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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잊을 수 없는 나의 favorite place!!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10.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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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찾은 유럽. 지난번 여행이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소위 ‘찍고 다니는’ 식의 여행이었기에 너무도 진한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5일 정도를 여행하면서 파리, 런던, 에딘버러 세 군데만 천천히 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계획했고 결국 이 세 군데에 잉글랜드 북부 레이크 디스트릭트 한 군데가 즉흥적으로 추가되었다. 원래는 2주를 살짝 넘는 일정이었는데 도중에 귀국일 변경으로 일주일을 늘렸다. (거의 4주 가까이 결근을 함에도 너그럽게 봐주신 염변호사님 ㅠㅠ캄사해요) 이 글을 통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favorite place들을 소개할까 한다.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의 외관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이다. 정식 명칭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로 공공정보도서관, 공업창작 센터, 음악․음향의 탐구와 조정연구소, 파리국립 근현대 미술관 등이 있는 종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곳은 지난번 여행 때도 왔던 장소지만 2시간 남짓되는 짧은 시간으로는 수박 겉을 핥았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꼭 다시 와야지하고 다짐했던 곳이다. 파리에 머무르는 8일동안 나는 세 번이나 이곳을 찾았고 그때마다 퐁피두 센터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퐁피두 센터의 첫 번째 매력은 센터의 건축적인 측면의 독특함이다. 보통 건물 안에 들어가는 설비 배관을 건물 바깥에 내어놓아 inside-out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외관은 초기에 많은 파리지앵들의 반감을 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내부공간을  최대한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외관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서 알록달록한 튜브로 둘러싸인 상상력 공장 같은 느낌을 주어 경쾌하다. 또한 건물 밖에 널찍한 마당을 조성했는데 바닥을 센터 건물 쪽으로 완만하게 기울게 하여 퐁피두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건물 쪽을 바라보면서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



퐁피두 센터 앞에 모인 젊은이들의 여유로움, 거리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함에서 나는 낭만의 도시라고 불리는 파리의 가장 ‘파리다움’을 느꼈다.

두 번째 매력은 근현대 미술관의 풍부하고 다양한 컬렉션이다. 상설 전시관에서는 20세기 초중반의 작품들이 방대하게 전시되어 있고, 전시작품이 수시로 바뀌는 전시관에서는 테마에 따라 다양한 특별전이 열린다. 나는 미술에 그리 조예가 깊지도 않고 더구나 현대미술에 관한 배경지식은 더더욱 일천하지만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들으면서 예술가들의 참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엿보고 내 나름대로의 상상을 펼치다보니 어느새 여섯 시간이 지나있었다.

퐁피두의 공공도서관 모습


 
퐁피두의 또 다른 매력은 다름아닌 공공도서관에 있다. 사실 파리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퐁피두 센터를 찾지만 대부분은 미술관만을 훑어보고 가기에 바쁘다. 하지만 나는 만약
내 주변의 누군가가 파리에 간다면 꼭 퐁피두 센터의 도서관에서 한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도서관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모두에게 열려있는’ 지식의 보고라는 점이다. 돈을 내지 않고도 누구라도 보안검색대만 통과하면 어떠한 자격도 필요 없이 최첨단 시설과 자료를 갖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모두를 향해 열려있다보니 달갑지 않은 불청객도 도서관을 찾는다. 바로 소매치기들!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들려오는 방송에 귀를 기울이니 소매치기들이 활동하니 소지품 관리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일정 액수의 입장료를 받고 도서관 이용에 자격조건을 단다면 소매치기가 들어올 일도 없을 테고 도서관의 효율적인 관리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퐁피두 센터의 도서관은 관리상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지식과 정보에 관한 벽을 허물어 모두의 접근을 허락했다. 이러한 퐁피두 도서관의 지향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코톨드 갤러리 입구



이어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런던에 있는 코톨드 갤러리이다. 런던하면 대영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정도를 떠올리게 되는데 코톨드 갤러리는 규모는 아담하지만 숨은 보석과도 같은 갤러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네, 모네, 고흐, 르누아르, 세잔, 고갱과 같이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대거 전시하고 있어 특히 인상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장소이다.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가 아니어서 그런지 붐비지도 않고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면 사진촬영도 가능한 착한 미술관인 점도 매력 포인트. 이 갤러리는 코톨드라는 부유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수집하여 소장하던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다. 그의 그림을 고르는 안목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 같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당시의 예술계 주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 심지어 비평가들은 ‘빗자루로 그린 그림’, ‘임산부에게 인상파 그림은 금물’이라는 식의 혹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술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인상파 화가들 이름은 알 정도이니 코톨드는 당시로 따지면 얼리어댑터였나보다.


