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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청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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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학교생활교육 혁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2011.9.8 @서울시교육연수원)

 

     지난 9월 7일 수요일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자문위원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에서 마련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공개하고 발표했습니다.(참고로 공감에서도 소라미 변호사가 위 자문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자문위 측 초안에는 기존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나 서울시 주민발의안과는 다른, 몇몇 독특한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학생’의 범주를 넓게 정의하여 초중등 공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면 모두 포함되게 한 것이 그 중 하나이고, 또 조례의 영향을 받는 교육기관에 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학원 등도 포함시킨 것도 있었죠. 이 외에도 타 안에 비교하여 ‘학생의 책무’를 강조했다는 점 등이 이번 서울시 교육청 독자 안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큰 논란이 된 것이 바로 이 조례안에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언급이 쏙 빠졌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주민발의안은 물론이고 이미 통과되어 발효 중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도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과 비교되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초안 발표로부터 하루가 지난 시점인 목요일 오후에 곧바로 이 학생인권조례 초안 및 학교생활교육 혁신안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는데요. 저는 장서연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와 함께 공청회에 참석했고, 소라미 변호사도 자문위원으로서 참석하였습니다.

공청회 전 긴급(?) 회의

     공청회가 열리기 2시간 전, 공감의 변호사들과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탈학교 청소년 10대 활동가 몇몇이 교육청 측 초안에 놀라고 또 실망한 마음을 안은 채로 모였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성 정체성 항목과 관련하여 주민발의안과 교육청 초안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그 날 공청회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공청회 이후부터는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많은 활동가들이 ‘아니 도대체 왜 뺐지?’라는 궁금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조례운동처럼 제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회․정치운동을 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고려하며 “전략”을 짜야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공감 구성원들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모인 잔 뼈 굵은 활동가 분들이 존경스러워 보였어요. ‘아, 정말 똑똑해지고 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교총의 피켓팅으로 시작된 공청회

 

     3시 즈음에 시작된 공청회는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늘어나 6시 반이 넘어서야 끝났는데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공청회장에 들어서던 때에는 한창 공청회장에서 고성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체에 반대하는 교총 측 인사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이제 막 나오고 있더라고요. 자문위 박영미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는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대한 한상희 자문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기조발제와 생활교육혁신방안에 대한 조광희 자문위원의(북악중학교 생활지도 교사)의 기조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두 발제자의 발표 후에는 바로 교원단체, 학생,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대표 등 지정토론자들이 7분 내외로 이번에 발표된 초안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학생 대표 2명은 기본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환영하며 학생이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할 권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단체 대표로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과 ‘참교육 학부모회’ 인사가 각각 1명씩 발표했습니다. 전자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며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조직의 설치)에 호평을 보냈습니다만 휴대전화 소지나 두발 및 복장과 관련한 몇 가지 조항은 너무 지엽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오히려 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또 조례안 내에서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역할과 참여를 더 늘려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참교육 학부모회에서는 학생의 정의를 넓게 내린 것이나 유치원이나 학원에서의 체벌도 금지한 점 등을 경기도 조례나 주민발의안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지만,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단서조항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학생의 책무를 과다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교사 대표로는 전교조에 소속된 고등학교 교사와 교총 측 인사 1명이 지정토론자로 초청되었는데요. 교총 측 인사는 조례 제정 자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공청회에서 보이콧하고 지정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교사 대표로 나온 실업계 고교 교사는 이 조례안을 읽으며 공교육 자체의 재편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인권은 단순히 교사와 학생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학생-체제 모두의 문제로 입시 위주의 공교육 체제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례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하며, 학교생활지도 혁신 방안도 같이 나왔다는 것을 고무적인 일로 평가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본부에서 나온 토론자는 이미 주민발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서 독자적으로 또 조례안을 발의하려는 것은 어느 안이 통과되든지 조례 제정 후에 교육청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겼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 목적 상’이라는 이유로 제한되어온 학생 인권의 안타까운 현실을 서울시 교육청 안 3조 3항이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며 지적했습니다. ‘교육 목적 상 제한될 수 있다’와 같은 문구는 자의적 해석에 따른 부작용이 심히 우려되는 문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제7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제 16조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제 30조 소수자 학생 관련 조항에서 성적지향 항목이 빠져있음을 지적해서 공청회를 보고 있던 저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의거해 임명된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이었습니다. 이 옹호관은 조례 제정 이후 그것을 추진하는 데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경기도에서 겪고 있는 시행착오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사실 이 토론자의 말 중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것은 바로 “조례운동은 제정 혹은 통과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였습니다. 시의회 통과만을 목적으로 조례운동을 추진하다보면 정치적 타협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항이 삭제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적 관점이 아닌 인권 자체의 관점에서 인권조례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번 교육청 측 초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빠진 사태가 혹시 조례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전략적 사고의 부정적인 결과는 아닌지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라서 더욱 그랬습니다.

드디어 전체 자유토론 시간!

     잠시 휴식 후 1시간 남짓 전체토론(자유토론)이 진행되었는데요. 이 세션에서는 공청회장에 참석한 사람들 중 질문이나 의견이 있는 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의사를 표하고 사회자에게 발언권을 얻어 3분 내로 발언하는 방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벼르고 벼르며 이 시간만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발언권을 얻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요. 수많은 발언자들 중 은퇴 교사라는 ‘바른교육연합’ 활동가를 비롯한 일부 중․노년층 발언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보이며 인권조례 제정 자체를 반대하거나 억압적인 교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문제아로만 취급하는 ‘문제적인’ 관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교육청이 진보 성향의 인사들만 데려놓고 하는 “짜고 치는 공청회”라며 불만을 토하는 보수 성향의 토론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발언한 현직 교사들은 본인들 스스로도 교사-학생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공청회 전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 회의에 함께 참여했던 탈학교 10대 청소녀 활동가들은 ‘미성년자는 미성숙하다’는 나이주의에 입각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과 소수자적 성 정체성과 관련된 학내 차별 때문에 학교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같은 사례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분명하게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번 교육청 측 초안에는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혀 사람들(특히 저희^-^)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고등학생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청회 전 회의에 함께 했던 활동가가 발언권을 얻었을 때 ‘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척 궁금해서 한상희 위원장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체 토론을 마무리하며 토론 중 나온 질문을 모두 모아 답변하는 시간에 위원장님께서 “이건 왜 빠졌냐,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냐와 같은 질문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라고 하셔서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진짜 질문인데... 의견이 아니라 질문인데...’ 하는 생각만 계속 들고,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피해가실 줄이야...

     공청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또 (소리 지르기와 다른 사람 말하는 데 끼어들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말하기 방식을 접한 것은 저에게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공청회라는 건 참 역동적인 것이더군요. 하하. 앞으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한 조례가 최종적으로 제정되기를, 그리고... 서울시의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현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서울의 학생인권조례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사태를 목격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요.

글_ 임유경(14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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