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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활동기] 나의 인권과 남의 인권 vs 너의 인권과 우리의 인권 - <결혼이주민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공감이 2011.12.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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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토론회 무효야. 민족 반역행위야!”

 

지난 11월 28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결혼이주민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 토론자인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토론회 시작 전, 국제결혼 피해자 단체 대표자 분들의 함성으로 큰 소란이 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격양된 목소리를 들으면서, 결혼이주민의 체류권 보장에 대한 논의에도 역시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토론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본 토론회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주최하고, 공감과 여러 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 중국인 교회 등이 주관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최자인 김춘진 의원은 불참한 상태로 의원실 보좌관의 사회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위장결혼의 피해자인 왕펭후아 씨의 당사자 진술을 듣고, 서울 중국인 교회의 최황규 목사와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의 강성의 사무처장의 발제로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온 그들에게 한국은...

 

 당사자 진술을 한 중국인 왕 씨의 경우, 위장 결혼의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되어 관련 법 개선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그녀는 결혼 후 한국에서 하룻밤을 지내자마자 마사지 업소로 넘겨졌습니다. 업소에서 뛰쳐나와 반년이 지나서야 남편과 마사지 업소 사장들의 공모한 위장결혼의 피해자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녀는 이런 공모사실을 전혀 모른 채 한국에 왔지만, 검찰에서는 남편과 업소 사장 등을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중국인 교회의 도움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왕 씨는 기소유예처분 취소결정을 받았으나, 헌법소원 진행 중에도 출입국 당국은 체류를 연장하지 않아 그녀는 불법체류자가 되었습니다. 억울한 일을 구제받고자한 소송기간 중에 불법체류자가 되어 2년간 정신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최황규 목사과 강성의 사무처장의 발제에서는 상담사례를 통해서 본 결혼이민자의 체류권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서울 중국인교회의 최황규 목사는 국적신청 시 일을 못하게 하는 체류자격(F-1)전환의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F-1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일하는 것이 적발된 경우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한 결혼이주여성의 사례에서는, 남편이 조계종에 귀의하면서 여성은 강제 이혼 후 F-1 비자로 체류자격이 전환되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도 적법하게는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밖에도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혼인이 파탄된 경우에는 국적법 제 6조 2항의 3호에 의거하여 법적보호를 받는데, 실제로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내부지침에 따라 자의적으로 체류연장을 거부하는 행태가 만연함을 비판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강성의 사무처장의 발제에서는 이혼소송 재판과정에서 체류자격의 변경처리문제, 자녀면접교섭권을 가진 결혼 이민자의 체류 연장 불가사례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주 여성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방적으로 이혼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추완 항소 기간 중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F-1 비자로 변경됩니다. 위장결혼의 피해자였던 왕 씨가 소송 중 불법체류자가 된 것처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가중되는 양상에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었습니다. 한국인 배우자와 사별한 결혼 이주민의 경우, 당국이 구체적인 체류 사유를 요구하여 한국인 가족 부양여부 등의 사유가 체류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당하다고 문제제기 하였습니다. 또한 자녀의 면접교섭권을 가진 이주민의 경우 출국 후에 방문비자를 받아 오도록 하여 실질적인 면접교섭이 어려운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지적하였습니다.

 

# 열띤 토론: 출입국의 밀실행정인가, 내국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가

 

