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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권, 여성의 관점에서 말하다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11.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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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강좌 <여성인권, CEDAW를 통해보다>의 네 번째 강의는 ‘재생산권, 여성의 관점에서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 공감 OT가 있었던 여성플라자가 바로 여성가족재단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 의 조영미 협력사업팀장님이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재생산권이란 “여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사안에서 여성이 가져야 하는 권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생산권의 적용대상에는 직접적인 재생산과정, 즉 피임, 분만, 산전관리 뿐만 아니라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 및 정보에 접근할 권리와 같은 무형의 서비스를 누릴 권리 또한 포함됩니다. 구체적으로 재생산권은 신체자기결정권(Bodily self-determination)과 신체통합권(Bodily integrity)의 범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전자는 여성이 자녀수나 자녀터울, 출산 시기, 피임과 같은 신체와 관련된 문제에서 자유로운 선택과 그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가질 권리를 말하고, 후자는 신체에 대한 침해, 배제, 분절적 경험으로부터 자유를 누릴 권리를 말한다고 합니다.

 

후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바로 얼마 전,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산부인과의 진료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로 말미암은 논란이 생각났습니다. 양 의원이 산부인과 의사의 산모에 대한 진료과정에 전공의와 같은 제3자가 사전 동의없이 참여하여 실습을 한다는 것이 산모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자 산부인과 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큰 반발을 일으킨 것입니다. 비록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재생산권과 같은 단어가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산부인과 진료과정에서 산모가 진찰을 받는 입장에서 스스로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반대로 전공의들의 실습을 위한 대상으로 다루어진다는 점, 그 과정에서 산모의 인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후자의 신체통합권의 침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 협회 등은 전공의의 실습과정에서 일일이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현재의 의료현실에서 어렵다는 반론을 펴고 있으나, 인권의 문제를 제도의 부실로 덮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여성의 재생산권이 인권이나 정치의 영역이 아닌 ‘의료의 영역’으로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의료 행위자와 환자인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여성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크지만, 이러한 간극은 제도적 ·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재생산권의 문제에 있어 너무 풀기 어려운, 쟁점이 되는 문제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낙태 이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0년대에는 낙태가 이른바 간통의 증거를 없앤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처벌의 대상이 되었고,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가족계획과 출산통제의 방편으로 인식되면서 낙태가 암묵적으로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때에도 여성은 의료기관에 종속된 수동적 수혜자로 위치지워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90년대에 이르러 가족계획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태아의 생명권과 같은 담론이 보급되면서 낙태를 하는 여성은 ‘이기적 살인자’와 같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심각한 저출산이 문제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낙태시술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강간과 같은 특수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검토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성의 낙태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로는 남성위주의 성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남성의 피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러한 결과로 발생한 임신을 종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낙태 뿐이라는 것이고, 출산 후 양육의 의무는 결국 여성에게 부여된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명권이라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권리에 맞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카톨릭 등에서 말하는 생명 우선론(pro-life)은 종교적 이론, 생물학적 차원의 태아의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낙태를 보지만, 종교적 이론이 현실의 삶을 구속하는 보편적 준거가 되기는 어렵고, 생물학적인 태아의 생명은 모체가 존재하지 않고서는 지속될 수 없는 불완전한 것임을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생명 우선론자들의 주장의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입장들, 이를테면 미혼여성의 혼전 성관계 증가와 같은 결과를 우려하고 동거부부나 미혼모를 일탈적 존재로 보기 때문에 낙태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 또한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강사님은 대안적으로 낙태를 단순히 생명이라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적 장에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로 개념화 하여, 사회적 상황과 경제적 조건과 같은 구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불가피할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낙태 이전에 여성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나 보육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함은 더욱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렸을 때 보았던 낙태 반대 비디오의 끔찍한 낙태 시술 영상이 떠오르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 비디오의 목적은 시각적인 충격을 통해 낙태를 부정적인 것으로 프레임 지으려는 것이었겠지만, 그러한 효과에 거리를 두더라도 생명의 가치라는 것이 주는 절대적 원칙성이 저를 다소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지고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생명권이라는 단어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 이러한 절대적 생명권이 왜 사형제 같은 이슈에서는 부정되는 건지... 이러한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법사회학 시간에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안이 생각납니다. 미혼모의 혼전임신의 경우 친자확인을 통해 생부가 공동양육의 책임을 지도록 법을 제정한다면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에 낙태를 해야만 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회현상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법적 해결을 찾아보는, 이러한 대안을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문제의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낙태의 문제는 피임을 기피하고 낙태를 당연시하는 문화와, 제대로 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복지 부문, 출산 및 임신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배제되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생명권을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면서도 사형제나 낙태의 만연과 같은 문제에서 거리를 두고 물러나 있는 애매한 법적 태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에 존재하는 문화와 여성의 권리들을 반영하여 이에 적절히 조응하는 법적 대안이 수립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_ 12기 인턴 장윤호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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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9 13:04
    '재생산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등장하면서 어디까지가 권리이고 자유인가, 윤리 뿐만 아니라 젠더의 관점에서도 많은 의문점이 생겨나는 듯 합니다. 저도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