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공공연한 비밀, 삼성괴담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 2. 7. 13:03

본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비밀’ 이라면 모름지기 은밀하게 속살거리는 맛이 있어야 하거늘, 이 비밀은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사람이 많다. ‘정론직필’을 신조로 삼는 언론들도 이 문제 앞에서는 딴청을 피우기 일쑤다. 판사, 검사, 의사, 정치인 모두 눈치를 본다. 죽음의 곡소리가 들려와도 알려지지 않는다. 쉿, 우리는 모두 비밀공유자다.


비밀은 바로 “삼성을 건드리지 마라!”


예외는 없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도 삼성 앞에서는 돌아가신 창업주의 안구에 불순물이 들어가기 전까지 ‘허락’ 되지 못한다. 국민이라면 공평하게 납부해야하는 세금은 ‘맞춤형 예외조항’을 만들어서라도 편의를 봐 드린다. 삼성을 먹여 살린다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을 다루다 백혈병에 걸려도 회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산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은 지금도 밤낮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들지만, 이상하게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간 회장님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덕으로 사면을 받으셨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로잡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쯤 되면 ‘비밀’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 마음 놓고 욕하지도 못하는 현대판 ‘비극’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만 놓고 보자.

IT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다양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리고 각 공정에는 매우 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하지만 제조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삼성은 ‘영업기밀’ 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자기가 다루는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말이 좋아 영업기밀이지, ‘건강’ 보다 ‘돈’이 중하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기초상식 문제를 풀어보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직접 손으로 다루던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고3때 삼성 공장에 취업해 공장과 회사 기숙사만을 오고갔던 23살 젊은 노동자였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도 백혈병에 걸렸다. 2인1조로 함께 일하던 동료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근무 당시에는 안전설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공장 생활을 오래하면 생리불순과 불임, 유산 등으로 고통 받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외국의 반도체 공장을 조사한 통계자료도 보자. 글로벌 시대, 세계에서 만드는 반도체는 비슷한 공정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200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화학물질 중독 사고률은 일반 노동자에 의해 20배 이상 높았다. 직업성 암 발병률은 일반 국민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그렇다면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에게 발병한 백혈병(혈액암)은 직업병에 의한 산업재해인가? 아니면 단순한 개인질병인가?


세계 일류 기업이라 주장하는 삼성은 지금까지도 “백혈병은 단순한 개인질병”이라 답하고 있다. 궁색하게도 지극히 제한적인 자료와 깨끗하게 청소된 현재의 작업환경을 토대로 조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조사결과를 핑계로 대고 있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백혈병의 발병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렵다” 애쓴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조사결과를 믿어보자.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이자,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는 질병’에 대한 이득은 ‘기업’보다 ‘재해노동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발생한 질병이 해당 작업에 의해 발병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산재로 승인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부족한 재해 노동자가 ‘업무상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게 가깝기 때문에, ‘영업기밀’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공개하지 않은 기업(삼성)이 ‘업무상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해야 함은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산재 인정여부를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공정의 백혈병에 대해 산재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재해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결정에 불복하고 항소한 재판에 삼성과 ‘긴밀하게 협조’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삼성이 선임한 화려한 변호인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국정감사, 이미경 의원)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 첫 화면, “일하는 사람의 희망과 최고의 사회보장기관이 되겠다”는 다짐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린다.


오는 2011년 3월 6일은 처음으로 삼성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故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중 지금까지 총 9명이 백혈병으로 숨졌고, 수십 명이 혈액암 등 희귀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감추어진 피해 노동자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는 지금도 제보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KBS 추적60분에 보도되었던 것처럼 삼성측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수 억 원의 위로금을 주는 대신 ‘산재 신청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돈의 힘으로 무작정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피해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위로금이나 보상금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한 권리다.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받아야 할 ‘뒷돈’이 아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상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삼성은 잘못을 인정하고, 고통 받고 있는 피해 노동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 순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의 생명은 가장 소중하며, 회장님이나 노동자다 모두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0기 인턴 조영관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