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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10.2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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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워크샵>에 이어서 여성활동가 국제역량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에서 주최한 <여성인권, CEDAW를 통해보다>의 세 번째 강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 : 여성폭력은 여성차별?>에 참석하였습니다. 강의는 (사)한국여성의전화 정춘숙 상임대표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여성 폭력은 크게 세 개의 범주로 나뉘어 설명되었습니다. 아내(가정) 폭력, 성폭력 그리고 성매매가 그것인데요, 이 세 개의 범주들 모두 일정한 공통점과 각기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

정 대표님은 위와 같은 문구로 한국사회에서의 여성 폭력을 정리하셨습니다. 여성 폭력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적 영역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중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나, 그 결과는 ‘치명적’인 것이 됩니다.


1. 아내(가정) 폭력 - 전체가구의 50.4%, 368만명의 아내폭력 피해자

강의는 한국의 여성폭력의 실태를 살펴보며 시작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2007년 여성부의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발생율은 50.4%로, 두 가구중 한 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있으며, 아내폭력의 비율은 33.1%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가구에 이 비율을 곱하면 무려 368만명의 아내가 폭력 피해를 입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 내 폭력은 평균 지속기간이 11년이 넘으며, 그 빈도 역시 월 1회 이상이 총 43%를 차지 하는 등 그 심각성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 통계에 놀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가정 폭력은 우리의 관심을 끌거나, 그 심각성 만큼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1990년부터 13년 간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46.4%가 남편 혹은 내연 및 동거관계의 파트너로부터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속적인 폭행이 유지되었던 경우가 남편과 내연관계의 경우 각각 70%, 53%가 넘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살해된 남성 가운데 16%가 아내나 이성 파트너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 가운데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남성의 폭행에 대한 ‘대항적 반응’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가 35%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에, 가정 폭력에 의한 남성의 여성 살해는 ‘과실치사’ 혹은 ‘폭행치사’가 되는 반면, 여성에 의한 대항 살해는 고의성이 포함된 ‘살인’이 된다는 점에서 불합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 대표님이 상담사례와 재판사례들을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이 강의를 들은 바로 다음 날, 아버지의 지속적인 가정 폭력을 참지 못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할 목적으로 집에 불을 질렀다 일가족이 몰살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http://www.ytn.co.kr/_ln/0103_201010220140192655)



2. 성폭력 - 아동성폭력과 그 외의 성폭력은 다른가?

성폭력(gender violence)이라는 단어는 사실 외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쓰이며, 주로 성기/성교 중심으로 정의되는 한국의 성폭력은 지나치게 좁은 개념이라고 합니다. 즉 성폭력이란 “성을 매개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영국의 페미니스트 켈리는 인터뷰 분석을 통해 “신체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두 폭력은 언제나 밀접하게 결합하여 발생하기 때문이며, 또한 남성도 군대나 학교 등에서 성적 폭력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폭력은 ‘힘과 권력의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의 성폭력은 언제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여성이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 “꽃뱀은 있어도 강간은 없다”라는 신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동 성폭력’과 여타의 성폭력을 구별하여 전자에만 엄청난 공분을 쏟아내는 모습입니다. 정 대표님은 이러한 현상이 ‘아동 성폭력’을 ‘진짜 강간’으로, 아동을 ‘순결하고 성스러운 완전한 피해자’로 설정하고 이를 여타의 성폭력 및 그 피해자와 구분되는 것으로 보는데서 발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 성매매 - 풀기 어려운 문제

한국의 성매매 종사자 수는 22만명에서 33만명으로 추정되고, 이것은 20~30대 여성인구의 4%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성매매 관련산업의 매출액 규모 역시 GDP 기준 4%를 차지하며, 농림 어업의 비중과 맞먹는 거대한 규모라고 합니다. 성매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신매매를 일상화하여 유지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소개비, 선불금, 벌금 등의 명목으로 성매매 여성에게 부과되는 채무들이 이들의 예속을 강화하고 탈 성매매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족쇄가 됩니다. 게다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 외에도 성매매 여성들이 끊임없는 감시와 위협을 받으며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무기력과 자포자기와 같은 심리적 장애들 또한 탈 성매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폭력 담론에 숨겨져있는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은 성매매 여성에게도 부과되곤 합니다. 그러나 성매매의 불법성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노동의 당사자가 그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그 노동을 계속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며, 이는 성매매가 인신매매를 통한 성 착취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알려줍니다. 성매매 여성이 마치 자발적으로 성매매 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안전망, 가족 해체와 같은 배경과 선불금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결합하여 탈 성매매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것은 불법적인 인신매매 또는 강제노동이라는 것입니다.


정리와 질답 시간

정대표님이 결론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여성 차별의 해결 없이 여성 폭력의 해결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구조(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와 가부장적 의식, 성 상품화와 순결 이데올로기 등이 이러한 여성 차별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차별은 지위 차별을, 이는 다시 권력 차별을, 권력의 차이는 폭력을 발생시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과 제도와 정책을 통해, 또 여론과 운동 등의 수단을 통해 성 평등을 향한 변혁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활동가들에게 때론 많은 무력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실에서의 활동은 언제나 불균질함과 공존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현실적 감각을 버리고서는 실무활동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활동에 있어 일맥상통하는 원칙을 지켜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므로, 이를 지혜롭게 다스려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이란, 인권과 평등과 같은, 가장 평범한 단어들이라고 합니다.




글_ 12기 인턴 장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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