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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성충동 약물치료법’, 무엇이 문제인가? - 차혜령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비회원 2010.07.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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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이른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날과 같은 날, 국회는「성폭력범죄자의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 약물치료법」)을 재석의원 180명 중 137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하였다. 그간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던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박민식 의원 대표발의)을 제목을 비롯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수정하여 의결한 것이다. 시행시기는 공포 후 1년 후이지만, 법무부는 법 시행을 위해 약물 선정, 지역별 치료 거점병원 선정, 성도착증 환자 진단도구 및 절차 표준화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새 법률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16세 미만자(최초 박민식 의원안이 13세 미만 아동 피해자에 대한 범죄로 한정하였던 것에 반해 수정의결된 법률안은 16세 미만자로 피해자 범위를 확대)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법률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짚어본다.




그 전제로 ‘성충동 약물치료’ 또는 ‘화학적 거세 치료요법’(수정의결시 후자에서 전자로 명칭 변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핵심은 성폭력 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호르몬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일정 기간 성욕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영구적인 성기능 상실을 의미하는 ‘거세’와는 거리가 있고, 약물 투여 중단시 원상태로 회복되므로 ‘낫게 한다’는 의미의 ‘치료’와도 다르므로, ‘약물요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다.

첫 번째 문제는 약물요법 대상자에 관한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금까지 약물요법이 성폭력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었던 성폭력 범죄자 그룹은 ‘폭력성이 없는 소아성애자’ 그룹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아성애자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아동인 성범죄자, 성적 동기에 의하여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함께 발현되어 범행에 이른 소아성애자, 아동과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성애자(비폐쇄적 유형의 소아성애자), 본인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본인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요법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 제정된「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성충동 약물치료’의 대상자를 성도착증 환자로 규정하고, 그 범위에 관해서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소아성기호증, 성적 가학증 등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지은 사람),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에 의하여 성적 이상 습벽으로 인하여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으로 판명된 사람의 2가지로 나누고 있다. 약물요법은 성적 대상이나 성행위 이상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성도착증 환자’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소아성애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 유형에게만 성공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성도착증 환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 제정된「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약물요법 대상자에 약물요법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성범죄자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 성폭력범죄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둘째, 새로 제정된 법은 ‘성충동 약물치료’의 요건으로 약물요법 대상자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있다. 법에 의하면 약물치료 대상자의 동의 없이, 검사는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약물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다. 최초 박민식 의원안은 대상자의 동의를 ‘화학적 거세치료요법’의 요건으로 하고 사전 설명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치료 동의를 가석방의 요건으로 삼아 동의의 자발성이나 진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을 받았는데, 수정의결안에서는 아예 대상자의 동의 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약물요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스스로 약물요법의 시행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약물요법에 응하여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약물 투여가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알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상자의 동의에 의한 자발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약물요법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약물의 복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가 없다.「성충동 약물치료법」은 대상자가 상쇄약물을 복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형벌에 의한 위협으로 약물요법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더구나 약물요법은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신체보전권을 침해하지 않는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이 아닌가에 관한 위헌성 논쟁을 피할 수 없는데, 이때 대상자의 동의 요건은 약물요법의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약물요법은 기본적으로 약물 투여로 소아성애라는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것에 그치고 그나마 약물 투여 기간 동안만 성적 욕구 억제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대상자에 대한 교육, 예방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다. 수정의결안도 ‘성충동 약물치료’의 정의 자체를 ‘약물 투여’가 아니라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라고 규정함으로써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전문가에 의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현황은 어떤가?「성충동 약물치료법」이 성도착증 환자로 규정하고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가 우리나라에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로 1년 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 효과가 어떤지 검증된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어떤 절차로 시행되었는지 알 수 없고, 그간의 운용 결과에 대한 평가, 제도 보완, 예산 마련에 대한 공론화도 없는 상태이다. 더구나 약물 투여와 달리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 평가, 운영의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비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성폭력 재범 방지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약물 투여보다 더 중요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현재의 제도 상황은 이 법의 목적 달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잘못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공론 조성과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이 낫다. 지금으로서는「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시행 전 개정이 유일한 대안이다.

 

글_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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