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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와 인신매매관련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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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김춘진 국회의원 홈페이지>


우리사회 곳곳에 뻗어있는 ‘인신매매’의 흔적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인신매매’라는 용어는 ‘길 가던 사람을 납치하여 팔아넘기는 행위’ 정도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2000년 11월 UN총회에서 채택된 「UN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및 그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 특히 여성 및 아동의 매매 예방 및 억제를 위한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의 행사 또는 기타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망, 권력(또는 당사자의 취약한 지위)의 남용, 타인의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지불 또는 혜택의 수수 등의 수단에 의한 인신의 모집, 운송, 이전, 은닉, 인수”라고 규정하여 훨씬 폭넓은 정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에 따랐을 때 우리는 여권을 압수당한 채 유흥주점에서 성매매현장으로 내몰리는 외국인 여성들의 사례들 속에서, 불안정한 신분을 빌미로 부당한 조건과 대우를 감내하며 일하도록 강요받는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조직적인 관리와 통제 아래 결혼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떠밀리듯 결혼을 하게 되는 개발도상국여성의 국제결혼과정 속에서, 비로소 ‘인신매매’를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문제의식에 발맞춰 2000년 12월 13일 위 UN협약 및 의정서에 서명한 바 있으나, 10여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비준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위 의정서의 비준을 위한 국내이행입법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010년 5월 4일 김춘진 국회의원실이 주최하는 성 착취와 인신매매관련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차혜령 변호사는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하였다.



외국인 여성 성 착취와 인신매매 위험에 놓이다

김춘진 국회의원의 대회사로 시작된 토론회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축사와 함께 인신매매 문제의 해결에는 예방(prevention), 보호(protection), 처벌(punishment)에 이은 국제공조(partnership)의 4P가 중요하다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의 연설과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정미례 대표, 이주여성인권센터의 권미주 상담팀장의 발제로 이어졌다.

정미례 대표는 인신매매는 세계화, 성산업시장의 확대, 급증하는 이주 등을 배경으로 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국경을 넘나들며 작동하는 초국가적 자본이 가장 취약한 계층인 빈곤국 여성 및 아동을 착취적인 성매매 및 성별화된 노동 시장으로 내몰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행하여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결국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 이러한 성 착취 구조 속에서 송출국, 유입국, 경유국 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인식 및 대응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권미주 상담팀장은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규정하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피력하면서도 개발도상국 여성과 선진국 남성 사이에 행해지는 국제결혼의 경우 여성이 결혼을 수단으로 국경을 넘어 이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구조 및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인신매매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자발적인 결혼’이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져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조직적인 중개과정에서 인신매매적 요소로 인권 침해적이고 성차별적인 광고 등을 통한 모집, 조직적인 연결망에 의해 여성을 기숙·관리·통제하며 그 과정에서 부채 등을 만들어 여성들이 맞선을 포기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 결혼상대방에 대한 불평등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현실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와 피해자 지원이 시급함을 역설하였다.

이어 나선 토론자로, 두레방 외국인여성지원시설장 박수미 대표는 예술흥행비자를 통해 입국을 하나 기망과 강박에 의해 결국 국내 성매매산업으로 유인되는 외국인 여성들의 사례를 소개하였고, 탁틴내일여성센터의 이현숙 대표는 아동의 상업적 성착취 근절을 위한 국내 법·제도 보완에 대하여 제언하였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는 새로운 법안이 인신매매관련 현행 법률 규정들의 한계를 넘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신매매의 정의 조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함을 지적하며 특히 UN의정서에 ‘권력(또는 당사자의 취약한 지위)의 남용’으로 표현되어 있는 내용을 법안에 반영시키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실효성 있는 제도와 함께 사회적 인식도 자라나야

발제 및 토론자들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관련법이 제정되더라도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우려 또한 나타났다.

이들의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신매매방지법안에 ‘인신매매’의 정의가 UN의정서의 범주와 일치하는 형태로 명확히 들어가 현행 법률들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사례들이 인신매매 피해로 규정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이러한 법안의 제정을 계기로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점, 현장에서 실제적인 수사․처벌 및 피해자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고 일관성있는 단속으로 법집행의지를 보여야한다는 점에도 목소리를 같이 하였다.

현재 UN의정서 비준을 위한 국내이행입법안으로 김춘진 의원실의 「인신매매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및 「인신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나와 있다. 이번 정책토론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실효성있는 법률이 제정되고,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하여본다.


글_조혜인 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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