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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포럼 후기] 사람 사는 마을만들기 - 대안개발과 마을공동체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12.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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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30일 수요일 정독도서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수마을(삼선4구역)의 대안개발을 이끌고 있는 박학룡 장수마을 대안개발연구회 대표의 강연이 있었다. 2년 전 용산참사나 최근 홍대 두리반, 명동 마리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의 도시 재개발은 기존 세입자 등 주민의 주거권을 박탈해가면서 이루어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형태의 재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박학룡 대표는 장수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적 개발을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대안개발이라는 작은 화두를 던졌다.


# 삼선4구역? 장수마을!

 장수마을(삼선4구역)은 2004년 서울시 기본계획에 의해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되어 ‘삼선4구역’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며 원래 마을 이름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장수마을이란 이름은 2008년에 대안개발연구모임이 주민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마을 이름 짓기를 통해서 정한 것이다. 이곳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부터 판잣집(일명 하꼬방)들이 들어서 있었고, 1960년대부터 움막, 천막집과 무허가 판잣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8년경 정부에 의해 무허가 주택에 대한 양성화 조치가 있었고, 이 때 주민들은 집을 구입하거나 새로 지어 정착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마을이 생겼다. 

 
이곳은 재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되었으나 구역 인근에 서울성곽과 삼군부총무당 등 문화재를 끼고 있으며, 북동향의 급경사 구릉지라는 지형적 여건 등 제약요인이 많아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장수마을(삼선4구역)의 국공유지는 필지수 기준으로 구역 내 전체 토지의 약64%로 차지하고 있어, 이와 연계된 사용료 연체금 문제(가구당 1년 평균 약 290만원 부과, 가구당 평균 체납금액 약 1,590만원)도 존재한다. 그러나 주택 대부분이 40~50년이나 지난 노후주택이며, 도로는 주로 가파르고 좁은 계단골목이며, 도시가스는 인입되지 못하는 등 기반시설이 미비하여 도로정비 및 기반시설 확충을 포함한 주거환경개선이 절실한 곳이다. 박학룡 대표는 민간도 행정부문도 포기한 이곳에서 2008년부터 기존 개발방식과 판이한 ‘대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장수마을의 대안개발은 어떤 모습인가?

 박학룡 대표는 장수마을 재개발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이 지역을 전면철거하고 테라스 하우스를 짓는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 지역 동일 평형대 아파트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몇몇 집을 합쳐서 빌라로 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땅을 불하받으려면 평당 7, 8백만 원은 지불해야 하고 변상금까지 갚으려면 총 2억 원 가량이 필요한데 지역 주민들이 이를 지불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새로 짓는 것도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주민 각자의 능력에 따라 보수 정도를 결정하여 기존 가옥을 수리·보수하는 방식을 택하되, 토지 임대부주택을 최대한 활용해서 임대료를 낮춰보고 고치는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경관협정, 주거환경개선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신축할 필요가 있는 건축물은 신축해보자고 방안을 정했다고 한다.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이루어졌다. 동네 쓰레기장이었던 곳은 동네 쉼터로 거듭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고, 삭막한 잿빛 벽에는 차분한 톤의 벽화가 그려졌다. 붕괴될 우려가 있는 축대를 개·보수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장수마을 가옥의 특성을 고려하여 단열재 보충공사가 이루어졌다. 

 성북구청을 설득하여 작년부터는 행정적 지원을 조금씩 받고 있다고 했다. 도시재생과와는 물리적인 정비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하고, 2011년 7월부터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도시디자인과와는 2011년 마을학교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고, 2011년 하반기 골목디자인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일자리정책과와는 마을만들기와 취약계층 집수리를 위한 마을기업 협약을 맺어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마을학교를 핵심프로그램으로 하면서 주민역량 강화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학교에서는 도시농업 교실, 집수리 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집수리 두레, 집수리를 핵심 아이템으로 하는 마을기업 ‘동네목수’, 마을 벼룩시장 등을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빈집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작년에 마을 내 한 빈집을 두 평짜리 작은 미술관으로 활용한 바 있다고 했다.
 
# 기존 도시재개발보다 더 꼼꼼하고 섬세해야 할 대안개발

 
박학룡 대표는 대안개발은 재개발이나 뉴타운보다 더 치밀하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고치는 순서도 중요한데, 방법, 노하우, 하수관 등 기반시설 정비 등 종합적 계획과 순서를 정해놓고 하면 좋은데 이런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개발이 완성되려면 이런 부분이 채워져야 함을 강조했다.

 
대안개발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장수마을 내 빈집 하나를 장수마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편의점으로 운영하고자 가옥주와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를 1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주민들은 이것이 가이드라인이 돼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가 오를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기회삼아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처하고자 기존 빈집을 수리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박학룡 대표는 지역 주민이 갑자기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장수마을에 임대료 상한을 정하는 협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주인이 다 나가고 세입자가 다 쫓겨나면 마을만들기는 의미가 없음을 재차 강조하면서.

 
# 도시개발은 ‘사람 사는 곳’을 더 살기 좋게 하는 것

 재개발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철거민이다. 도시미관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도시 재개발은 기존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이루어진다. 우리가 경험해온 도시 재개발은 통상 기존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전면 철거방식으로 와해시킨 후, 아파트 단지 등을 건설·분양하여 막대한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방식은 이전 부동산 대세상승기에나 수익성이 있을 뿐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부동산 시장의 상승 국면은 사실상 끝났고, 그에 따라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도 현재 지지부진한 곳이 많다. 기존 지역 주민 및 세입자 등의 생활기반을 빼앗아가면서까지 진행했던 많은 재개발 사업은 그 목적이었던 ‘수익’조차 얻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의 기존 개발방식을 되짚어보고 반성할 수 있는 적기이다. 장기적인 전망 없이 오로지 대형 건설사 등의 수익 추구에만 천착해왔던 개발 형태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 공동체 보호 등 공익을 중시하는 도시개발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지역 공동체를 보호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조건들을 보호하면서 주거환경 등을 개선하는 형태의 개발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박학룡 대표가 이야기한 대안개발이 어쩌면 보편화되기 어려운, 말 그대로 ‘대안’적인 개발방식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익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 도시개발을 진행한 경험이 없는 우리 사회에 대안개발의 기치,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어서 자신들의 삶의 조건들을 바꾸어나가자는 기본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벌인 구체적인 작업들은 기존 개발방식이 ‘돈’이 아닌 ‘삶’의 가치를 지키도록 하는 데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오늘 이야기하는 대안개발이 ‘대안’적인 개발이 아니라 개발의 기본방향이 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글_이성준 14기 공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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