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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인'이 이웃집 개를 잡아먹으면 보도가 되는 것일까? - 한국 이주민 법과 제도 강의를 듣고...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공감이 2010.10.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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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의 가을, 학부의 교양 수업에서 '반두비'란 영화를 보았다. 이주노동자 남성과 한국 소녀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였는데,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어떻게 침해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예컨대, 주인공 남성이 근무를 한 곳에서 매번 월급을 받지 못하는데 설상가상 사장은 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는다든지,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보호 대상자가 되어서 소녀가 보는 앞에서 경찰들에게 잡혀간다든지 등등 영화는 많은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이주민들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못했던 것일까. 변명을 하자면 이주민들을 직접 내 삶에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소수자의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기 위해서는 직접 나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관련된 인물을 만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제껏 나의 삶에서 이주민은 대개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피상적인 존재였을 뿐, 나와 큰 상관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인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급급한데, 굳이 이주민의 인권까지 고려할 여력이 있느냐는 조악한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미처 보지 못했던 이런 나의 딱딱한 편견은 황필규 변호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하나, 둘, 내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황필규 변호사님은 '한국 이주민 법과 제도, 그리고 쟁점'이라는 주제로 한 시간 반 정도 강의를 진행하셨다. 처음에는 외국인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서 각 분야 별로 외국인에 대한 법률규정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를 설명하셨다.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하여 외국인의 정치활동은 금지되고, 행정절차법에 의거하여 행정절차에 있어서도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배상이나 범죄피해자보호에 있어서도 '상호보증'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법적으로도 외국인의 권리가 참 많이 제한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 사실보다 나를 더 '아차' 싶게 만든 것은 변호사님께서 짧게 사례로 제시해주신 이야기였다.

 

  뉴스에서 '외국인의 범죄가 급증했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라고 보도했다고 치자. 이 보도에 대해서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자는 왜 한국에 와서 범죄나 저지르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보도를 보자. 이를테면, '외국인이 옆 집 개를 잡아먹었습니다.'라는 식의 보도. 지금껏 나는 위와 같은 보도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하나하나 따져보니 짧은 보도에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였으니 '범죄 수'도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중요한건 '범죄율'인 것. 또 한, 강력범죄가 서울 특정 구역에서 많이 발생 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구역의 사람들에 대한 특별 대책을 강구하지는 않는데 왜, 유독, '외국인'은 단속과 대책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외국인'이 이웃집 개를 잡아먹으면 보도가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암묵적으로 '순혈주의'랄지,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한국인이 아닌 존재'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그로 인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인들의 '편견'이 전제된 것이 아닐까?

 

  결국 외국인과 관련된 쟁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였다. 일단은 내가 얼마나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었는지, 그 편견의 프레임을 버리는 것이 필요한 것이었다. 특히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에서 온 외국인에 대해서 '열등한 존재'라는 식의 전제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갖게 되는 것을 스스로 자각 하고 이를 벗어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다 더 투명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소수자에 대한 권리  문제에 진정성 있게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주자의 경우, 일정 시기까지는 비자를 통해 한국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부부싸움이라도 해서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철회'를 해버리면 체류자격이 없는 강제퇴거대상자가 되는 현실(이 경우 일단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야만 한다, 부부가 서로 화해했더라도!), 체류연장과 국적신청을 할 때에는 한국인 배우자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 역시 결혼이주자의 인권을 배려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한국인끼리 결혼을 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국적'에 의해 어떤 차별을 하고 있는지 더욱 감이 오는 부분이다.

 

  관련해서 '결혼중개업자'의 문제도 컸다. 우리나라에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는데, 법률을 살펴보면 국제결혼중개업자는 결혼 중개 시 '외국 현지 법령'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그리고 국제결혼중개업자가 외국 현지 법령을 위반하더라도 관련 내용을 국가 기관에 '통보'만 할 뿐, 구체적인 형사제재를 명시하지 않았다. 물론 이 경우 '영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결혼'이란 제도를 매개로 하여 이주민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외국인 신부의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한 결혼을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백년해로 할 상대를 전혀 모르고 낯선 땅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니!)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출입국관리법과 관련한 이주노동자의 권리 문제이다. 고용허가법의 규정으로 사업장 변경 시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월 이내에, 3회 초과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다. 변경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단기인 점과, 이에 대한 예외조항 역시 제한 적이라서 문제가 된다. 또 한, 비자가 만료되어 이른바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에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하여 출입국관리공무원은 당해 외국인을 '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아무런 절차 없이 무작정 잡아오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분명 법령에는 보호명령서를 발부 받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긴급 보호서를 발부받으라고 되어 있고, 이는 외국인을 단속 시 '미란다 원칙'처럼 당사자에게 단속의 이유와 의미 등을 고지하라는 것일 텐데, 오히려 공무원들은 언어상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잘 모를 것이라며 그런 절차를 실효성 있게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다수였다.

 

  그럼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1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일시보호해제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이주민들에게 1000만원의 금액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문제가 된다. 특히 '무국적자'의 경우에는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호소에 구금되어서 보증금을 내고 일시보호해제를 받고 계속 기간을 연장하는 상태로 평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우리를 공무원이 별다른 고지도 없이 보호소에 가둔 후에 잠시 나가고 싶으면 천만원을 내고 나가라고 한다면, 굉장한 인권 침해라고 여길 것이다. 굉장히 화도 나고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한국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대상이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일 뿐-.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주 귀여운 꼬마 아이를 마주쳤다. 러시아에서 오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아이. 장난스런 표정과 귀여운 말투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곧이어 다른 꼬마 한 명을 마주쳤는데, 인도에서 오신 어머니를 둔 아이였다. 차분한 아이라서 내가 다가가도 수줍어했던 아이.

 20년 후에는 그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계속 한국에서 살게 될지 아니면 어머니의 나라로 돌아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에는 우리 사회가 국적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해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날을 위해서 나 역시도 아주 조금씩 내 안의 편견을 깨트리면서 실천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겠다.

 

  그 때 '반두비2'가 개봉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인 여성과 베트남에서 온 남성이 한국 사회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즐겁게 공유해나가는, 그런 내용으로 말이다.

 

글_이진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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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2 16:10
    똑같은 일을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같은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