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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인권법캠프 후기] '성소수자 인권' 강연을 듣고 (이수정)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2.03.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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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밀어내는 당신에게


 지난해 12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저지하고자 반대단체는 피켓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적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에 포함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성 관념에 ‘무지’한 학생들을 동성애자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성 소수자들이 그 조례로 조장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그들 곁에서 존재하는 사람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웠습니다.

 성소수자 주제마당의 첫째는 성적 소수자와 한국종교의 역사를 다루는 강연이었습니다. 임보라 목사님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 운동 역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되짚으며 이 과정에서 과연 종교가 어떻게 역할을 해왔는지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2003년 「청소년보호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한국기독교총연합은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동성애를 심판받아야할 ‘타락한’ 성 문화로 터부시했습니다. 한기총은 2007년「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로 포함시키는 것을 문제 삼아 무산시켰습니다. 심지어 2010년 공중파 방송 드라마에 대해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책임져라!’라는 내용의 광고가 일간지에 기고해 성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보여주었습니다. 더욱 치졸하게 대관 신청 단체 가운데 성 소수자 관련 단체가 있다는 이유로 가톨릭청년회관 대관을 취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학생인권조례 역시 줄기차게 반대했고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 <바른 성 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으로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습니다.


 임보라 목사님은 성서를 해석함에 있어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의 한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문자 그대로 읽으려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의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하습니다. 이에 대해 성 소수자에 대한 종래의 해석이 지금까지 받아들여져 왔고 이러한 해석 역시 존중될 필요가 있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임보라 목사님은 과연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셨습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종교의 교리와 나의 정체성이 갈등하는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강의 내용이 처음부터 쉽게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종교, 종교인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연대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강연은 종교에 관해 다루고 있었지만 동시에 법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한 질문에 대해 임보라 목사님의 답변은 ‘종교’라는 단어는 ‘법’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 사회에서 의도한 바이든 의도하지 않은 바이든 상당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종교나 법이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권리문제와 마주합니다. 법과 권력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겉모습(문자)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야합니다.



나 여기 있다고 외칩니다


 다음으로 공감 장서연 변호사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장서연 변호사님은 이번 인권법캠프에서 당사자로서 성소수자 관련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커밍아웃과 함께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동안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 있던 나는 주변 사람이 종종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혹시 내가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성소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변명’하고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장서연 변호사님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으며 강의에 빠져 들었습니다.

 장서연 변호사님은 성소수자의 최근 법적 논쟁을 중심으로 성소수자와 인권에 대해 강연하셨습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영화 ‘친구사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분류결정 취소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동성애 차별을 비판하는 적극적인 가치 판단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군형법 제92조(일명 계간법) 위헌제청 사건에서 동성애를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본 합헌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낮은 인권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비판하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실망스러운 사건들 가운데에서도 몇몇 사건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의 점거 시위는 적극적 옹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2006년 대법원의 성전환자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을 통해 법률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의 첫 성전환자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은 성전환자를 위한 특별법이 아니라 당시의 호적법 제 120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장서연 변호사님은 성 소수자의 가족 구성권 문제를 연이어 다루면서 이러한 법률적 관계의 인정은 단순히 상징적인 차원을 넘어서 당사자에게 실익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법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것이라면 법률가가 아니라 법룰 기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수자 인권 보호에 있어서 법률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계란 한 판과 함께!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그 말, 남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그 말 속에서 누군가는 상처받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분노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쳤을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성 소수자의 존재는 다른 세계의 다른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처럼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무모하고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한편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모이고 편견에 저항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문득 몇 년 전, 동성애에 대해 다뤘던 한 프로그램에서 홍석천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커밍아웃 이후 자신의 삶은 1대 대한민국의 싸움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면서 말렸는데 그래도 계속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보면 바위가 계란으로 뒤덮여서 바위가 계란으로 보일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날이 있다고요. 가끔 그런 날이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자기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오늘 나는 이곳에서 수많은 계란들을 만났습니다.

                                                                                                      글_ 제5회 인권법캠프 참가자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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