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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설립 10주년 대토론회 - ‘인권위 10년, 무엇을 남겼나’ 를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11.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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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탄생 10돌,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겨울이 다가오는 중임에도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18일, 서강대학교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서강대 법학연구소, 인하대 공익인권법센터 등 인권 관련 학술 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한 '인권위 10년,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전체 사회를 맡은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의 박옥순씨의 인사를 시작으로 각 분야의 활동가들이 인권위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분석한 내용을 발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감에서는 장서연 변호사가 ‘이주 인권 분야에서의 인권위 활동 10년 평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토론회 1부에서는 표현의 자유, 경찰·검찰 등 형사사법과 구금시설 분야, 정보인권, 장애인차별, 여성인권 분야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놀랐던 것은 각 분야별로 정리된 자료들이 거의 논문 수준으로 분석이 잘 되어있던 점입니다. 그에 반해 2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발제 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밖에 되지 않아 활동가들이 간략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세한 자료가 제시되었지만 각 분야별로 간략히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분야 - 발제자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인권위는 폭력시위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허가제이고, 집회 및 시위를 보장하기 위해 집회에 대한 시간적, 장소적 제한 규정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 그러나 헌병철 위원장 이후 PD 수첩 검찰수사 사건에 대한 의견제출 부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 나타난 주거권 침해 법원 의견제출건 부결, 야간시위 헌재 의견표명건 부결, 강제철거 반대농성 두리반 긴급구제요청 기각 등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건들에 대해 부결 또는 기각함으로써 인권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 또한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정부가 추진하였던 시위에 대한 대책 등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을 권고 하고 인권현장확인반을 구성하여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벌였던 것과 다르게 이번 G20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인권위가 현재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박주민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헌병철 위원장의 부임 이후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바 인권위가 과연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경찰·검찰 등 형사사법과 구금시설 분야에서의 인권위 10년 -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호중 교수는 형사사법 분야와 관련된 경찰의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시도에 대한 대응, 용산참사사건에 대한 대응, 미신고집회 관련 규정에 대한 대응, 경찰의 채증활동 관련 대응과 관련해 인권위의 결정례들을 분석하며 인권위의 논지가 가졌던 오류와 안일함을 질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미신고집회 규제와 관련해 인권위가 했던 ‘미신고집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는 적법하다. 다만 과도한 물리력 행사는 위법하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며 “이는 인권위가 대법원도 인정하고 있는 ‘원칙적으로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적법한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권위 결정례의 결론만보고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자세히 검토하여 논증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더불어 이호중 교수는 “인권위는 철저하게 ‘인권’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실정법을 뛰어넘어 사고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 정보인권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 정민경(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인권분야에서 인권위는 지난 10년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발제자 정민경씨는 “인터넷 내용규제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 알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판단하여 자율규제를 강조한 점은 우리 사회가 인터넷 내용규제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한 것” 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권위를 구성하는 인원이 바뀜에 따라 기존 입장과 달리 인터넷 내용규제에 대해 갈수록 후퇴되는 인권위의 입장 이 우려되며, 지문날인제도, 주민등록제도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권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회피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인권위가 인권침해적인 정책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 장애인차별 정체화되다 -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씨는 장애인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이 직접 활동하면서 느꼈던 인권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먼저 장애인 차별과 관련하여 인권위의 활동이 매우 부족함을 지적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연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 후 장애인들에게 직접 그들이 처했던 문제들을 듣고 이에 대해 300건 이상의 집단진정을 했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일처리가 되거나 심지어 응답이 돌아온 경우도 드물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발달장애 등 각각 다른 장애특성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인권위에서조차 장애 유형에 대한 의식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하며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힘겹지만 좀 더 적극적인 활동들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 성희롱 진정사건 결정례를 통해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번 발제에서는 인권위가 지난 5년간 수행한 750여건의 성희롱 피해자 진정사건을 분석하며 문제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성희롱의 판단기준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였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희롱 관련 사항이 규정된 이후 5년간 이에 대한 업무를 진행하였음에도 여전히 성희롱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결정례에서 ‘일반여성이 느꼈을 성적굴욕감, 혐오감’ 이라는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애매한 개념으로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또한 성희롱 사건의 경우 다른 증거가 없이 증인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은 데 이러한 경우 어떻게 성희롱을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인권위가 성희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면서 날카로운 판단기준을 설립하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권고 활동을 펼쳐 국민 인권감수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 성적소수자와 국가인권회의 10년 -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씨는 성적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의 활동이 매우 미미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성적소수자 관련 인권위의 진정건수는 30건밖에 되지 않으며 진정에 비해 부담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상담건수는 또한 오히려 진정건수보다 더 적은 10건에 불과합니다. 한채윤씨는 “이는 한국 사회에 성적소수자가 적은 것 때문이 아니라 인권위가 성적소수자관련 문제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 이라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더불어 “10년간 한 번이라도 이에 대한 반성과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 이라며 아쉬움을 표명했습니다.

