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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인터뷰] 모든 사람이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설레는 세상을 꿈꿉니다 - 정은주 기부자님

기부회원 이야기

by 비회원 2012.01.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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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만 쓰다가 나도 실천할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네요.’


짧은 한 줄에 이끌려 섭외를 마음먹었다. 이번 달 기부자 인터뷰의 주인공은 한겨레신문사의 정은주 기부자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기자를 상대로 인터뷰 한다는 일이 약간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대학 학보사기자를 포함하면 17년째 기자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에게는 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고 그것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공감'은 '빛'이다


6여년을 법조기자로 생활 해 온 정은주 기부자에게 공감은 주요 출입처 중 하나였다. 공감은 공익 소송을 많이 진행하는 터라 기삿거리도 많았고 자연히 그녀의 관심도 높았다. 공감이 진행하는 의미 있는 소송을 높이 사며 한줄기 빛과 같다고 표현하던 그녀는 ‘존재가치' 있는 공감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제 월급이 많지 않아요. 만날 인생이 적자죠. 그래서 기부 이런 건 생각도 못했어요. 근데 어느 날 문득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인생에 돈을 남게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니 적자를 못 벗어날 거 같더라고요. 어차피 적잔데 ‘그냥 (기부를) 하자’는 생각이 들고 어찌어찌 굴러 가겠지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마음에 드는 곳에 얼마 안 되는 수준에서 조금씩 하게 됐죠. 그 중 한 곳이 고문 피해자들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진실의힘>이란 곳이에요. 저에게 기자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란 걸 알려주고 그런 분과 인연을 맺는 걸 고맙게 생각하게 한 단체죠. 그리고 <제주올레> <희망제작소> <참여연대>최근까진 <아름다운재단>에도 했죠. 아프리카 돕는 거. 그리고 <학벌없는사회>에도 해요. 그건 제가 지향하는 삶이라서, 그냥 그런 단체가 우리나라에 존재했으면 해서요. 동전 한 닢으로 힘을 살짝 보태는 거예요. 세상에 존재가치 있는 것이 존재 한다는 자체가 멋진 일이에요. 전 거기에 의의를 둬요.”


‘나눔’은 '빚'이다


공감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정은주 기부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구금 사건과 최초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여성의 사건을 기억했다.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가 담당한 사건으로 판결문을 보고 직접 연락을 했던 것. 그녀는 이주난민 문제는 자신에게 있어 일종의 ‘빚’이라고 이야기 했다.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했어요. 그때 제가 살던 몬트리올 지방지에 기사가 조그맣게 떴어요. 다섯 살 아이가 있는데도 영주권이 없어 추방될 위기에 처한 필리핀 가정부의 이야기였죠. 그 분을 인터뷰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한 학기동안 인터뷰를 다섯 차례나 하게 해주셨죠. 그때 그분이 하신 말이 한국에 돌아가서 기자로 일할 때 필리핀 여성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도와 달라 하셨어요. 그러겠다고 약속해놓고 못하고 살고 있으니 저에겐 빚이에요. 나비효과처럼 그분의 도움이 제가 공감에 기부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제가 빚지고 있는, 직접 행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감이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현장기자로 뛰어다니는 기부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터뷰 당일에도 지켜야 할 마감시간과 울려대는 전화로 그녀의 생활이 짐작되었다. 심지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며 무조건 뭔가를 해내야 하는 시간이 마감시간이라고 이야기하던 ‘기자’로서의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인터뷰 순간을 물었다.


“10년을 기자생활 하는 동안 인터뷰 하면서 딱 한번 울어봤어요. 저에겐 엄청난 경험이었죠. 간첩으로 몰린 남편을 둔 아내의 인터뷰였어요. 허위자백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가난 때문에 자주 보지도 못하고 편지만 주고받았대요. 사형은 집행됐고 남편을 보러 가니 하얀 천에 빨간 피가 묻어있더래요. 알고 보니 그분이 눈을 기증하고 가신 거예요. 유품에 가족사진이 발견됐는데 그 뒤에 ‘하나님 제가 정말 드릴게 없습니다.’ 그 분은 눈을 드리니 저희 아이들을 지켜주십시오 라는 기도문을 쓴 셈이죠. 그런 얘기를 담담히 전하는 부인 앞에서 엉엉 울었어요.”


인권은 '나'다


그녀는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세 차례 받고 2009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10대 인권 보도상'을 수상하였음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해결하지 못한 숙제라고 이야기 한다. 기자라는 옷이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에게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째는 ‘관찰력’이에요. 기자는 주인공이 아니고 전달자이자 증언자이죠.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관찰하고 전달해야 해요. 세상에 관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야겠죠. 신문기자라면 글도 잘 써야 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아웃사이더’가 숙명임을 알아야 하죠.”


외로움을 즐겨야 한다는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밝고 씩씩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큰 눈과 짧은 머리가 아름다웠던 그녀는 ‘인권’이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나’와 같은 것이라 하였다. ‘나’를 대하듯 바로 그런 태도로 인권을 대하라고 이야기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오늘도 바쁘게 뛰어 다닐 그녀이기에 더욱 소중했던 인터뷰였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녀가 꿈꾸는 세상을 물었다.


“모든 사람이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설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신 정은주 기부자에게 감사드린다.

 

글 _ 남효영 (1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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