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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 외국인 근로자도 ‘우리’나라 근로자다! - 정정훈 변호사와 함께한 <이주민 인권>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2.03.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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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의 경계를 확장한다.”

처음 공감의 지향을 보았을 때 그 의미는 가슴보다 머리로 다가왔습니다. 빈곤층, 이주민, 성소수자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공감을 하면 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뜻을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세상을 열어주는 것, ‘그들’이 아닌 ‘우리’라는 경계 속에 포용하는 것 그게 바로 ‘공감’의 시작과 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제 공감에서 그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 여행이 시작된 작은 세미나 하나를 소개합니다.

# ‘현대판 노예제’ 산업연수생제도를 아시나요?

공감을 향한 상쾌한 첫걸음이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뀌어 가던 3월 12일 아침 공감의 회의실에서 작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12년 첫 세미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정훈 변호사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1993년 11월에 도입된 산업연수생 제도는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의 자유를 제한하여 애초에 위헌성을 가진 제도였습니다. 또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이 일부 배제되어 퇴직금 보장이 안 되고, 유급휴가를 받을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결국 2007년 8월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는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했던 이 제도의 뒤늦은 폐지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산업연수생이 연수라는 명목하에 사업주의 지시·감독을 받으면서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라 아니할 수 없다.”  -  헌법재판소 2007.8.30. 선고 2004헌마670 전원재판부

# 고용허가제로 변경, 그러나 여전히 기업주 입맛대로 쓰다버리는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채용 신청을 한 후(7~14일) 내국인 고용이 불가능한 경우 외국인 채용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과거 민간기관이 담당하던 모집·송출과정을 공공기관이 담당하게 하여 송출비리 문제를 감소시켰습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역시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고용주의 권리만 보장하고 있습니다. 3년 후 재고용 여부가 고용주의 의사에 달려있어 외국인 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부당한 처우, 임금체불에도 불평할 수 없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사용자의 근로계약 위반, 부당한 처우, 휴업, 폐업 등의 사유에만 가능하고, 최대 4번밖에 옮길 수 없어서 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합니다. 결국 직장이 3번 문을 닫으면 마지막 직장에서 강제노동, 임금체불, 폭행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 제도는 고용주가 악용할 우려가 크고 외국인 노동자를 인권의 사각지대에 빠뜨리는 악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법에 당연히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 직장이전의 자유는 쇼윈도우의 명품가방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손가락이 기계에 잘려도 강제출국이 두려워 병원에 갈 수 없었다는 불법체류자의 고백이 갑작스레 생각나 끔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외국인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면 내국인 일자리가 뺏긴다고?

결국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아쉽게도 합헌결정이 났습니다. 이유는 내국인 고용보호를 위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내국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런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외국인 싸게 쓰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하며 최저 임금을 받는데 직장을 자유롭게 옮긴다고 왜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판사의 가치관에서 외국인은 ‘남’이었고 ‘그들’이었으며 ‘우리’ 근로자의 이익을 빼앗는 약탈자였을 것입니다. 외국인도 국적만 다를 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 근로자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을까요?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민주주의에서 표가 안되니까 ... 입법적인 해결이 어렵죠... 외국인이라 선거권도 없잖아요.” 

# 외국인‘보호’소가 아닌 외국인‘감옥’

출입국 관리법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즉시 해외로 보낼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외국인‘보호’소에 ‘보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외국인 보호소는 외국인을 ‘구금’하는 곳입니다. ‘보호’라는 포장지에 싸여 인신구속에 해당하는 데도 적법한지 심사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헌법 제12조 제6항은 ‘누구든지’ 체포·구속을 당한 때 적부심사를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출입국 관리법 어디에도 법관에게 심사 받을 권리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출입국관리법은 헌법에 위반하여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서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난민인정 신청을 해서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그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출입국관리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풀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고 1~2년 이상 외국인 보호소에 감금되어 있어야 합니다. 계속 구금이 필요한 것인지 법관의 심사를 청구할 권리조차 없습니다.

 
“헌법소원을 하고 싶지만 망설여져요... 고용허가제 합헌결정처럼 안 좋은 선례를 남길까봐” 

정정훈 변호사의 약한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외국인의 인권을 위한 진지함과 그들을 걱정하는 따뜻함이 가슴에 전해져 모두 같은 마음이 되었을 겁니다.

# 외국인을 배척하는 세가지 편견?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편견이었습니다. 모든 외국인 인권 문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입니다.

1.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정 변호사는 요즘 20-30대의 취업난이 외국인을 향한 분노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시면서 어느 카페에서 본 글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나 오늘 방글라데시놈 10마리 잡았어.” 불법체류자 적발에 적극적인 청년단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청년들에게 외국인 근로자는 자신들과 같은 근로자, 아니 자신들 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우리’ 근로자로 보이진 않았나 봅니다.

2. 범죄자가 많고, 위험한 사람들이다.

내 피부보다 살짝 그을린 듯한 동남아 사람들에게 우리는 친밀감 대신에 우월감을, 동질감 대신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막연한 감정이 우리가 싸워야할 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높지 않고 외국인 범죄도 강력범죄보다 지능범죄 비율이 높음에도 우리는 근거없는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에서도 외국인의 범행이라는 추측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정 변호사는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3. 우리의 여자들을 빼앗아 간다.

처음 이 말을 듣고 조용하던 회의실은 어의없다는 웃음으로 가득찼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편견에, 아니면 너무 적나라한 단어에 우리는 놀라움과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 변호사가 들려주는 생생한 사례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여름 동남아출신인 교수님은 버스를 타서 어떤 여성의 옆자리에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떤 어르신께서 그 교수님이 아니라 옆에 계시던 여성을 크게 꾸짖으며 외국인과 놀아난다며 호통을 치셨다고 합니다. 그 어르신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인권후진국 같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 동정심이 아닌 동질감,  외국인도 ‘우리’나라 근로자다!

회의실을 꽉 채운 인턴들 앞에서 정정훈 변호사는 안타까움과 희망의 목소리를 동시에 전해주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러 갔던 국회에서 ‘이만큼 해줬으면 많이 해준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 온정적 인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셨다는 정정훈 변호사.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에 온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의식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공동체의식의 확산만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마음까지 가난해져서는 안 되니까요.


글_김홍율(15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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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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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3 18:16
    말로만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관심과 열정을 외치면서 정작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정치권이 한심하네요.. 공감에서의 노력들이 빛을 바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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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7 10:41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마음까지도 가난하면 안 되니까요.
    마지막 명문장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