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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행복이 찾아 오기를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윤지영변호사 2010.09.2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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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이었어요.
착하고 예쁘게 생긴 베트남 여성이 또한 너무나 순하고 예쁘게 생긴 아기를 안고 사무실에 들어섰어요.
수줍은듯 웃는 그녀와 환하게 웃는 그녀의 아기-태어난 지 이제 4개월이 지났다더군요-에게 저 역시 활짝 웃음으로 맞이했지만 사실 마음 한 켠이 아렸어요.
그녀의 소식은 이주노동자센터 간사님한테서 들었어요.
일종의 상담 전화였는데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서 그녀를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약속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녀는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겼어요.
E-9 비자를 얻어 한국에 온 그녀는 맨 처음 사업장에서는 깻잎 따는 일을 했어요.
그러나 농약 때문에 그녀는 앓았고 사업장을 옮겼지요.
옮긴 사업장에서 그녀는 버섯을 캐서 가공하는 일을 했는데 영세한 사업장이 망하는 바람에 다시 사업장을 옯겼어요.
그렇게 사업장을 세 번 옮긴 그녀는 고추 농장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는 사이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어요.
임신한 사실을 안 사용자는 그녀를 달리 대하기 시작했어요.
자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열심히 일을 했고 그런 그녀를 어여삐 여긴 사용자였건만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쌀쌀맞게 대한 거지요.
그리고는 1년이라는 계약 기간이 끝나자 더는 출근하지 말라고 명령했어요.
겉으로는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 관계 종료지만 사실상 임신을 이유로 한 해고였어요.
사업장을 이미 세 번 옮긴 그녀는 미등록 상태로 떨어졌어요. 소위 불법체류자가 되어 버린 거예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세 번까지만 바꿀 수 있고 마지막 사업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등록이 취소되는 거예요. 
남편이 아직 한국에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한국에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고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었어요.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에 예방 접종 비용으로만 백만 원 넘게 깨진다고 하더군요.
예방 접종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이주노동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던 거지요.
이야기를 다 듣고 저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어떤 법적인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해졌어요.
성인 남자도 버티기 힘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그녀였건만 단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었어요.
우리나라 법은 그래요.
우리나라 법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너무나 가혹해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그녀는 오로지 농사일만 할 수 있어요.
임신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1년 짜리 계약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속수무책이에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사업장을 세 번 옮긴 이주노동자는 비롯 체류기간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고 출국해야 해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아기는 비록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아기는 어떠한 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해요.
우리나라 법은 노동력을 착취할 줄은 알았지 그녀와 그녀의 아기가 사람인 줄은 몰라요.
물론 이런 엉터리 법을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녀에게 이런 싸움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가혹해요  .
비단 그녀가 아니라 다른 이주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그들은 한국에서 3년, 길어야 5년까지만 있을 수 있으니까요.
세월아 네월아 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그들은 그들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무기력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는 방법뿐이었어요.
'임신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라는 저의 협박(?)이 사용자에게 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환하게 웃는 그녀와 아무 것도 모르고 여전히 해맑은 그녀의 아기에게 제발 행복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사용자에게 전화를 걸어야겠어요.
 
 
그녀의 안전을 위해 사실의 일부를 가공했어요. 양해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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