토론으로 넘어가서는 법무부 사회통합과의 이동휘 과장,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이선 연구원, 그리고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의 권미경 상담팀장, 이렇게 네 분의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법무부 사회통합과의 이동휘 과장은 앞서 제기된 비판에 대한 오해 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반박하였습니다. 먼저, F-1 비자의 발급과 관련해서는, 결혼 이민자에 대한 체류 연장 불허결정이 나면 원칙적으로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지만, 다시 결정이 날 때까지 F-1 비자로 바꾸는 것이라고 해명하였습니다. 또, 국적법 제 6조 2항 3조의 경우, 해석에 차이가 있지만, 상대방 귀책사유의 입증책임 부분은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대원칙에 따라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고 왕펭후아 씨의 경우도 오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범죄피해자로서 보호 대상이므로 정식 직업계약서를 가져오면 체류연장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씀으로, 문제점이 없다는 식의 답변은 조금 혼란을 주었습니다. 현존하는 법과 제도는 모두 정의와 법정 안정성을 추구하며 각각의 역할을 부담하는데, 왜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제도에 의해 오히려 소외되고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논의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행정적인 절차의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판결문의 경우 귀책사유가 정확히 나오지만, 화해나 조정의 경우에는 누가 잘못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유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의 체류문제를 바라볼 때도, 원래 결혼 이주시의 주목적이 결혼이기 때문에 체류 ‘사유’에 대해서는 물을 수 있다는 점에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자체가 체류 허가나 불허가의 판단 근거가 되면 안 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음 토론자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먼저 결혼 이주민 체류권 보장의 국제적, 국내적 근거를 설명하고, 최근 개정된 출입국관리 법령의 내용도 언급하였습니다. 2011.4.5.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결혼이민자에 대한 특칙 조항 제 25조의 2가 신설되었고, 나아가 결혼이민 관련 비자로 F-6 체류자격이 신설된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전에 지침으로만 이루어졌던 혼인 파탄자에 대한 체류연장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상당히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반면 아직도 결혼 이주민의 체류권을 침해하는 밀실행정으로 인해, 법과 실제 관행이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어떤 담당자가 창구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점을 크게 꼬집었습니다. 법무부 이동휘 과장은 유연하게 답해주셨으나, 출입국의 재량이 너무 강하고 비공개 원칙을 고수함으로 인해 실제 발생하는 문제점이 심각합니다. 권리의무 변동사항이 크고, 공정성 담보가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한 특성으로 불법적인 브로커가 대다수 양산되는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이혼확정 판결만으로 F-2에서 F-1으로 변경함은 문제가 있다는 소라미 변호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이를 고려해서 반영하겠다는 법무부 측의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이선 연구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체류 허가는 국가가 절대적 권리로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실로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사기결혼에 대한 초국가적 공조와 정책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기존까지는 결혼 초기 단계의 문제였으나 현재의 경우는 결혼해서 생활하다가 이혼의 문제나 사별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존의 법리로 해결하기 보다는 전향적 자세 필요하다는 말씀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즉, 정부는 지금까지 결혼이란 ‘혼인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기준 하나만으로 체류자격을 판단해왔으므로 결혼 이민자의 경우 복수국적 가지려면 이혼이나 사별하면 아니 되었습니다. 위장결혼에 대한 처벌강화와, VISA단계에서 강화가 필요하지만, 결혼 이후의 체류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서 지적한 대로 공식화 되고 있는 행정 내부지침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법의 안정성은 개인의 감정이나 미시적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므로 개인의 해석이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의 권미경 상담팀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서 국제결혼이 대안인가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상대방 나라에서는 중개업체에 의한 결혼이 불법인데 한국은 제한적 조항 지키면 적법한 모순적 상황에서 현재 국제결혼 파탄되는 비율은 30%,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배제하므로 실제로는 50%에 육박합니다. 상담확인서와 관련된 쟁점도 정리가 필요하고, 앞으로 F-6비자가 어떻게 작용할 지 지켜보아야 할 것, 그리고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앞 선 토론자들과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 “내 인권도 지키지 못한 채, 남의 인권을 지키려 하는 것.”vs "명백하게 잘못된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것”

 

 시간을 훌쩍 초과할 정도로 열띠게 진행되었던 토론이 종료된 이후에는, 시작 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인 남성 피해자 단체의 대표자들은 이러한 토론회를 가지려면 국내 남성배우자의 피해도 토론하여 국민의 소리를 균형 있게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격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입장에 선 그들은 한국 배우자의 유책사유가 당연히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부터 외국인 소송구제 지정 변호사제도로 외국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는 반면, 국제결혼을 하는 저소득, 저학력의 한국 남성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어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들의 울분 가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별개의 사안을 결부시켜서 본 토론회 자체를 비판하는 점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지적 중 일부는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혼인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혼이 성립하면서 한국인 남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분명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국제결혼 피해남성 Y씨도 베트남 여성과 결혼 후 가출과 거짓 폭행신고 등으로 일방적으로 나쁘게 언론에 보도되고, 아이를 3년간 보지 못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여러 피해를 입고 억울함을 하소연했습니다.

 

 한국남성 피해자들이 자국민의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에는 당연히 수긍을 하면서도, 그러한 문제와 본 토론회에서 비판하고자 했던 밀실행정의 문제는 별개의 논의라는 점에서 안타까웠습니다. 출입국 당국의 비공개원칙으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논의해서 그러한 관행을 비판하고 개선하도록 힘을 싣는 토론회가 되었으면 더욱 유익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장을 마련하는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이주민의 인권향상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무거운 희망을 품고 돌아왔습니다.

글_변수양(1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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