이 갤러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반 고흐의 「자화상」이다. 고흐가 고갱과의 다툼 끝에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지독하게 고독했지만 누구보다 치열했던 그의 삶이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과 꿈틀거리는 듯한 붓 터치, 거듭거듭 유화물감이 덧발라져 울퉁불퉁해진 화폭 속에 녹아있었다. 무용수를 그린 드가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당시의 발레 무용수들은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만을 받던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속했다고 한다. 드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리마돈나를 그리지 않고 늘 무대 뒤켠에서 군무를 추는 이름 모를 무용수들을 즐겨 그렸다. 그들이 묵묵히 연습을 하는 모습, 피곤에 지쳐서 발레슈즈를 벗는 모습 등을 어떠한 미화나 이상화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 그림의 왼쪽 무용수의 얼굴에 대해서 어떤 평론가는 유인원 같다고 혹평했을 정도로 그는 대상인 인물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아마 드가의 눈에는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 생을 살아내는 소외된 그녀들이 비너스보다도 아름답지 않았을까.

Lake District의 어느 벤치에서



세 번째로 소개할 곳은 Lake District, 한마디로 호수지방이다. 북부 잉글랜드에 자리한 Lake District는 200년 전 옛 영국의 시골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호수들을 둘러싼 푸르디 푸른 나무들과 야트막한 언덕에서 열심히 풀을 뜯는 얼굴이 까만 양들은 그야말로 그림 엽서같은 풍경이었다. 이 지역의 명소로는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의 생가인 Dove Cottage와 피터래빗을 그린 베아트리스 포터의 집이었던 Hill Top이 있다. 워즈워스가 앉아서 시를 썼던 의자, 부인과 주고받았던 연애편지, 베아트리스 포터의 주방과 화장대, 거울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원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해 조명도 어둡고 사진은 당연히 찍지 못하며 하이힐도 신고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었는데 옛것에 대한 그들의 애착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20년만 지나도 같은 모습의 건물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모든 건물을 현대적이고 편리하게 정비하려는 각종 재개발사업과 개량사업으로 획일화되어 버린 우리네 풍경과 조금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고유한 모습을 소중히 간직한 그들의 풍경. Lake District의 또 다른 매력은 도보여행하기에 참 좋다는 점이다. 작은 마을과 마을은 버스나 페리로도 이동할 수 있지만  Public Foot Path를 따라 걸으면 바위위에 낀 이끼의 선명한 색깔,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양, 땅에 떨어진 밤과 도토리들, 호수에 고꾸라지듯이 누워버린 나무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걸어다님으로 인해 하나의 전체적인 과정으로서의 여행이 될 수 있었다. 


7, 8, 9월을 거의 대부분 여행에 쏟아부었는데도 여행도 중독인지 다닐수록 가보고 싶은 곳이 늘어나고 또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 생각에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기회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새로운 환경과 자극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인도에서 나는 삼각김밥을 만드는 소질을 발견했고 모로코에서는 삐끼들과 흥정하는 억척스러움을 발견했다. 물론 이미 알고 있던 내 모습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도보 10분 거리를 한 시간이상 걸려서 찾아가면서 역시 나는 심각한 길치에 방향치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제는 성실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한편으로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그래서 예측가능한 생활이 그립기도 했지만 문득문득 캐리어를 끌고 공항버스를 탈 때의 그 설렘이 떠오른다. 언제쯤 다음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얻은 풍요로운 경험과 추억들을 자양분 삼아 내 지평을 넓히고 내 자아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내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글_ 12기 인턴 박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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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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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20 15:48
    my favorite place~!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는 꼭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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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20 15:53
    우와~ 저도 유럽에 꼭 한 번 가보고싶어요!!! 법원이나 법대 쪽은 안 가보셨어요? 유럽 쪽은 아무래도 민주주의가 한국보다 더 일찍부터 천천히 자리잡은 곳이라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 궁금하거든요~ 다음엔 법 관련된 곳도 여행하시고 글 남겨주세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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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20 17:15
    옛 것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경구가 한국사회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게 현실이죠^^; 선진국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는 한국이 그런 건 왜 안 따라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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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22 22:12
    흠...아직 유럽 땅을 밟아보지 않아서...언젠간 꼭 가고픈데...그때 꼭 코톨드 갤러리도 들러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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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2 16:06
    퐁피두 도서관 얘기는 정말 처음 듣네요. 다시 유럽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꼭 가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