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보호감호소에서 온 편지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10.18 17:21

본문

지난 주에 공감 사무실로 규격편지봉투에 볼펜으로 주소를 적은 근래 보기 드문 수제(?) 편지가 왔습니다. 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이쁜 편지지에다 펜으로 꼭꼭 눌러써서 편지를 종종 보내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그렇게 직접 펜으로 쓴 편지는 도통 볼 수가 없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는 왠지 마음이 더 가는 걸 보면 기계화, 전자화가 꼭 좋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편지는 청송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살고 있는 재소자 한 분이 보낸 것이었는데요. 보호감호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마친 뒤 별도로 일정기간 감호소에 머물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보호감호 제도는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하나의 범죄에 대해 이중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상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도 반하는 위헌적인 제도라는 이유로 지난 2005년 7월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경과규정을 두어 폐지 당시에 보호감호가 선고·확정되고 아직 집행 전이거나, 이미 집행 중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호감호를 그대로 집행하도록 하였습니다. 편지를 보내신 분은 제도 폐지 당시 이미 보호감호 집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공감에 그러한 경과규정이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교도소에서 20년을 형을 살면서 동양화 공모전에도 여러 차례 출품을 하여 특선·입선 등을 하였고, 독학으로 대학과정을 마쳐 독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건축 공부를 하여 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죄과에 대한 형기를 마치고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를 다 하였음에도 사회에서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보호감호를 살도록 한 것입니다. 다 늙으신 노모와 구속된 지 한달만에 낳은 딸아이가 손자를 낳아 찾아왔지만 한번 안아보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09년 3월 헌법재판소는 경과규정 중 보호감호가 확정되고 아직 집행 전인 사람들에게 보호감호를 그대로 집행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제도 폐지 당시 이미 보호감호 집행 중인 의뢰인의 경우에도 합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과오를 저질렀더라도 그에 대한 죄값을 치루면 다시 사회에 복귀하여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재범율이 낮아질 수 있을 텐데, 우리 사회는 전과자의 사회복귀가 무지하게 어려울뿐더러 보호감호 대상자들은 아예 사회복귀를 봉쇄하는 방법을 써왔습니다. 최근 법무부는 이러한 보호감호제도를 재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한참 진행하고 있구요.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는 답신을 보내야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경구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오늘입니다.


글 - 염형국 변호사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10.10.19 14:55
    위헌결정이 난 보호감호제도를,,,, 법무부는 연내에 새로운 형태로 시행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감수성이 퇴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