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참으로 넓다. 넓어서 가볼 곳도 많다. 미국에 와서 미국은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지만 여행하기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를 위시한 미국 서부 지역에는 국립공원들이 몰려있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다. 우리 가족은 작년 8월에 미국에 와서부터 틈틈이 미국의 이곳저곳을 다녀보았다. 우리 아파트 거실에는 커다란 미국지도가 붙어 있는데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다녀온 곳을 핀으로 꽂아 표시를 해놓고 있다. 지도의 많은 곳에 핀이 꽂아져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흡족해진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미국의 이곳저곳을 여행을 다니며 느끼고 알게 된 여행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여행노하우의 첫 번째는 전체적인 여행일정을 세워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1년 연수여서 1년 동안 가보고 싶은 곳, 가볼 수 있는 곳을 정해서 얘들 학교의 방학(or 휴일)을 이용해서 다니고 있다. 미국 학교는 여름방학이 6월초부터 8월말까지로 거의 3개월이고, 그 외에는 두달에 한번 꼴로 1주일 정도씩 휴일이 있다. 미국에 와본 분들은 절감하시겠지만, 애들이 쉬면 어디든 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다녀왔던 여행일정을 소개하자면, 11월 추수감사절 휴일 1주일(미국 동부 - 워싱턴, 나이아가라, 보스턴, 뉴욕), 12월 크리스마스 방학 1주일(캘리포니아 남부 - LA, 샌디에고, Death Valley), 2월 겨울방학 1주일(미국 남부 - 라스베가스, 새도나, 산타페, 화이트샌드, 투싼), 4월 봄방학 1주일(캐년 일주 - 그랜드캐년,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 모뉴먼트 밸리, 아치스, 솔트레이크 시티, 레이크 타호) 등이다. 6월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한달 정도는 애들을 여름캠프에 보내고,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열흘 정도 시간을 내서 미국 서북부(레드우드 국립공원, 시애틀, 캐나다 록키산맥, 글레이셔 국립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를 돌아보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알래스카에도 가고, 멕시코 칸쿤, 페루 등 남미에도 간다고 하는데, 시간이 많고 돈이 많으면 모르겠으되, 시간도 많지 않고 돈도 많지 않으면 미국 본토를 다니기에도 시간과 돈은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몬터레이, 산타크루즈, 요새미티 같은 곳들은 주말을 이용해서 틈틈이 다녔다.(요새미티 국립공원은 두세번은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둘째로 세부 여행계획도 잘 세워야 한다. 우리는 욕심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여 매일 몇백 마일씩 이동하면서 여행을 해왔다. 예컨대 우리집이 있는 마운틴뷰에서 라스베가스까지 거리가 536마일인데,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857킬로미터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강 400킬로미터이니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를 하루에 다니기도 한다. 도시를, 공원을, 박물관을 쫓기지 않고 며칠을 두고 찬찬히 보고 싶은 곳들이 많지만,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봐야하니 그 또한 헛된 욕심이다. 한번 더 갔던 곳을 다시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풍경을,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며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세부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여행수단을 무엇으로 할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서부를 다닐 때에는 멀더라도 우리차로 다니고 있고, 작년 11월 동부에 갈 때에만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였다. 장시간 운전에 자신이 있다면 우리처럼 여행하는 게 여행경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장시간 운전에 무리가 있으면 여행 목적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현지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미국 동부 여행은 차량을 렌트하지 않고 기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서 미국에서 타고 다닐 차량을 SUV 차량으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였고 지금 타고 다니는 차도 그리 나쁘진 않다.^^;
셋째로 여행준비를 잘 해가야 한다. 여행준비는 크게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선 먹을 것은 미리 한국마트 같은 곳에서 햇반과 김치, 쌈장, 밑반찬, 과일 등을 많이 사서 차의 트렁크에 넣어간다. 압력밥솥을 들고 다니며 밥을 해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모로 무리가 있어서 우리는 커피포트와 냄비, 밥그릇만 들고 다니며 햇반을 데우고, 간단히 국이나 찌개를 끓여서 먹고 다녔다. 물론 현지 음식이 너무 잘 맞거나 그런 것들을 들고 다니는 게 거추장스러우면 현지에서 사먹어도 나쁘지 않다.(하지만 돈이 훨씬 많이 든다는 거~)
다음으로 입을 것은 가는 곳과 가는 시기에 따라 잘 맞추어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캐년 지역은 4월에도 눈이 쌓여있고, 샌디에고는 12월에 가도 반팔을 입고 다닌다. 12월에 캘리포니아 남부에 가면서 춥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두꺼운 옷을 싸지 않았는데 데쓰 벨리에서 추워서 혼났다.
