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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았다.”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12.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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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날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으로 그날 올라온 뉴스제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전에 사무실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서 하던 일을 이제 버스 안에서 하고 있는 걸 보면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세상이 좋아지고 편리해지는 것이 꼭 좋은 건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출퇴근 시간에 즐기던 ‘잡생각하는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뉴스 제목을 살피던 중에 ‘별거 중 아내 정신병원 강제입원시킨 의사 구속’, ‘깻잎 반찬 안올렸다고 멱살! 7년간 메모로만 대화, 노부부 이혼’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란히 조간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지요. 웬만큼 자극적이고, 쇼킹한 제목의 기사가 아니면 눈이 가지 않게 되는 요즘, 두 기사는 저 같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우선 ‘별거 중 아내 정신병원 강제입원시킨 의사 구속’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랬습니다.

“광주동부경찰서는 11일 병원운영 적자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온 아내를 폭행하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광주시 동구 모 병원장 K씨(45)를 감금 등 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K씨는 지난 2월 12일 낮 12시쯤 자신의 병원에서 아내 A(39)씨를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하고 국립나주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K씨는 별거기간 중 A씨가 병원을 찾아오자 119에 "정신질환자가 있다"고 신고하고 응급환자 이송단까지 동원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해당 정신병원 담당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입원 5시간 만에 병원에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깻잎 반찬 안올렸다고 멱살! 7년간 메모로만 대화, 노부부 이혼’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렇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할머니가 A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부부의 재산 중 40%(10억9000만원)가 할머니의 몫이며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출신인 할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꼼꼼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부딪힐 때가 많았다. 2003년 할아버지가 제의해 한집에 살면서 메모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주로 할아버지가 메모를 통해 할머니에게 명령을 했다. ‘메모지 생활’은 2008년 8월 끝이 났다. “깻잎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았다”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폭행한 게 발단이 됐다. 할머니는 병원에 후송됐다가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온 지 열흘 만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외출한 틈을 타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고 각종 서류들을 들고 나왔다. 재판부는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며 할머니의 손을 들어 줬다. 노부부는 6년 넘게 이런 식으로 메모지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해 오다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저도 제 아내와 부부의 연을 맺고 살고 있습니다. 부부라는 것이 참 오묘한 관계이더군요. 가장 가까이 살을 부대끼며 사는 사이여서 머릿 속 생각 말고는 숨길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때로는 머리 속까지 들여다볼 때도 왕왕 있습니다.^^ 죽고 못 살 것 같다가도 한번 틀어지면 그림자까지도 미워지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릴 때가 있지요. “‘님’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이라는 노래 가사는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가사를 표현해낼 수 있는 한글도 놀랍구요.


부부가 결혼식 때의 서약처럼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쉽지 않지요. 주변에 이혼가정이 느는 것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고는 합니다. 마음이 안 맞아서, 미워져서, 같이 살기 싫어져서 이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렇다고 한때는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자던 이를 못 살게 괴롭히고, 학대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부인이 밉더라도 정신질환자 취급을 하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키는 건 적어도 사람이 할 짓은 아닙니다. 마음이 안 맞는 가족을 정신병원에 언제든지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현행 제도도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부지간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서 어쩌다가 싸우고 나서 말 섞기가 싫어져서 얼마간 말을 하지 않고 서로 투명인간 취급하는 건 가끔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저도 한때는 그러기도 했습니다만^^;), 7년을 말을 섞지 않고 메모로 대화하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구나 “깻잎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았다”며 부인을 폭행하는 건 시쳇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볼 수밖에요.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이 노부부가 40년 결혼생활을 청산하는 것은 늦었더라도 백번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혼할 때의 넘치는 애정과 사랑을 10년 넘게 그대로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부관계에 수많은 역경과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혼 부부의 상당수가 6개월~3년 내에 이혼을 하는 것도 이처럼 초반의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한 것에 기인합니다. 부부는 혼자서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자기 뜻에 안 맞아도 맞춰주어야 하고, 자식을 낳게 되면 ‘같이’ 키워야합니다. 끊임없는 양보와 조정, 화해가 필요하지요. 이렇게 양보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면 다른 한쪽이 성인군자가 아닌 바에야 부부‘관계’는 거기서 끝날 수밖에 없지요.


생각해보면 국민과 대통령과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거라는 의례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국민과 대통령과의 관계도 부부관계와 같이 여느 관계와는 크게 다릅니다. ‘그(혹은 그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나의 생활은 엄청나게 좌우됩니다. 가정 전반이 바뀌고, 나라 전체가 바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과 관계를 맺을 ‘그(혹은 그녀)’를 정말 잘 선택해야 합니다. 외양(치적)이나 경제력 혹은 스펙만 볼 것이 아니라 인품이나 성격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고, 자신과 비전도 공유할 수 있는 이를 선택해야겠지요.


일단 관계를 맺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잘 소통해야합니다. 일방이 다른 일방을 신뢰할 수 없게 한다거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가정사(혹은 국사)를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부인(혹은 남편)을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혹은 그녀)가 원치 않는 일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번은 외국출장을 나갔을 때 제 딴에 얘들엄마를 위한답시고 옷을 사들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얘들엄마의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어서 거의 입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욕을 얻어듣는 건 비단 부부 간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귀 기울여야 하고, 상대를 위한다고 하면서(무얼 원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깻잎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잡아가두는 일은 어느 관계에서든 똑같이 사람이 할 짓은 아닙니다. 함께 사는 동안 얼마나 상대를 위해 노력을 하는지,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자를 쉽게 만나긴 어렵습니다. 자기가 배우자에게 요구하는 만큼 자기 스스로도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가능할 테니까요.

                                                                                                                       

 글 -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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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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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2 22:44
    저도 그 노부부 이야기 tv에서 봤어요! 정말 무섭더라구요..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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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6 20:33
    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관계, 소통, 공감 모두 와닿는 말들이에요 ^^ -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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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8 23:14
      수도원 스토킹 했다는 이유로 수녀가 강제 강금 시키면 개인 재산도 수녀것 됩니까?.. 수도원 공동체 후원금만 주면 타인 약점 악용 노락질도 선행으로 둔갑한다
      음지에서 일어나는 아주 끔찍한 악몽 같은 일이 양지에서 진실 가려져 지성인 인해서 온갖 패악 만행 빈번하게 권력 공권력 동원 묵살 당하구 피해자.. 더욱 처참히 지밦혀 고통 받는 사회없는 민주 공화국 되었음 하는 바램든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