발제를 마치며 한채윤씨는 인권위를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비유했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프랑스의 격언으로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황혼이 질무렵 언덕 위에 있는 동물 그림자가 늑대의 그림자인지, 아니면 내가 기르는 개의 그림자 인지 불분명한 시간을 빗대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때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인권위가 앞으로 어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울 수 있는 국가 기구이기 때문에 희망을 걸어본다며 이러한 희망이 실제적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가인권위의 청소년인권에 관한 활동의 평가 - 검은빛(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이번 발제에서는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토대로 인권위의 의의와 한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제자 검은빛씨는 “인권위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청소년 정책을 보는 유일한 기구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문제로만 여겨지던 NEIS나 성적에 따른 차별 문제 등을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데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에 “공통적인 문제이겠지만 인권위의 권고결정이 법적 강제력을 지니지 않아 실효성 확보가 어려우며 사립학교나 법인학교는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등 청소년 인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 국가인권위 10년, 사회권 증진을 위한 역할 평가 -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관련 인권위 활동에 대한 발제는 주로 인권위의 소극적 활동에 대한 비판을 중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미류 활동가는 사회권 증진을 위한 정책과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의제화하기 위한 실태조사나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2008넌 이전에는 이러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반면 2008년 이후로는 전혀 이러한 노력이 없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인권위가 어떠한 상황변화와 관련 없이 계속해서 사회권을 다루기 위한 안정적 토대를 만들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직접 문제에 처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현장성과 인권감수성을 가지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구성위원의 변화’와 같은 요인들과 상관없이 사회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 이주 인권 분야에서의 인권위 활동 10년 평가 - 장서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이주 인권 분야를 총괄하여 인권위 활동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발제했습니다. 먼저, 이주 인권 분야 차별 진정 건수가 전체 진정건수에 비해 상당히 미미한 점을 들어 이주민들의 인권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본론에서는 출신국가, 인종․피부색 차별사건, 출입국 강제단속 및 외국인 보호소에서의 인권침해를 살펴보고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그리고 난민 분야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을 영역별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고 결론적으로 아직 이주 인권 분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이 소극적이라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한 예시로 2004년 국적법이 개정되어 귀화요건이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언어와 제도에 미숙한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이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권위의 법령․정책 개선 권고는 상대적으로 미흡하기만 합니다. 

장서연 변호사는 인권위가 앞으로 허울뿐인 다문화정책을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것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함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 토론회 후기를 마치며

국가인권위원회는 험난했던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진 국가기구 입니다. 설립 과정 속에서도 많은 진통을 겪었고 이를 세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돌을 맞은 인권위의 현재 모습은 아쉽기만 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아직도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도 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정부에 대해 직접적 정책 권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권위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 근본적 인권 문제에 관해 그동안 인권위가 보여 온 회피적인 태도는 과연 인권위가 이러한 점을 자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선결되어야 할 부분은 아마도 기관의 독립성 확보일 것입니다. 현재 인권위는 형식적으로는 입법․사법․행정 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토론회를 통해 분석된 지난 10년간의 자료들은 과연 인권위가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습니다.

현재의 인권위가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권 보호’라는 근본이념과 자신을 통해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도 반대로 절망하게 될 수도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종속되어 자신의 눈을 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인권을 위하는 것인지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낮은 곳에서부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권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민주주의의 꽃’ 이라 불리는 인권위원회 의 꽃이 활짝 필 날을 기대하며 이번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글 _ 우람 (공감 14기 인턴)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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