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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38] Lake Roosevelt(루스벨트 호수)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08.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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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부터 23일까지 우리 가족은 1년 간의 미국생활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 12박 13일간 우리집이 있는 마운틴뷰를 출발하여 캘리포니아 북쪽의 Redwoods National Park, 워싱턴 주에 있는 Mt. Rainier National Park,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Vancouver와 Whistler, 와이오밍 주에 있는 Yellowstone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Yosemite National Park까지 3,000마일(4,800킬로미터)이 넘는 거리를 우리 차로 다녀왔다. 마지막 미국 여행도 찐하게 장식한 셈이다. 가는 곳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고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루스벨트 호수에서의 추억은 한참을 잊지 못할 듯하다.

루스벨트 호수는 워싱턴 주에 있는 큰 인공호수이다.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의 종합개발을 목적으로 1941년에 그랜드쿨리댐(Grand Coulee Dam)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수의 이름은 댐건설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D.루스벨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루스벨트 호수는 1990년 국립휴양지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실은 루스벨트 호수를 보려고 간 것이 아니라 벤쿠버에서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에 숙소가 마땅치 않아 루스벨트 호수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캠핑을 하고 가려고 했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 ‘근처’에서 캠핑을 할 때에도 이용한 적이 있는 캠핑 사이트인 Reserve America(http://www.reserveamerica.com/)를 이용해 캠프 장소를 미리 예약하였다. 벤쿠버 민박집에서 아침에 출발하면서 예약할 때 나와있던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려고 하였으나 주소가 잘 입력되지 않아 일단은 그쪽 방향으로 출발을 하였다. 예전에도 몇 번 주소를 잘 모르거나 네비게이션에 잘 뜨지 않는 주소를 들고도 무턱대로 찾아나서서 어렵지 않게 장소를 찾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아무 걱정 없이 길을 나선 것이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루스벨트 호수까지도 7~8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였다. 오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잠시 쉬면서 옐로스톤 안에 있는 캠핑 장소까지 예약해서 나도 얘들엄마도 먼 길이지만 기분좋게 갔다.


하지만 아침에 길을 나서서 루스벨트 호수 근처까지 오니 오후 5시가 넘어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캠핑 장소가 있는 Ione이라는 도시의 아무 주소나 쳐서 도착한 곳은 농가들만 띄엄띄엄 있는 외진 곳이었다. 루스벨트 호수를 한참을 거슬러 올라갔는데도 우리의 목적지는 눈에 띄지 않고 외진 곳이 나와서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얘들 엄마는 아무 집에나 문을 두들겨 물어보자고 했지만,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상황에서 괜히 그랬다가 주인이 총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나서 일단 상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주유소 상점에 들어가 주인에게 Ione에 있는 캠프 장소를 물어보았으나 알지 못하였고, 대신 Ione이란 곳은 그곳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행히 상점 안에 루스벨트 호수 관광지도가 있어서 들고 나왔다.


확인해보니 우리가 가야하는 캠핑장은 Ione 시내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에 찍은 주소는 Ione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외진 곳이었고, 그곳에서 Ione 시내로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비포장 길만 있었다. 그길로 가지 못하는 한 우리는 루스벨트 호수 입구로 한참을 다시 내려가 다른 길로 다시 올라가야했다. 저녁도 먹지 못했지만, 일단은 캠핑장까지 가야 밥도 먹고 쉴 수도 있기 때문에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Ione 시내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수에 실수를 거듭. 북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좀더 빠를 것 같아 한참을 올라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하여 네비게이션과 지도를 같이 보았더니 북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길이었다. 이럴 수가... 캐나다 국경에서 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야할 곳이 캐나다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니...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에만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지 몰라서 일단 시간 예측이 되는 남쪽길로 다시 차를 몰았다. Ione 시내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갈 캠핑장은 Ione 시내를 몇 번을 왔다갔다 해도 이정표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밤 11시가 넘었다. 우리는 모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모텔에서라도 자볼까 하고 하나 밖에 없는 모텔로 가보았으나, 이미 방이 없는 상태였다. 다른 선택이 없어서 이름 모를 공터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잠을 자기로 하였다. 애들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고, 애들엄마는 나에게 무지 화가 나있었고, 나도 너무 힘든 상태여서 서로 폭발을 하였다.

차창 밖의 하늘에는 별이 촘촘히 떠서 빛나고 있었지만 차안의 분위기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런 것도 나중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도 자위해보았지만, 하루종일 차를 몰고 달려와 결국 저녁도 못 먹고 차안에서 잠을 자는 신세를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고 아이들과 애들엄마한테도 미안했다.


화를 삭히지 못해 씩씩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이 밝아있었다. Ione이란 곳은 이제 1분1초도 못 있겠다 싶어서 바로 차를 몰아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니 우리 미국생활의 벗 Safeway가 눈에 띄였다. 꾀죄죄한 몰골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노숙자 가족이 된 셈이다. 루스벨트 호수 ‘근처’에서의 노숙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좋은’ 추억을 선사하였다.

 

P.S. 다음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갈 캠핑장은 Ione 시내 옆을 흐르는 강의 건너편에 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더 생긴다면 국립공원 ‘내’에 있는 캠핑장이면 모르겠으되,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는 캠핑을 안 하려고 한다. 또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캠핑장만 알려주는 Reserve America 사이트도 가급적 이용하지 마시길 충고드린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39] 미국연수의 시작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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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09 17:04
    미국생활 마무리 여행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
    그래서 더욱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은데요.^^
    근데 쫌...억울했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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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07 23:05
    정말 고생 많으셨었네요. 읽다가 웃음은 많이 웃었는데.. 괜히 죄송하네요 ^^;;
    마지막 여행 최고로 고생했으니.. 나름 좋은 기억이네요.
    부럽다. 3000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