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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세미나] 한국 사회, 좀 변태(transform)해야 할 것 같아요!-성소수자(LGBT) 관련 소송과 법적 쟁점에 대한 세미나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1.09.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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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화요일(9월 27일), 공감 회의실에서 성적 소수자를 주제로 한 장서연 변호사의 작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장서연 변호사는 성소수자(LGBT)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지금까지 공감이 참여했던 관련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년 6월 16일 제17차 회의에서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에 대한 결의안’ 통과시켰고, 대한민국 정부도 위 결의안에 찬성했습니다. 이 결의안에 의해 유엔 인권이사회 고등사무관은 각국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법률과 관행 등을 조사하고 공개할 새로운 임무를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과거 미국이나 일부 서구 국가에서처럼 이른바 “소도미 법(Sodomy Law)”과 같은 노골적인 처벌적 법률은 없습니다. 다만, 매우 이성애중심주의적이고 성별이분법적으로 짜인 혼인제도, 주민등록제도 등이 있을 “뿐”이죠. 이날 작은세미나를 통해 노골적인 처벌적 법률이 없다고 해서 심각한 박해나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습니다.

 



Transgender- 편협한 틀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가둬온 이 사회도 점점 변(TRANSform)할까? 변..하겠지? 변..해라!


 
회의실을 꽉 채운 인턴들을 앞에 둔 장서연 변호사는 한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별정정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날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이 사례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법원이 내린 결정의 근거를 추론해보고 또 장서연 변호사의 분석을 들으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한국 법원의 인식과 이들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과 생물학적 성의 요소들이 일치하지 않고, 이러한 불일치로 인해 자신의 육체적 성에 위화감을 갖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성별이분법이 사회․문화적으로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성별을 결정하는 요소’에 대해 다루는 법 조항은 아직 없지만, 대법원 판례상 성별을 결정하는 요소는 외부 성기 모양이나 생식 능력 같은 생물학적 요소와 성 귀속감이나 수행하는 성역할, 혹은 사회의 인식과 정신적․사회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생물학적 요소를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던 과거의 사회 분위기에서 진일보한 현재의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료적 조치 수준이나 성적 지향 등과 관련해 트랜스젠더 범주 내에서도 분명히 다양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상당히 좁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법적으로 유의미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호르몬 요법이나 수술-외부 성기 성형수술이나 유방 성형수술과 같은- 등 의료적 조치의 실시가 거의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비수술 트랜스젠더들은 또다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2006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결정에 의해 제정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성별정정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혼인한 사실과 자녀가 없는 만 20세 이상의 성인이어야 하고 외부성기 성형을 포함한 성전환 수술을 받았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엄격한 성별정정 기준은 트랜스젠더가 소수자로서 겪는 고통이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공고한 성별이분법 때문이라는 사실을 가리고, 어떻게 보면 또다시 기존의 성별이분법과 그에 기반한 결혼, 가족, 신분등록제도를 위협하지 않는 방향에 한해서만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아직도 조심스러워만 하는 법원 
- 동성애에 관한 소송과 법적 쟁점

  한국 법원은 성적 지향 내지는 동성애에 관한 가치판단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장서연 변호사, 2009년 9월 27일, “성소수자(LGBT)의 소송과 법적 쟁점 -공감 사례를 중심으로”, 2쪽.) 다만 최근 동성애로 인한 박해 가능성을 인정하여 파키스탄 국적의 동성애자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한 행정법원판결,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위헌성을 다룬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대법원 판결, 군형법 내 동성애처벌규정의 위헌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영화 <친구사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사례 등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동성애에 관한 소송 사례가 많지 않고 또 위 판결들 내에서 충분한 일관성을 찾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또 관련 판결문에서 법원이 스스로 ‘동성애’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한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이러이러한 주장이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 점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정치적 타협의 순간! 제일 만만한 건 성소수자?

강의 막바지에서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성소수자 관련 입법운동의 사례를 살펴보았는데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신청 관련 특별법을 2002년도에는 김홍신 의원이, 2007년도에는 노회찬 의원이 발의하였지만 두 발의안 모두 입법예고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각각 16대, 17대 국회의 회기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성소수자 관련 법안이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는가 하면, 2007년의 차별금지법 입법과 관련된 태풍(!)도 있었죠. 이 해 10월에 법무부에서 공고한 입법예고용 차별금지법안에서는 차별금지사유로 성적 지향, 병력(病歷), 가족형태 및 가족 상황 등이 포함되었던 것에 반해,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남짓 지난 12월에 제출된 최종안에서는 성적 지향 등의 사유들이 쏙 빠졌습니다. 당시 차별금지법 입법을 둘러싸고 성소수자 단체를 비롯한 인권운동 단체와 기독교 내 보수 단체들이 격렬하게 맞섰습니다. 보수 기독교 진영을 비롯한 반대 측은 엄청난 자원을 동원해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오해를 퍼뜨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냈고, 결국 최종안에서 성적 지향과 관련된 항목이 삭제되었습니다. 이런 누더기 차별금지법안은 본래 이 법이 목적하던 바를 이루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의견이 일어났고, 결국 이 법안은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되었습니다. 

  2007년의 기억은 양 쪽 모두에게 강렬하게 남았고, 그 이후에도 인권 관련 법안이나 조례안에서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순간에 성소수자 관련 조항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 타협에 가장 쉽게 이용할만한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죠. 최근 교육청이 발표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초안에서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사유 목록에서 빠진 사례나, 현재 차별금지사유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과 같은 비교적 명확한 용어 사용을 회피하고 ‘성적 평등’이라는 모호한-그리고 여전히 성별이분법이나 이성애중심주의에 기반한 누더기 평등개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다분한- 용어를 사용한 차별금지기본법안이 발의 준비 중인 현실 등이 떠오릅니다.  


후기를 마무리하며...

 이날 세미나에서 성소수자 관련 소송 사례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사회적/권력적 소수와 다수를 나누는 기존의 틀 자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인권의 경계를 효과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입법운동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양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슬픈 현실-차별이 일상이 된 나머지 속이 곪고 있어도 아픈 줄 모르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어느 정도 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미나를 들은 인턴들에게 이날 세미나는 ‘새로운 공부’이기도 했고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아직 낯선’ 몇몇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낯설지 않으려면 많이 만나봐야 한다는 장서연 변호사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장 이태원이나 종로에 가거나 온라인 퀴어 커뮤니티에 가입해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트랜스가 아닌) “여성” 혹은 “남성”으로 본능적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트랜스젠더를 포함하여) 세상 모든 사람이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그리고 ‘조금 불이익이 있더라도 소수자적 정체성을 표현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살면 되는 거 아닌가’와 같은 냉담함을 조금씩 녹여보면 어떨까요? 그럼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공감 14기 인턴들도, 구성원도, 공원식품 주인아저씨도, 창덕궁 옆을 지나는 관광객도, 이 글을 쓰는 저도, 읽는 당신도... 모두 지금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_임유경(1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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