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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포럼에 가다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07.0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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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discrimination,差別]
[명사]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차별을 경험합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차별을 하고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이따금씩 남들보다 큰 머리를 가진 사람들을 보며 놀리듯 말하고 왼손잡이인 사람을 보면 '아 왼손잡이세요?'라고 되묻기도 하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차별이란 단어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성별과 장애유무로 인해 차별을 받고 그로 인해 권리가 박탈 당하고 당사자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준다면 이는 쉽게 넘어갈 '차별'이 아니것이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바로 이러한 점을 주목합니다. 성별, 나이, 인종, 종교, 학력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행위를 금지*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합니다. 기존의 남녀차별금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과 달리 교통수단, 주거시설, 이용과 교육 등 모든 영역의 차별 금지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자 합니다.


@ 반차별공동행동

지난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첫 번째 쟁점포럼인 '모욕감을 중심으로 한 차별의 재구성'이 진행됐습니다. 차별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별을 통해 느끼는 모욕감을 어떻게 법적인 용어로 재해석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자리였습니다.

#1 우리가 알던 차별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의 차별의 개념은 '평등하다' 또는 '불평등하다'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차별의 개념을 알고 '차별경험'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치많은 않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상적 차별의 경우 개인이 인식하기조차 힘들고 타인이 이를 이해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이 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박건 님은 차별의 경험을 "재화의 형태이든 권리의 형태이든 혹은 자존감의 형태이든지 간에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것' 에 대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실패와 굴욕의 경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의 경험을 통해 차별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이런 모욕과 무시의 차별경험을 포괄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더 강력한 차별해석의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별을 받고 '앗! 내가 차별을 받다니!'라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기준을 두고 그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차별이다 아니다 정의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차별을 받았을 때 굴욕의 경험과 그 때 느끼는 모욕감는 남녀불문하고 공통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굴욕과 모욕감을 중심으로 차별을 재정의하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2 차별을 법의 언어로 설명하기

내가 차별을 받고 부당하다고 느꼈을 때 바로 그 때 느끼는 불쾌함은 모욕감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차별로서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차별받는 사람의 모욕감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반차별공동행동과 연분홍치마에서 활동 중인 일란 님은 "이러한 모욕감은 차별의 경험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특히 개인이 일상생활의 차별을 인식하는 데 매우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욕감이 차별을 이해하고 차별판단의 기준으로서 유용한 만큼 어려움도 뚜렷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 중인 보짱 님 역시 그러한 우려를 드러내었는데요. 보짱 님은 여성운동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모욕감을 법의 언어로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법적 언어체계에서는 피해 당사자의 감정이나 경험에 의해 법적 판단을 쉽게 하지 않은 편이며 따라서 다소 주관적으로 여겨지는 피해자 관점에 대한 협상으로서 합리성을 내세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합리성이란 개념도 모욕감과 같이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많은 편이지요. 

그래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무례한 행동과 법적으로 벌을 받아야 할 행동이 다를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게 되지요. 보짱 님은 "차별기준으로서 모욕감을 도입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입된다고 해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모욕감을 법의 언어로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발제 후 토론에서도 '모욕감의 오용'에 대한 논의들이 오고 갔습니다. 저 역시 오히려 상대방이 '나야말로 모욕감을 느꼈어!'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모든 모욕감을 차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인지, 모욕감을 차별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오히려 중요한 차별의 상황적 맥락을 이해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등 실제로 모욕감이 가지고 있는 맹점들을 꺼내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차별과 모욕감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차별과 차별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일입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그동안 무심코 넘겼던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 모욕감을 중심으로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포럼 이후에도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포럼이 다섯 차례 진행 될 것인데요. 그 안에서 차별금지법을 올바르게 제정하기 위한 건강한 생각들이 많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위 내용은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쟁점포럼-모욕감을 중심으로한 차별의 재구성' 자료집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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