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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에 다녀왔습니다.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10.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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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북한산 둘레길에 다녀왔습니다. 둘레길은 아시다시피 산둘레에 나있는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산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입니다. 제주 올레길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이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하는 수고로움 없이 편히 숲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저도 아직은 어린 아이들 때문에 산을 좋아함에도 가지 못하다가 2010년 8월 북한산에도 둘레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습니다.



큰놈은 중간고사를 보고 있어서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덕성여대 입구에서 시작하는 소나무길 구간! 소나무길이 시작되는 솔밭 공원부터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아이들은 둘레길을 걸으면서 밤송이가 한두 개 눈에 띄자 그것에 재미가 들려 밤이 많은 데로 데려가 달라고 성화였습니다. 하지만 산책로 주변에 남아있을 밤송이가 있을까요. 보이는 족족 빈껍질만 남아있었습니다. 슬슬 재미가 없어진 아이들을 달래며 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 산책로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작은 철쭉나무가 눈에 띄였습니다. 태풍 곤파스가 서울을 덮칠 때에 비바람에 못 견디고 결국 뿌리가 들렸나 봅니다. 큰 나무가 그랬으면 ‘아깝다’ 하고 지나갔을 텐데 작은 나무가 그렇게 쓰러져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변변한 도구도 없이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땅을 팠습니다.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그런 일을 대신해주니) 감사하다는 말씀도 해주고 가시더군요.^^


도구가 없었던 탓에 깊게 파지는 못하고 그 나무가 뿌리를 묻을 만큼만 파서 나무를 세워 뿌리를 묻었습니다. 딸래미도 옆에서 열심히 작은 발로 땅을 다졌습니다. 다음 주에라도 그 나무가 잘 살고 있는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옮겨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피러 삽을 들고 다시 와보자고 얘길 나눴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그 나무를 일으켜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무수한 나무 중의 하나에 불과하였지요. 하지만 내가 나무에게 다가갔을 때 그 나무는 내게 무수한 나무 중의 하나가 아닌 내가 돌보아주어야 할 나무가 되었습니다.


쓰러진 나무들도, 힘겨워하는 우리의 이웃들도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의 꽃이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글 -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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