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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인권법캠프 후기] 김두식 교수가 말하는 법조인의 자세 - 선을 넘어라! (배정민)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2.03.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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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곰이 생각해 보자. 오늘 가장 ‘Hot’한 이슈는 무엇인가. 지난 6개월 동안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올랐던 화제는 무엇인가? 작년에 가장 중요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쉽게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중요한 일들을 너무 쉽게 잊고 너무 바쁘게 세상을 살아간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과 김명호 교수 석궁 사건은 신문과 책으로 사건의 진상이 알려졌지만 영화로 나온 후에야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관심을 끌었다. 극적인 재미를 더해 영화관에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애달프다. 사람들이 게으르고 귀찮아져서 사건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일들이 동시적으로 벌어져서 감각이 무디어 진 것일까. 사공이 많으면 강으로 가야할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한다. 만약 변호사가 많아지면 사회라는 배는 어디로 갈까. 배가 강으로 가려면 어떤 변호사가 필요한 것일까. 이와 같은 우문에 김두식 교수님은 재미와 센스를 더한 현명한 답변을 하셨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여러분들, 왜 여기 모이셨어요?”하는 교수님의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들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교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평소에 관심을 둔 분야가 노동인권, 여성인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님은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사람들 대부분 ‘왜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이 일정하다고 했다. 대개 “그냥 재미있어서요.”라는 것이다. 거기에 교수님은 “생긴 대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를 덧붙였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래서 심연으로 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을 주문하였다. 벼랑 끝에 몸을 던져 버리는 자유를 마음껏 느껴보라고. 

 나를 그대로 바로 보고자 하니 동생과의 일화가 생각난다. 사회에 먼저 진출한 여동생은 쉬는 날이면 우리 집 놀러 와서 낡은 추리닝을 주어 입은 언니에게 꼬박꼬박 밥을 사준다. 대학원 합격자가 발표되던 날, 동생에게 ‘야, 이제 언니만 믿어. 3년만 지나면 매일 내가 밥 살게.’라고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낸 것이 떠올랐다. 아, 믿길 뭘 믿어. 사긴 또 뭘 사. 로스쿨 졸업이, 무슨 변호사 자격증이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지 않은가. 생긴 대로 살기를 주문하시는 교수님을 앞에 두고 불투명한 미래 앞에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 없이 부끄러워 코끝이 벌게졌다. 

 교수님은 있는 그대로, 생긴 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또 내면이 탄탄한 사람들은 ‘아, 내가 판사 할 수 있었는데…….’, ‘그때 내가 성적이 참 좋았었는데 말이야.’ 하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유능한 사람 진짜 선수라고 설명하였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진짜 선수가 있다. 신입생 시절 ‘수능을 망쳐서 이 학과에 왔다’고 말하는 동기생들은 졸업하기 직전까지 그 말을 달고 산다. 교수님은 평생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살 것인지 고민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을 넘어 보고, 이면을 들여다보자!

 ‘수술 못하는 착한 의사’라는 비유를 통해 교수님은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 셋째도 실력을 강조하셨다. 법조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보다도 실력이라는 뜻이다. 본인의 사법연수원 시절을 되돌아본다면 공부 열심히 안 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하시면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고민은 그만하고 공부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변호사 시험 합격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하겠다며 대부분의 강의를 상대평가하는 로스쿨 학사관리 현실을 안타까워하였다. 이어 공부하는 자세에 대해 조언하였는데,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호사라면, 판사나 검사라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같은 절실함으로 공부를 하라고 주문했다. 실력을 지니고 절실하게 모순을 파해 친 롤모델이 생각났다. 바로 외교통상부가 숨긴 한미FTA의 불평등요소와 각종 번역오류를 지적한 송기호변호사이다. 

 교수님께서 용기와 창의성을 강조하신 것도 실력 쌓기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창의성이 왜 중요한 것인지 노벨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세계적인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 네이처에 등재되는 논문에는 타인의 주장과 약간 다르지만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실리게 된다고 한다. 다소 급진적이라거나 타인과 비교해 튀는 주장 실릴 수 없다고 했다. 매우 독특한 주장들은 어떻게 남을까? 남들과는 정말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사람 다수가 노벨상을 받았다. 진짜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배우는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창의성은 곧 용기이다.


새로운 생태계의 제이크 설리


 변호사는 양쪽 모두의 사정을 다 들은 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균형감각과 이면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보는 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선을 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보다는 선을 과감하게 넘어 보는 사람이 되야한다. 영화 아바타에는 영혼의 나무 ‘에이와’가 등장한다. 판도라의 나비족은 지구인들의 대규모 침탈에 속수무책이다. 제이크 설리는 에이와에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해달라고 빌지만, 네이티리는 이렇게 말한다. “대지의 어머니는 누굴 돕는 신이 아니다. 다만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것뿐이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고 편을 잘 가르는 것보다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한다.

 변호사가 되려면 균형을 잡을 줄 알고, 나의 공간과 형태와 내용이 다른 공간도 선뜻 경험해 볼 용기와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비록 스마트폰 화면을 문질러 ‘I see you’하면서 흐뭇해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제이크 설리처럼 지구인이라는 선을 넘어 ‘토루크막토’도 한번 타 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러한 변호사들이 많아지면 분명히 배는 강으로 갈 것이다. 교수님은 사법시험이 그나마 가졌던 장점인 공정성이 심히 훼손되는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은 여성, 지방 학교, 비명문대 출신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하였는데,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전혀 다른 생태계와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다른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세대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면서 설명했다.

 바닥으로 내려가 볼 것, 폼 재지 말 것, 실력을 갖출 것, 다른 생태계를 만들 것, 그리고 선을 넘을 것. 이것은 우리를 향한 교수님의 애정이 담긴 현답이다.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되면 결국 우리는 ‘변호사라는 사공이 많으면 사회라는 배는 반드시 강으로 간다.’라는 새로운 속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글_ 제5회 인권법캠프 참가자 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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