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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 그 첫 번째 -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의 인권’ 토론회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05.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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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Transgender]: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

한 백과사전에는 위의 정의와 함께 “트랜스젠더들이 모두 성전환 수술을 받거나 원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를 반대의 성으로 인식”하며 그에 맞게끔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정의는 매우 간단명료하지만, 결코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간단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혹은 머리로 알고는 있어도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깊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트랜스젠더.

 

토론회 D-15(?)

“두 유진씨 들이 할 일은요…”

장 변호사님께서 나와 유진씨에게 처음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일을 주시며 한 트랜스젠더 재소자의 사례를 설명하셨다. 우와, 트랜스젠더 + 구금시설이라니… 그야말로 나에게는 굉장한 신세계(?)였고 신선한 사례였다. 일단 하리수 씨의 이미지 말고는 크게 떠오르는 것이 없는, 생소한 주제였다.

토론회 D-2주~1주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세계였기 때문에 솔직히 호기심으로 일을 시작했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국외사례를 찾고, 번역하고, 요약정리를 하고... 그렇게 여러 자료들을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고, 구금시설의 문제점과 그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식이 쌓아졌으며,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들 외의 사람들도 트랜스젠더로 인정될 수 있음을, 또 인정되어야 함을 배워가며 토론회 날짜에 가까워졌다.

토론회 D-4

으아악 어느덧 토론회 4일 전. 살짝 패닉모드로 돌입하여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던 중, 드디어 아주 결정적인 해외자료를 찾았다!! 그전에 찾아보았을 때는 쉽게 찾지 못했는데 역시 절박함이 최고의 무기였다. 그러나… 찾은 기쁨도 잠시, 나는 끊임없이 프린트 되는 내용물을 보며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많은 것을 대체 언제 다 번역하지……

토론회 D-2

이제 이 일을 처음 맡았을 때 들었던 트랜스젠더 재소자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앞에 놓인 두꺼운 영문 프린트물이 좀처럼 쉽게 한글로 바뀌지 않아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만만하게 보았던 영국자료가 날 보며 비웃는 것 같다. 밤을 새워야겠다고 맘을 먹으니 머리가 띵~ 소리를 낸다.

 

토론회 D-day

내가 이틀 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번역한 자료가 제발 변호사님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토론회 장소에 도착한 뒤, 토론회 책자를 펼쳐보았다. 나와 다른 인턴의 이름이 프린트되어 있는 것을 보며 흐뭇해 하는 와중에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토론회는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발제로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이제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공부해 오던 주제인지라 특별히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내용은 없었다.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른한 오후 몰려오는 졸음을 막아가며 필기를 해 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사회자가 이 자리에 소송을 진행 중인 그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와 있다고 했다. 오잉?! 나른해져 오던 내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다.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분이 마이크를 잡았다. 뒤돌아서서 인사를 한다. 몸을 뒤로 반쯤 튼 채 말을 이어간다. 바로 앞에서 마주하게 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 내가 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의식을 하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무의식이 지배했음을 느꼈다. 왠지 다른 발제자들이 발표를 할 때처럼 무표정으로 들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단순히 나와 “다르다.” 는 무의식이 이렇게나 본능적으로 내 얼굴에서 표출되는 것을 보며, 사람이 얼마나 “나와 다르다” 는 것에 민감한 존재인지를 느꼈다.

문득 내가 전에 이력서에 수도 없이 써냈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상황에 임할 때 그저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그 이야기들 속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 마음으로 품으며 일하겠다고 했던 말. 당사자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하겠다던 말. 어찌 보면 나와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도, 그 사람의 아픔을 내 것으로 여기며 느끼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자신 있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썼으니 그때의 내가 경솔했던 것이거나 지금 이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내가 본연의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과거의 아픔들, 그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 소송을 준비하기까지와
소송과정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며 현재 여성으로서의 새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그 당사자를 보며
그제야 이번 토론회를 준비해온 내 모든 시간이 단순히 어떤 사실적 사례를 위함이 아닌, 한 영혼의
뜨거운 이야기와 마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생소한 주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자세로
머리만 꽉꽉 채워나갔던 내 모습에 쓴 웃음이 났다.

 

토론회, 그 후

후기를 쓴다고 다시 토론회를 떠올려 보니 딱 세 가지가 떠오른다. 언제쯤 나는 내 머릿속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방을 따로 만들어놓고 구분 짓지 않게 될까. 언제쯤 그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감.’ 내가 매일 다루는 수많은 자료들 너머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 결국,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아픔을 가진 이들과의 공감을 위한 일이 아닌가. 공감하지 못하는 빈 마음으로 머리를 채워가고 종이 위에 글자만 가득 채워간다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 이제 그 ‘공감하기’에 입문한 지 한 달 반, 앞으로 더 많이 있을 공감의 기회에 지금보다는 더 온 맘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내 머릿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방문을 살포시 열어본다.

 

공감 13기 인턴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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