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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수급권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기준,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 차혜령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비회원 2011.04.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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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에 대해 최종적인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는 공공부조법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겠다고 법은 밝히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최저생계비의 소득은 보장하자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는 빈곤을 가리는 빈곤선이면서 동시에 급여의 기준선이 된다.
 
이러한 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하여 급여를 받는 수급권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권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하나는 개별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평가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일 것이라는 요건이고, 다른 하나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한 요건이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라도,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 또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만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가족이 우선 책임을 지고, 가족이 책임질 수 없을 때에만 국가가 기초생활급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양의무자 기준은 낮은 최저생계비 기준과 더불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종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를 가리는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기준은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의 130%을 적용하고 있다. 1인 가구 수급신청자에게 1인의 부양의무자 가구가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족을 온전히 부양할 수 있다고 보는 꼴이다.

또한 이 부양의무자 기준은 ‘간주부양비’라는 또 다른 문제도 파생시키고 있다.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를 별도로 산정하여 일정한 금액을 부양비로 산정하고, 산정된 부양비가 실제로 수급권자에게 지급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부양받은 것으로 간주해서 그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감액한다. 실제로 가족으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지만 부양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어 그만큼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행정적인 문제도 있다. 법령상으로는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기피하는 경우 수급권자로 선정될 수 있고 이를 판별하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과 처리절차는 수급신청을 받는 행정청마다 편차가 있다. 삼사십년 전에 헤어져 왕래가 전혀 없는 자녀의 부양능력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 수급신청한 사람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기도 한다.  

수급권자 선정 시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빈곤층에 속하나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즉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는 2009년 기획재정부 자료 기준으로 약 410만 명, 전 인구의 약 8.4%에 이른다. 이 중 비수급 빈곤층 중 약 103만 명(60만 가구)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0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 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가구에게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이 기준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64.13%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 분석 자료에서는 58.3%였던 비율이 더 높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2월부터 12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 2,796가구, 제도 밖 비수급 빈곤층 7,417가구 복지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기초보장급여 신청자 중 74.2%가 소득기준은 충족하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조사기관이나 시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한 비율은 과반수를 훨씬 상회한다.

이와 같은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급권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소속정당을 막론하고(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민주당 최영희 의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민주당 주승용 의원 대표발의)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예산 문제 때문에 기준 폐지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심의는 또다시 다음 회기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이다. 국회와 정부는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여야 한다.

글_차혜령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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