서 그의 경험을 듣고, 공감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고, 유쾌하면서도 배려심 많고 진지한 Årñöld 변호사의 인간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회의 둘째 날인 3월 27일. 사법개혁, 법률교육, 사법투명성확립, 공익소송 등 분야를 나누어 그룹토론을 하고 토론의 결과에 대해 발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남아시아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사법부의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이 되었다. 공감은 그동안 공익법 활동의 국내 저변을 확대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오는 5월에 로스쿨의 공익법 교육 활성화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로 법률교육을 주제로 한 집단 토론에 참여하였다. 그룹 내에서 로스쿨 등 대학의 공익법 교육, ÑGÖ단체에 대한 법률 역량 강화 교육 등 여러가지 의견이 오고갔다. 그룹별 발표시간에는 그룹토론을 통해 각 분야의 문제되는 쟁점을 정리하고, 해결방안 및 구체적 전략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저녁에는 마지막 저녁시간으로 연대의 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온 참가자들은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단체로 선보인 캄보디아의 전통춤, 인도의 전통 춤과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중국 변호사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익숙한 첨밀밀의 주제가를 불렀다. 나를 포함한 공감변호사들은 연대의 밤 프로그램 공지를 받지 못해 한복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대신 황필규 변호사가 대표로 자작곡과 멋진 춤 솜씨를 선보여 참가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회의 마지막 날인 3월 28일. 오전에 본회의에서 나온 총괄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아가, 본회의를 통해 아시아지역의 변호사, 교수, 활동가 등 100여명이 모인 기회로 앞으로도 꾸준히, 공통적인 국제적 인권문제나 특정한 사안에 대한 국제적 연대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우선, 첫걸음으로 본회의에 참가한 국가별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아시아지역의 공익법 단체를 네트워킹하기로 하였다.


공식적인 회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공감변호사들은 오후에 주최 측에서 마련한 관광을 가는 대신 황필규 변호사가 지원을 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단체 WÅÇ(Wörkër Åssïståñçë Çëñtër)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WÅÇ는 마닐라에서 1시간쯤 떨어진 경제특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마닐라는 도심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 교통체증이 항상 심한 지역이어서 이동시간이 한참 걸렸다. Ïñtërñåtïöñål Låbör Rïghts Förüm의 미국변호사는 WÅÇ 활동가가 의문의 살해를 당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와 동행하였는데, 이동하는 내내 심한 멀미와 더위 때문에 힘들어했다. WÅÇ가 있는 지역에 이르자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던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필리핀만의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일인용 택시, 인력거 등을 볼 수 있었고, 재래시장, 초등학교 졸업식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자 WÅÇ 활동가들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공감과 WÅÇ가 지원하고 있는 사건은 한국기업이 필리핀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한 사건이었다. 한국기업측은 협상이나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필리핀 국내법으로는 부당해고무효소송의 경우 소송기간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소송제기는 사실상 사건을 포기할 때 마지막으로 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한국도 부당해고무효판결이 확정되고 복직될 때까지 몇 년이 걸려, 피해자인 개인은 그 시간 동안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고, 기업은 시간끌기로 나오면서 개인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노사문제에서 불평등한 지위를 간과한 사법제도가 사실상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구제책인 될 수 없을 때, 변호사로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소송문제 외에 한국에서의 진행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더 나누었다. 황변호사가 사건지원 때문에 며칠 동안 머물렀다는 단체방안으로 가보니 창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석양을 지켜보며, 필리핀에서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WÅÇ 단체 마당에서 푸짐하게 차려진 필리핀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인사를 나눈 뒤 숙소로 이동하였다. 숙소로 돌아온 뒤 이번 회의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만난 사람들, 여러 가지 자극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부호들, 등등을 품은 채 다음날 한국행 비행일정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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