그리고 잠잘 곳인데, 우리처럼 여행을 하면 보통은 숙소와 기름값에 여행경비 대부분을 쓴다. 기름값은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것 이상 아낄 수 없어서(조심해야 될 건 네바다나 아리조나, 유타 같은 내륙지역은 한참을 가도 주유소가 안 나오는 수가 있어서 미리미리 기름을 채워놓고 있어야 한다.) 숙소값을 아끼려고 최대한 저렴한 숙소인 Inn을 찾아다닌다.(보통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kayak.com; hotel.com; priceline.com; expedia.com 등의 여행관련 사이트를 검색해서 다음 날 묵을 숙소를 예약한다.) Inn이 호텔보다 좀 덜 쾌적할 수는 있어도, 값이 훨씬 싸고(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라스베가스만 예외인 점을 감안하면, 호텔은 보통 100불 이상이고 Inn은 40~90불 정도이다), 보통 인터넷이 무료인데다 아침밥도 주며, 숙소 안에서 밥도 마음 편히 해먹을 수 있으니 우리에겐 제격이다.
마지막으로 자잘한 여행 팁을 덧붙이자면, 국립공원에 가려면 annual pass라는 연간입장권을 구입하는 게 좋다. LA에 있는 디즈니랜드․유니버설 스튜디오 그리고 샌디에고에 있는 씨월드․동물원에 가려면 4가지를 한 데 묶은 City Pass를 미리 구입해서 가면 훨씬 저렴하다.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들고 다니면 음식이 덜 상하고, 먹거리가 떨어지면 현지에 있는 한인마트나 Costco 같은 곳을 들러 구입하는 것도 좋다.
여행은 즐거운 ‘놀이’이다. 여행은 우리의 눈과 귀를,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풍경과 자연을 접하게 되면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보고 듣고 알게 된 것들은 우리의 견문과 시야를 넓혀주고 삶을 여유롭게 해준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영감으로 인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펼쳐나갈 수도 있다. 많은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일에만 몰두해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본래 인간은 놀이하는 인간, 곧 ‘호모 루덴스(Homo Rudens)’이다. 즐겁게 노는 것을 통해 인류문화는 발전되어온 것이다. 몇 년째 세계 브랜드 파워 1위를 자랑하는 구글이 직원들을 위해 회사 내에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휴가를 넉넉하게 보내주는 것은 모두 놀이와 휴식을 통해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고 이를통해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은 지금, 사무실에 돌아가서 얼마나 새로운 에너지와 창조성을 발휘할지 쪼끔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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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그래서 저도 여행 좀 하려구요~~~ㅎㅎㅎ
저도 미국 가면, 변호사님께서 다니셨던 일정대로 한 번 돌아봐야겠어요 ~~~ !
돌아오시기 전까지 마음껏 즐기고 오시길 ㅎㅎ
저도 언젠가 미국여행을 꼭 해보고 싶어지네요~_~
서부에 사는 분들이 가끔 부러운게, 위에 언급하신 이름 높은 국립공원들이 많다는
거예요. 동부의 오래된 도시들도 좋지만 저는 조용한 자연이 더 좋은 듯 합니다.
남은 시간들도 즐거운 여행들로 가득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참, 비행기든 자동차든 숙박이든 예약은 몇 개월 정도 일찍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게
미국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팁이 아닌가 싶어요. 반에 반값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 ^
염선생님도 돌아와서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일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되네요.. ^^
곧 돌아오시는군요.
돌아오시는대로 정변호사님네 놀러가는 여행계 시작할까요? ^^