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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무를 베어라 - 김연화(11기 인턴)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공감이 2011.06.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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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이 잭에게 말했다. “신께서 황금알을 낳는 닭을 우리에게 주셨어. 네가 일 년에 한 번씩 콩나무를 타고 내가 살고 있는 하늘로 올라온다면 나는 너에게 황금알을 나눠주도록 할게.” 그렇게 잭은 일 년에 한 번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거인에게 황금알을 한 알씩 받았다. 그런데 해마다 엄청나게 인상된 등록금으로 인해 일 년에 황금알 한 알로는 생활이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댄 탓에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고 더 이상 매년 콩나무를 타는 것이 힘들어졌다. 잭은 거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제부터 당분간 네가 우리 집을 방문해주었으면 하고 황금알을 두 개로 늘려주었으면 한다고. 며칠 후 거인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합법적 절차를 밟으시오.”


 

한양대에서 ‘성의 이해’라는 수업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관련기사 "http://t.co/RyuK9wK”). 이 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젠더 편향적 시각에 기반한 강사의 의식수준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학생들에게 성불평등 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 성 관련 지식 자체에도 치명적인 오류가 많다는 점 등을 주된 이유로 수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 이러한 사실관계들을 정리한 내용을 대자보로 제작하여 해당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 복도에 게시하였는데 그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이 대자보를 떼면서, “불법 게시물이라 기분이 나빠서 뗀다. 여기에 붙여도 된다는 허락 받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몇몇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하고 지켜보기도 하면서 이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했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문제제기를 하면 ‘기각’ 당하고, 그래서 법의 테두리에 벗어나 문제제기를 하면 ‘합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무시’당한다. 꽤나 설득력있게 ‘합법적 절차’가 통용되는 상황들을 보고 있자면 한국의 ‘준법의식’ 이렇게나 높았던가 감탄이 절로 든다. 아울러 그렇게나 불법 게시물에 바르르 떨며 직접 게시물을 떼어내는 적극성을 보이시는 분들이, 난장판 속에서 날치기로 처리되곤 했던 각종 법들에 대해 입법 무효 운동은 하고 계신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으로 이건희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삼성 광고만 나와도 채널을 돌릴지, 그 쪽 제품들은 절대 안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무엇이 이들에게 법에 대한 무한 긍정과 확신을 준 것일까? 이들은 왜 법을 비판적으로 보지 못하는 걸까? 왜 문제해결을 위한 법 절차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이 없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법을 어긴 것일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절차에 따른 주장은 내용에 관계없이 정당성을 상실하고 마는 것일까? 어떠한 주장을 펴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그 절차를 통해서는 목적을 이룰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20세기 정치철학자 존 롤즈는 시민불복종1)을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공공성을 지니고 비폭력적 방식으로 표현되는 박정수씨의 G20 포스터의 쥐 그림은 법질서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행위로 해석되어야 할 일이지 위법을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다.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하는데, G20에 속한 나라들이 권력을 향한 패러디 그림을 사법처리하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패러디해도 법적대응은 자제하곤 한다2)(사르코지만 빼고...사르코지는 자신의 이미지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법적 조취를 취해왔고 이는 전임 대통령들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 법적 조취를 자제해 왔던 것과 비교된다). 무엇으로부터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의견 표명이, (설령 그로인해 어떠한 폐해가 있더라도) 권력에 의해 통제되어 그 문화가 경직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닐까. 왜냐면 그것이 민주주의의 지향이니까.


거인에게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시오” 통보를 받은 잭은 할 수 없이 그 이후로도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황금알을 받아왔다. 그 때 마다 거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거인은 완고히 정해진 절차를 밟으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잭은 몸이 아픈데도 치솟은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 없었는데 황금알은 1년에 한 알 밖에 받지 못해서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아있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잭은 대학을 졸업을 하고 나서 빚을 갚기 위해 한 달에 88만원을 지급해주는 비정규직 사원이 되었는데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등록금을 내면 남는 돈이 없었고 심지어 이런 생활을 15년 해야 등록금을 청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절망만 남은 삶에서 잭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황금알을 낳는 닭을 데리고 내려왔고 콩나무를 도끼로 베어버렸다. 그러면서 잭은 비로소 생각했다. “왜 진작에 이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았을까?”


영국의 민주주의의 이론적 대가인 존 로크3)는 “국가질서가 총체적인 불법상태인 경우에 국가권력의 모든 것에 대해 저항하는 행위”로 저항권을 설명했다. 말하자면,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는 물론 반하는 정치적 행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G20 포스터의 쥐그림은 생각해보면 참 ‘귀여웠다.’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신고하였건만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불허했다고 한다. 정당한 절차를 밟으려는 시도가 무산되었을 때 그 다음은 저항권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로 정부는 모르는 걸까.

 

 

등록금 반값공약 이행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집회 신고가 ‘불허’ 되었다. 헌법 제21조 ②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일까? 때는 2009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4)을 내린다. 재판부는 "일정한 신고 절차만 밟으면 일반적ㆍ원칙적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으므로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 제도는 헌법상 `사전허가금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미신고 옥외집회는 직접 행정목적을 침해하고 공익을 침해할 고도의 개연성을 띤 행위라서 이를 형사처벌토록 한 것도 과중하다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유일한 위헌 의견으로 "신고의무 대상이 되는 집회가 너무 광범위하고 사회질서를 해칠 개연성이 없는 집회나 긴급집회, 우발적 집회까지 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라는 의견이 있긴 했다. 이 판결은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는 위 법률에 근거하여 사실상 집회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신고제는 허가제가 아닌데, 집단적인 폭행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국이 ‘예견’한다면 불허할 수 있고, 불허한 집회를 개최하는 사람에겐 벌금을 물리고 불허한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불법집회에 가담한 사람이 되고. 한국판 마이너리티 리포트인 것이다(이 영화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 예측된 사람을 처단하는 시스템을 배경으로 한다).


이렇게 등록금 반값공약 이행을 위한 학생들의 집회는 ‘불법집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들이 ‘합법’적인 집회를 열 수 있는 ‘합법’적 절차는 있었나?



성의 이해 수업 폐지 활동에 시작부터 함께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양성평등센터에선 ‘실질적인 성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줄 수 있는 도움이 없다, 이쪽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총여학생회를 찾아갔을 때에는 ‘나도 이 수업을 들었는데 무척 유익하게 잘 들었다’라고 했단다.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구조(신자유주의, 젠더불평등)를 흔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권력이 마련해놓은 법에서 합법적인 절차란 원래 '없다'. 일제에 대항하는 독립운동가들에게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독립운동 해라, 그를 지키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황당한 요구인가.

집회도 불허한다. 포스터를 게재하는 것도 불법이란다. 자, 그럼 이제 남은 것은?

글_ 김연화(11기 인턴)


[각주]

1. 시민불복종, 경향신문 2008-06-09 http://goo.gl/qQGHY
2. 사르코지, 2010/07/17 http://goo.gl/di30B
3. 저항권, 경향신문 2008-06-09 http://goo.gl/qQGHY
4. 집시법, 연합뉴스 2009/05/28 http://goo.gl/ztkcY


[이미지 출처]
1. http://goo.gl/nM3o7
2.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raeng
3. http://goo.gl/vIG6M
4. http://goo.gl/0Z04y
5. http://goo.gl/LVUqd
6. http://goo.gl/bROzB
7. http://goo.gl/mx0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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