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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인권법캠프 후기 - 서먹한 첫만남에서 8명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을 얻기까지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1. 2. 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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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증 준다는데 한번 가볼까?
오랜 경쟁으로 지친 마음에 휴식을 줄 겸 캠프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군대에 갔다 온 이후로 남자들 여럿이 한방에서 자야하는 단체생활이 싫긴 했지만, 오랫동안 혼자서 공부하며 생활하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껴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나보다.

아무런 기대없이 참석한 캠프.
역시나 서먹한 첫 만남.
나는 그 서먹함을 즐기며 앉아있었다.
같은 조 테이블에 있는 유일한 남학생과 눈인사를 나누고 난 후 공감에서 나눠준 팜플렛을 보며 누군가가 이 적막함을 깨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시 30분이 되어 <참여마당 1 - 사람과 인권, 첫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서로의 서먹함을 없애주기 위한 레크레이션이 진행되었고, 다 같이 몸으로 움직이는 게임을 하다보니 모두들 금새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순식간에 모두가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어 조별로 방에 짐을 풀고(방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넓었다)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 <참여마당 2 - 차별이야기>
‘차별터널’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차별을 몸소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조가 양쪽으로 늘어선 사람들 사이를 눈을 감고 천천히 전진하면서 양 옆에 터널을 이루고 있는 다른 조 사람들이 가혹한 차별의 말을 던지는 것을 모두 들으며 지나쳐야 했다.
이것이 모두 설정이고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 터널을 지나며 그 가혹한 말들을 눈을 감고 듣고 있자니 내가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차별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꽃미남 조국 교수님의 강연까지 들은 후 각 조의 조별모임 시간이 되었다.
내일 저녁에 있을 <인권의 재구성>시간에 각 조별로 정해진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해야했다.
우리 조는 ‘장애인권’이라는 주제로 모인 조였고 다른 조와 마찬가지로 상황극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하였다.


공감 측에서 다과를 준비해주었고 우리는 상황극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던 그 때! 공감에서 일하시는 장서연 변호사님께서 우리 방에 투입되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모두들 인권변호사란 무엇인지, 왜 검사를 그만두시고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지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었고,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진실게임모드로 들어가게 되어 모두들 이 캠프를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왜 장애인권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처럼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그저 수료증을 받기 위해) 지원한 사람보다는 무엇인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원한 조원들이 대부분이라 속으로 많이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그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행복한 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단 몇 시간 만에 친해질 수 있었고, 상황극도 얼추 (초반 아이디어와는 아주 다르게 진행되긴 하였지만) 짜임새가 갖추어져가고 있었다.

둘째날, 다들 얼마 자지 못하고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다행히 우리의 이러한 사정을 미리 예견하셨는지 둘째날 일정은 그리 빡빡하지 않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저녁에 있을 <인권의 재구성> 시간이었다.
오전 전체강좌 ‘법과 젠더’와 오후 주제마당 ‘학생인권’, ‘장애인권’ 강연이 끝나고
모두들 <인권의 재구성>에 있을 상황극을 열심히 준비하였다.


짧은 시간동안 각 조 및 각자의 개성에 맞추어 10개조의 10가지 주제로 상황극을 발표했다. 웃긴 조, 진지한 조, 진지하면서도 웃긴 조 등 짜임새 있고 알맹이 있는 내용들로 발표를 모두 마쳤다. 심사위원의 매우 자의적인 심사기준으로 1등, 2등, 3등 조를 시상하고, 나머지 조들은 모두 4등 이라는 마음으로 둘째날 ‘공식’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제 마지막 밤을 불태울 일만 남았다. 어제보다 더 많은 다과가 준비되었고 다들 어제보다 더 늦게 잠자리에 들리라는 굳은 의지로 각 조의 방에 들어가서 못다한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다짐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게임들과 함께 새벽을 맞이하였다.

셋째날,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한없이 서먹했던 이틀 전의 그 똑같은 테이블에 앉아 아쉽기만 한 이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기대없이 참여한 캠프.
나는 여기서 무엇을 얻었나?
7만원이라는 적은 돈을 내고, 8명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을 얻었다.
경쟁으로 지친 내 마음속에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나는 다시 경쟁으로 돌아간다.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경쟁 속에서 내 앞에 다가올 장애물들을 또다시 하나하나 헤쳐나갈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2박3일간 같이 뒹굴며 함께 한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 삶에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시간을 가질 것이고, 그 따뜻한 마음을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료증이 너무 멋있다. 


글_ 4회 인권법캠프 참가자 김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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