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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한 집에 살 권리', 그 당연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면?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워크숍'에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11.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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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4일 오후,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틈새모임(틈새모임)'이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워크숍을 주최한 틈새모임은 주거 관련 법제도와 정책이 여러 소수자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10년 8월에 구성된 모임입니다. 여기에 우리 공감(장서연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틈새모임에는 장애여성단체인 공감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임에서 각각 '공공감(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장공감(장애여성공감)'으로 불리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각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줄 워크숍 자료를 "공감"이 출력해오기로 했는데, '공공감'과 '장공감'이 모두 자신들을 가리킨 줄 알고 두 단체 모두 자료를 출력해오는 바람에 모두 웃었답니다.

이번 워크숍에는 "가족상황차별을 함께 고민하며 주거권의 새로운 의제 찾기"라는 부제가 달렸는데요. 사실 이 워크숍은 현재 틈새모임이 작성 마무리 단계에 있는 소수자 주거권 관련 보고서의 핵심 논점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워크숍 참가자들의 토론을 통해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열린 것이었습니다. 이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인 미류 씨의 사회로 진행된 워크숍은, 먼저 틈새모임 구성원인 타리가 보고서 초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발제한 후 이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은 1부와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여러 단체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준비해온 토론문을 바탕으로 일종의 패널 토론을 진행한 뒤 전체 자유토론으로 마무리한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 집: '돈 문제'라는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그 이름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에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뜻 외에도 세대 간 계급 재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동산(사유재산)으로서의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확장된 주거권 개념을 가지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틈새모임은 주거권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집이라는 부동산을 '세대 간 계급 재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것만으로는 소수자 주거권 문제를 보다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찾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틈새모임의 연구자들은 문헌조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소수자 그룹에 속하는 인터뷰이들을 대상으로한 심층인터뷰를 통해 1인 주거, 결혼이주여성, 비혼모, 성소수자, 장애여성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주거경험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차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주거정책과 개인의 일상적인 주거 경험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차별에 '가족 상황'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와 거기서 우리는 어떤 권력관계를 발견할 수 있는지 등을 분석했습니다. 사실 이게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논의의 영역이 굉장히 광범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드시죠?

러한 보고서의 핵심내용을 타리 씨는 꼼꼼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발제해주었습니다. 이 발제는 주거권의 내용을 소개하고, '비차별'이라는 인권 원칙이 주거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밝혔습니다. 또 한국의 주거정책이 얼마나 정상가족 중심적으로 짜여있는지도 검토했는데요. 저는 이 내용을 들으면서 상당히 확고한 문화규범들이 주거정책에 반영되어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거정책(기타 정책도 마찬가지지만)을 단순히 '돈 문제'라고 여길 수 없는 이유겠죠. 아니,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돈 문제'라고 칭할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돈 문제'라는 세 글자 안에는 무수히 많은 문화적 규범과 권력관계가 응축되어 있으며 그 '돈 문제'가 특정 집단에 속하는 누군가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한국의 주거정책에서 소수자의 주거권이 푸대접을 받아온 현실에서 드러났듯이 말입니다.

# 답답하지만 그냥 한탄만 하다 끝낼 순 없잖아? 구린 건 바꿔줘야 제 맛!

틈새모임의 한 구성원은 소수자 주거권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게 된 동기를 밝히면서, "일상 속에서 주거와 관련하여 겪는 차별, 부당함, 곤란한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안타깝다' 혹은 '에휴~ 술이나 한 잔하러 가자'라는 말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안타까움만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구린 현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대항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겠죠? 저는 바로 이날 워크숍이 그러한 힘을 주고받는 자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자리에서는 '아직 이 사회에는 주거공공성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이미 주택이 과포화상태인 것 같다' '구체적인 정책적 제안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와 같은 말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언니네트워크, 동성애자인권연대, 마포 민중의 집,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반지하사는 여성들의 모임 '반만 올라가면 일층', 신촌민회, 장애여성공감, 청년유니온,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같이 다양한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여 각자가 주거권과 관련하여 그동안 해왔던 활동과 고민들 그리고 문제의식을 나누는 시간 그 자체 덕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또 어떤 점이 비슷하고 맞닿아있는지 등을 발견하였고, 이전엔 몰랐던 다른 단체의 재미난 활동에 대해서도 살짝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단체에서 온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복지 정책 요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복지 패러다임/철학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또 주거문제가 고용문제와 같은 다른 사회적 이슈와도 깊이 연결되어있다는 지적도 가슴에 와 닿았고요. 주거권의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정치적 문제로서 함께 풀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 어느 활동가의 말에도 아주 공감이 갔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가 역시 주거권 문제를 단순한 정책적 사고만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습니다. 임대아파트 정책을 포함한 주거 정책의 문제는 물리적 공간의 확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히 몇 만 호의 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이나 다른 소수자 집단에게 '배분'했느냐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주택이 어떻게 지어져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살 사람의 일상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했는지 등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장애인을 비롯하여 많은 소수자들이 '당장 살 집'이 없어 걱정하는 상황에서, 주거권에 대한 고민이 '공간 확보' 이외에 다양하게 확장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 역시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속에 답답함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와 같은 답답함이 있기는 했지만, 이날 워크숍 참여자들 중 상당수는 역시 주거 정책이 각각의 집단을 위한 '분배'의 관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임대주택 정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혼모를 위한 임대주택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들이 입주 후 경험할 차별적 시선과 사회적 낙인이 반드시 줄어든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또 어느 활동가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세팅 자체가 소수자들끼리 경쟁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소수자의 주거권에 대한 담론이 임대주택 '배분' 정책에서 어느 집단이 '우선순위'가 될 것인가 혹은 더 많은 할당량을 받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주거권 보장을 주장하기 위한 공통의 틀 혹은 아젠다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 채 틈새모임의 워크숍은 막을 내렸습니다.

# 보고서를 기다리며...

'살만한 집에 살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각자가 가진 권력에 따라 '누구는 이만큼씩... 다른 누구는 요만큼씩...' 이렇게 할당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거권, 즉 '살만한 집에 살 권리'의 보장은 일면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이 당연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사실은 그다지 당연한 것이 아닌 현실이 있음을 이번 워크숍은 다시 한 번 일깨워줬습니다. 곧 완성될 틈새모임의 보고서가 이 '당연하지 않음'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날카롭게 통찰하여, 지난 목요일 워크숍에서 받은 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_ 임유경 (공감 1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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