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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비정부기구 국제회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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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는 그 업무의 성격상 국제무대 또는 각 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면, 난민캠프에서 식량을 배급하는 데에도 해당 국가가 비정부기구의 일손을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각 국에서의 난민 우호적 정책의 채택을 위한 활동, 현안의 파악 등 유엔난민기구와 비정부기구의 협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감의 경우 유엔난민기구의 Partner Organization으로 서울사무소에서 소개한 다수의 난민사건을 수임하여 진행하고 있다(이번 출장도 서울사무소의 지원이 있어 가능하였다).


유엔난민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은 난민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이나 그 실행방법에 관해서는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년 열리는 유엔난민기구-비정부기구 간 국제회의는 유엔난민기구가 비정부기구와 현안에 대해 토의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는 목적도 있으며, 참가하는 비정부기구로서는 해당 지역 또는 국가의 현지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유엔난민기구 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임과 동시에,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기도 하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계획한 공식일정은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였다. 그 전날인 6월 28일에는 비정부기구 연합체인 국제구금연대(International Detention Coalition), 남반구법률구조네트워크(Southern Region Legal Aid Network)와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네트워크(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의 회의가 각각 잡혀 있었으며, 7월 3일에는 유엔난민기구 국제보호국(Division of International Protection)이 2년마다 주최하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의 회의는 유엔난민기구와 전 세계 약 300여개 비정부기구가 만나서 발표와 질의 형식으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던 반면 7월 3일의 회의는 보다 소수의 비정부기구 대표(총 35개 비정부기구에서 각 1명씩 참석)들이 사전에 선정된 주제에 대해 토론의 형식으로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 회의의 전반적 주제는 'Partnership'이었다. 여기서의 파트너쉽이란 물론 유엔난민기구와 비정부기구간의 파트너쉽을 말한다.

 

6월 28일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 반까지 연이어 진행된 IDC, SRLAN과 APRRN 회의에 참석하였다. 홍콩, 호주, 일본, 태국, 미국, 영국, 부탄, 우간다 등 각국의 활동가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IDC 회의에서 구금에 대한 대안과 비정부기구의 역할이 논의되었는데,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6월 29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개회행사를 겸한 전체회의가 있었다. 오후에는 각각의 회의실에서 서로 다른 주제의 소회의(Session)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는데, 관심 있는 회의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었다. 먼저 무국적자의 권리신장과 보호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였다. 발표자 중 하나인 유엔난민기구 직원이 무국적은 난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방청석에서 곧바로 난민인 무국적자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난민 무국적자의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고 난민의 특별한 보호수요에 소홀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돌아왔다. 그날 저녁 유엔난민기구에서 주최한 리셉션에서 유엔난민기구의 무국적자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을 만났는데, 낮에 있었던 토의를 언급하며 난민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무국적자를 다루는 부서에서까지 난민에 초점을 맞출 경우 다른 무국적자들의 문제가 오히려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난민권리의 신장이라는 사명을 위해 헌신해온 비정부기구와 무국적자 문제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의 입장 차이가 흥미로웠다. 무국적자에 관한 회의에 이어서 난민보호 종사자들의 난민여성 성 착취 문제를 다룬 회의에 참석하였다. 주제 자체가 충격적이었는데, 8년 전에 불거졌다가 세월의 흐름 속에 묻힌 문제라고 한다. 회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나 방지책이 인력에 대한 관리나 교육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난민보호 프로그램(예를 들면 물자 전달체계) 자체에 편입되고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 같다.


6월 30일

그날 APRRN에서 주최한 “국내 입법을 통한 난민권리의 옹호”(Advocacy for the Rights of Refugees through Domestic Legislation)라는 주제의 Side Session(회의 틈틈이 점심시간 등을 활용하여 비정부기구들이 자체적으로 주최하고 진행한 소회의)에서 난민법 제정을 위한 국내 시민단체들의 활동과 진행경과를 보고할 예정이었다. 준비가 많이 부실해서 그날 오전은 다른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막판 발표준비에만 매달렸다. 다행히도 회의 참석자들은 발표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들이었으나, 아쉽게도(?) 다음 회의가 임박해서 질문시간은 생략되었다. 그날 오후에는 아시아 지역 난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난민기구 아시아국(Asia Bureau) 소회의에 참석하였다.


7월 1일

오전에는 각 회의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있었다. 보고위원(Rapporteur to the Annual Consultations with NGOs)이 첫날에 있었던 전체회의와 각 소회의의 결과에 대한 요약보고를 발표하고 이에 대해 방청석에 있던 각 비정부기구 대표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전체회의를 마침으로써 모든 공식일정은 종결되었다. 그날 오후에는 출생등록의 문제(보다 정확히 출생미등록의 문제)를 다룬 Side Session이 있었다.


7월 2일

DIP NGO Protection Retreat에 참석했다. 참석 비정부기구의 선정기준은 알지 못하지만, 명단을 보니 약 35개 비정부기구들이 초대되어 있었다. 논의주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구금에 대한 대안, 두 번째는 특히 도시지역에서 살고 있는 국적국 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 세 번째는 출생등록, 그리고 무국적과의 관계였다. 참석자들은 자기가 논의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각 주제별 논의는 따로 진행되었다. 논의결과는 전체회의에서 공유되었다. 참석한 회의는 출생등록에 관한 것이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 때문에 회의가 보다 격의 없이 진행된다는 느낌이었고, 논의가 다른 회의보다 다소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제네바에 도착하자마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차를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모든 회의가 영어로 진행되어서 더 긴장되었는지도 모른다. 발제자나 토론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쓴 약자(예를 들면 IDP(Internally Displaced Persons), DIP(Division of Protection), MENA(Middle East & North Africa), GBV(gender based violence) 등등)들은 암호와도 같아서 논의를 좇아가는 것을 더욱 더 어렵게 하였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난민문제와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일천해서 참석이 참관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감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게 되었고(어느 분 말씀대로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난민문제를 비롯한 인권현안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각국의 비정부기구 활동가와 인권의 실현을 위해 제네바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한국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업무수행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_박영아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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