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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인권법캠프 후기 - '부끄러움'이 아직 살아있는 곳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1.02.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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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아직 살아있는 곳

작게는 일상의 소소한 거짓말부터 크게는 2008년 광화문 거리에 세워졌던 컨테이너 박스까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부끄러움'이라는 덕목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해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잠시 멈추어 뒤돌아보는 것을 행위의 본질로 삼고 있는 '부끄러움'은 일면 금기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움'은 인간을 인간답게 유지시켜주는 기본 소양이기 때문이이리라.

이런 의미에서, '부끄러움'이 살아있었던 4기 공감 인권법 캠프는 실로 오랜만에 내가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된다. 공감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프로그램으로 2박 3일의 문을 연 캠프는 시종일관 나의 '부끄러움'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짧은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진행된 첫 프로그램은 바로 '차별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 터널을 몸소 지나가보는 활동을 통해 은근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으며, 직접 비난을 퍼붓는 위치에 있어봄으로써 죽어가던 나의 '부끄러움'에 새로운 불씨를 지필 수 있었다.
 
이 날 오후 시간에는 캠프 참가자들이 미리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정한 주제에 맞춰 강의가 진행되었다. 박주민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황필규 변호사는 국제인권을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박주민 변호사의 강의를 들었던 나는 평생 그 강의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강의가 화려했다거나 강사님의 외모가 출중하다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좇아 고민하고 연구하고 또한 행동하는 박주민 변호사의 '태도'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 때문에, 박주민 변호사를 통해 느낀 미래에 대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대로 감미할 시간도 없이 다음 강의가 진행되었다. 바로 법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신 조국 교수의 강의였다. 인권이 제도라는 법과 어떠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둘째 날 아침에는 이유정 변호사가 법과 젠더라는 주제로 젠더법학에 대해 상세히 강의해주셨다. 중요성은 느끼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젠더법학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뜻 깊은 강의였다. 둘째 날에는 공감 인권법 캠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인권의 재구성 순서가 펼쳐졌다. 각 조가 자신들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형식으로 문제의식을 풀어나가는 순서였다. 그 누구를 꼭 찍어 제일 잘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조가 너무나도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은근하게 희화화시켜 재구성된 인권 관련 제문제들은 표면의 웃음을 넘어 이면의 '부끄러움'으로 통감되었다.

인권의 재구성 시간을 마치고 각 방에서는 유쾌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각 로스쿨, 사법연수원, 일선에서 일하고 계시는 변호사분들이 개인적인 담소부터 거시적인 담론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즐기는 시간을 함께했다. '공감'이라는 캠프 이름에 걸맞게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셋째 날 아침에는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저자 우석훈이 우리나라 경제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법조인이 될 우리들에게 큰 자양분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캠프기간 내내, 그리고 캠프를 마치고 나서 지금까지도 1년 1회, 2박 3일이라는 희박한 기회가 너무나도 야박하게만 느껴졌다. 인간에게 근본적인 '부끄러움'을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일상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공감 인권법 캠프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평생 가져가고 싶다.


글_ 4회 인권법캠프 참가자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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