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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상식 밖의 노동 이야기 (1) – 무기계약직 -윤지영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비회원 2012.03.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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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의 반대말은? ‘없다’다. ‘좋다’의 반대말은? ‘싫다’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다’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 두 단어의 차이는 중간지대의 유무다. 중간지대가 없는 ‘있다’는 그 반대말인 ‘있지 않다’가 ‘없다’와 같은 의미지만 중간지대가 있는 ‘좋다’는 그 반대말인 ‘좋아하지 않는다’가 ‘싫다’와 다른 의미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비정규'라는 말 역시 '있다'라는 말처럼 중간지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대말은 ‘정규직 노동자’다. 같은 말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반대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도 이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의미는 명확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넘게 고용했다면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처우나 노동조건도 정규직 노동자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한 그 뜻이 바로 이 규정의 의미다.

그런데 몇 년 전,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 기간의 제한이 없는 계약직 노동자라니!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이 용어가 어느 순간 계약직 노동자의 반대말이 되었다. 법원에서조차 무기계약이라는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심지어 이 용어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기계약’이라는 말의 뜻은 명확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이상 일을 해도 근무기간만 제한이 없을 뿐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에는 근무기간의 차이 외에도 급여나 노동조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급여나 노동조건도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급여나 노동조건은 변화시키기 않겠다는, 즉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 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법행위를 처음으로 감행한 주체는 바로 공공부문이다. 그동안 공공부문은 상시적인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기간이라는 문제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해야 하자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라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대책을 내놓았고, 아예 ‘무기계약 전환’을 제목에 명시했다. 최근에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함께 비정규직 조리사를 대리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한 바 있다. 학교 급식 조리사는 기능직 공무원인 조리사와 비정규직 근로자인 조리사로 나뉘는데 이들 모두 하는 일은 동일하고 조리사라는 국가 공인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 근로자인 조리사의 경우 기능직 공무원인 조리사와 달리 방학, 토요일에는 급여를 받지 못한다. 실제 근무한 일수에 일당을 곱해서 계산한 돈을 임금으로 받는다. 기능직 공무원인 조리사와 달리 수당도 거의 없다. 특히 기능직 공무원인 조리사는 연차가 쌓일수록 호봉도, 임금도 올라가지만, 비정규직 조리사는 3년마다 월급이 1만 원씩 오를 뿐이다. 결국, 비정규직 조리사는 2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기능직 공무원인 조리사가 될 수도 없고, 여전히 비정규직 조리사를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임금 기준과 근로조건에 맞춰 일해야 한다. 아무리 일을 오래 해도 경력이란 건 의미가 없다.

이처럼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무기계약직 열풍은 사경제 부문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회사는 점점 영리해져서 콜센터직원이나 은행 창구직원처럼 아예 비정규직 직군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의 정규직 아래 최하위 직급을 신설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여기에 편입시킨 후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는 별도의 인사, 임금 체계를 운용함으로써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문제를 다루는 노동위원회는, 정규직과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무기계약 노동자는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결정하고 있다.

어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상용직의 비중이 꾸준히 커져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고 이야기했다. 정부는 올해도 비정규직 대책이라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어댄다. 은행권에서는 고졸 행원을 뽑는 것을 마치 대단한 인사인 것처럼 홍보한다. 안타깝지만 고졸 행원은 절대 정규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속셈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일하면 일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무기계약직, 이대로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원칙을 되찾을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글_윤지영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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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4 02:19
    있다없다의 도입이 눈길을 확 끌어서 후룩후룩 읽다보니 예전에 가슴아팠던 상담기억이 떠오르네요.... 법률상담맡았을때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법이 헌법위반이 아니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이 위법아니냐 하셔서 안타까운 답변을 해드렷는데 이런 말장난 같은 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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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4 18:07
    동감합니다. 이런 말장난을 이용해 자본주의 사회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말로 포장하여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네요. 확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아예 언론에서도 때때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정규직으로 포장해서 말하는 것 같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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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5 18:41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7.4.11>
    1. "기간제근로자"라 함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하 "기간제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2. "단시간근로자"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2조의 단시간근로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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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5 18:42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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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5 18:48
    아래 규정에서 보듯이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를 차별대우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시간 근로자는 파트타임 근로자를 말합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둘다 해당되지 않습니다. 법이 교묘하게 제정된 것인지 모호한. 법을 교묘하게 해석한 것인지 모르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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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5 18:50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넣거나 이년을 초과하면 통상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해야 문제가 해결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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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16 17:22
    홍율님 대신 답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법상 무기계약직은 기간제근로자에 속하지 않고, 차별적 처우의 금지 대상은 기간제근로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은 구제 받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노동위원회가 무기계약을 이유로 한 차별 시정에 대해 모두 각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할 경우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기계약직 역시 보호 받아야 한다는 반대 논리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겠지요. 계약기간이 2년이 넘는 경우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차별적 처우로 간주하면서 차별 시정 진정을 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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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0 16:35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질의드립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계속근로하면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지 않고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봐서 정규직 근로자와 임금 등 근로조건을 차등대우하는 것이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에관한법상 '차별적 처우의 금지' 조항에 위반될 여지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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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0 16:36
    네. 홍율님, 윤지영 변호사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변호사님의 지적대로 이러한 노동위원회의 축소해석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라는 기단법의 근본적 취지에 반하는 해석은 아닌지 의문이 남습니다.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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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26 09:38
    공공부분무기계약직은 정규직아닙니다!....
    공무원은 공무원법을받고 정규직무기계야직은 노동법을받습니다!
    봉급날짜!...호봉....인센티브...복지...모든게 다르게되어있고....
    공무원들조차 공무원으로 대해주질않습니다!....
    정규직이라고 만들어놓코는 (무기징역) 평생이용해먹는다는속셈인것같고요!....
    공공부분만아니라!다른기업들도 정규직법을 악용을해서 무기계약직을 만들것아닙니까?...
    이런건 꼼수가아닌가요!.......
    관공서에서정규직이면 공무원이 정규직이고 xx회사정규직면 xx회사원이되어야 정규직아닙니까?
    머리나쁜사람도 알겠다!


    기존에 무기계약직으로 있었던사람들은 특채로 기능직을 시켜주어야된다고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특채가있어 기능직이 다되었는데....
    기능직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한사람들은 지금그것하나밑고봉급이작고 힘들어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꾸 무기계약직만 만들게 아니라! 기존에있던사람들도 좋은해택을 먼주주어져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무기계약직만자꾸만들어서 꿈은작꾸만 살아지는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