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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우리들의 이야기 - 용산참사 2주기 추모상영회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1.01.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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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거는 아무것도 없어. 그거 하나 있다. 우리를 투사로 만든거."

이틀 전 19일 수요일, 용산참사 2주기 추모상영회가 있었다. 그 중 '용산, 남일당 이야기'라는 다큐 영화를 관람했다.
이틀이 지났지만 한 어머님의 이 말 한마디가 계속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 펑펑 쏟다가, 어머님들의 입담에 웃기도 하다가 가슴 한구석이 뻐근한 마음이였지만 우리 엄마랑 똑같은 어머님들이 투사가 된 모습이 내내 마음에, 눈가에 맴돈다. 무엇이, 거친 손으로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 오셨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젤이라며 콩나물을 무쳐내는 우리 어머니들을 '투사'로 만드는가..


영화같은 이야기

폭력적이고, 때려부수고, 조폭도 나오고, 컨테이너가 하늘을 빙빙 날고, 특공대도 출동하고, 코미디적인 수사과장의 모습과 유명인사들도 까메오로 나오고, 한국의 사계절의 모습도 주욱 훑어주는... 영화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춘 재미있는(?)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 리플릿에 써 있는대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한 작품이었다. '용산, 남일당 이야기' 그러나 이 영화가 그저그런 3류 영화가 아닌 우리의 눈물을 쏙 빼는 감동이 된 비극은, 변변한 시나리오 하나 없이 리얼하게 벌어진 우리의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배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이며, 감독 또한 '컷' 한번  외치지 않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을 뿐인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놀랍고, 머리가 아프다가, 결국엔 마음이 아픈..

언론의 행태와 보도의 허구성은 익숙했지만, 보도로 접했던 용산참사와 카메라만 바뀌었을 뿐인 다큐멘터리로 보는 상황은 천양지차라 놀랐다. 사건 당일의 공포와 1년여에 걸친 상황에 대한 경악스러움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고, 합법과 절차라는 이름으로 정당(?)하게 진행된다는 과정들에 대한 논리적인 답안을 찾아내보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니 머리만 아프고... 결국에는 억울하고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 삶이 원래 그런거라고 자위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아파트 광고멘트가 '부자 되세요'가 최고의 덕담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듯이,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요즘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가 걸림돌이 아닌 필요요건이라는 냉소가 당연시 되는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바로 우리다. 사실 적나라하게 우리를 돌아보면 종부세가 그렇듯이 재개발 광풍속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름은 드물다. 물신숭배의 열차에 타고 있는 듯이 보여도 휙~ 지나가는 열차빛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아야할 이웃의 이야기, 도와야할 옆집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성적으로 흐느끼고 돌아설 수 없는 여운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냥 그곳에 있었다는 것. 그냥 이곳에 있다는 것.

오두희 감독님은 유족들이 아닌 그 밖에 23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담았다고 하셨다. 우리가 보도로 보자면 어린 경찰들에게 억센 욕 몇마디 퍼붓다가 방패로 맞고 뒤로 넘어져 "니놈은 에미도 없냐~"하면서 억지라도 쓰면 한 컷 잡힐까 말까한 분들이다. 하지만 그녀의 카메라에서는 그 23인은 마지막 크레딧의 캐리커쳐처럼 모두가 개성넘치는 주인공이었고 투쟁의 주역들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런 또 하나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영화속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몇분의 모습들이 있었다. 백발에 하얀수염을 늘어뜨리고 장정들도 겁날만한 제일 앞줄에서 지팡이 짚고 자리를 지키시는 문정현 신부님의 모습이었다. 늦게 도착해서 보지 못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시간에 나오셨다는 박래군 활동가분과같은 분들이다. 23인과 감독님, 신부님, 활동가분들, 그리고 상영회장을 가득 메우고 통로에 까지 앉아서, 서서 눈물 훔치는 이들이 그냥 이곳에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고 희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머니들이 투사가 아닌 어머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세상
       

요즘 아파트 광고는 연예인들이 서로 찍으려고 한다지만, 신민아가 살아보니 너무 좋다는 그런 닭장같은 아파트보다는 난 적당히 사람들도 오래살아왔고, 집집마다 그집 엄마들이 만들어내는 향내가 나고 행인들의 낙서나 흔적도 남아있는 그런 동네가 좋다. 집은 사람사는 곳이지 통장에 찍힌 잔고가 아니듯이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배제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 용산이 철거된 후 들어선 삐까번쩍한 빌딩의, 카드키를 대면 자동으로 스르륵 열리는 그런 유리문이 국격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들이 강한 생활력을 발휘해서 밥짓고 찌개 끓여서 가족들 먹이고, 그게 힘이 되어서 열심히 일하면 돈도 벌고 부자되고 그런 세상이 격조 높은 세상이다. 어머니들이 특유의 생명력으로 투쟁하고, 국가에 대해 욕하고 원망하고 투쟁의 조끼를 입는 나라는 국민의 잠재력으로 독을 만들어내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함께 나오신 세분의 어머님들을 나가서 꼭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그 어머니들은 우리네 평범한 그런 아주머니들일 뿐이고, 또 그래야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투사가 되어서도 안되고, 어떤 상징이 되어서도 안되며, 영웅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되기 때문이다. 서두에 멘트를 하신 어머님은 60세라고 하셨다. 30년동안 이루신 가게가 사라지고, 다시 몇살이 되어야 가게가 생기겠나 하신다. 울 엄마도 60인데...
 
울엄마들이 보기에도 낯선 투쟁의 조끼를 입고, 약수터에서 하셔야할 체조를 길거리에서 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나도 좀 동참하고 싶다. 그런일이 있는 곳에 그냥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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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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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1 16:53
    저는 이 영화보다가 클로징 부분에 용산참사로 사망하신 분들의 면면이 나오는 부분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들인데, 평생 그곳에서 영업을 해오신 분들인데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징역살이를 해야하는 게 너무도 기가 막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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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2 10:47
    맞습니다... 감독과의 대화에 나오신 분들도 형편때문에 아들이 운동을 그만 둔 것이 너무 미안하다면서 울먹이시는 평범한 분들이신데 말이지요... 그런분들이 범죄자가 된다면 분명 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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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4 13:54
    영화만큼 후기도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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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4 21:45
      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염변호사님! 제가 이래서 제 글에 자뻑이 된다니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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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4 13:54
    영화만큼 후기도 감동적으로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